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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의 땅 한국 어쩌다...고꾸라진 럭셔리 車

[연두색 번호판 효과]②
폭발적 성장 럭셔리 카 시장 올들어 주춤
연초부터 10% 넘게 신규 수요 감소 추세

지난해 3월 벤틀리 큐브 오픈식에 참석한 애드리안 홀마크 벤틀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사진 벤틀리모터스코리아]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국내 럭셔리 수입 자동차 시장에 냉각기가 찾아왔다. 작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던 이 시장이 연초부터 위태롭다. 업계는 정부의 새로운 법인차 정책(연두색 번호판 도입)과 고물가·고금리 영향으로 인한 신규 수요 제한이 주된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

잘 나가던 럭셔리 브랜드 역풍 맞았다

올해 들어 국내 럭셔리 수입차 수요가 급감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판매 가격이 1억원 이상인 수입 승용차의 올해 1~2월 누적 신규 등록 대수는 8565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9557대) 대비 10.4% 감소한 수치다.

마찬가지로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람보르기니·롤스로이스·마세라티·마이바흐·벤틀리·포르쉐)의 판매 실적도 감소했다. 브랜드별 판매 실적은 올해 1~2월 누적 기준 ▲람보르기니 11대(전년 대비 76.1%↓) ▲롤스로이스 20대(35.5%↓) ▲마세라티 32대(5.9%↓) ▲마이바흐 117대(45%↓) ▲벤틀리 24대(82%↓) ▲포르쉐 1505대(18.6%↓) 등이다.

이 역성장세는 시장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복수의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는 국내 럭셔리 수입차 시장의 지속 성장세를 기대했다. 최근 글로벌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한국을 찾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 럭셔리 브랜드 벤틀리모터스의 회장 겸 CEO인 애드리안 홀마크는 지난해 3월 한국을 방문해 ‘벤틀리 큐브’ 오픈을 축하했다. 해당 공간은 신차 전시는 물론이고 맞춤형 차량 제작(뮬리너)·전시·판매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벤틀리 최초의 플래그십 전시장이다. 당시 애드리안 홀마크 회장은 “한국은 세계 상위 10대 시장이다. 서울에서 벤틀리 큐브를 가장 먼저 열었다. 글로벌에서 한국의 중요성이 커졌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영국의 또 다른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롤스로이스의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CEO가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CEO는 이코노미스트 등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굉장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아주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해 6월 롤스로이스는 아시아지역 최초로 한국에 스펙터 실물을 공개했다. 해당 모델은 롤스로이스 브랜드 최초의 순수 전기차다.

지난 2022년 11월에는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 람보르기니의 스테판 윙켈만 CEO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우루스 S를 직접 소개하며 “한국은 람보르기니의 여덟 번째 큰 시장이다.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아시아 최초로 우루스 S를 소개하는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글로벌 CEO들은 공통적으로 한국의 ‘빠른 성장세’에 주목했다. 실제 지난 4년(2020~2023년)간 국내 럭셔리 수입차 시장은 가파르게 성장해 왔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가 집계한 연도별 국내 럭셔리 수입차 시장 규모는 ▲2020년 4만3158대 ▲2021년 6만5148대 ▲2022년 7만1899대 ▲2023년 7만8208대 등이다.


위기는 곧 기회...분위기 반전 노린다

업계에서 바라보는 국내 럭셔리 수입차 수요 위축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의 연두색 번호판 도입과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영향 등이다. 정부는 올해 1월부터 법인이 8000만원(차량가액 기준) 이상 승용차를 구매할 경우 연두색 번호판을 부착하도록 했다. 고가의 업무용 차량이 사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다. 1억원 이상 수입차의 지난해 법인 등록 비중은 60%를 웃돈다. 정부의 새로운 규제가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고 풀이하는 이유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인한 신규 수요 제한도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시장에서는 ▲글로벌 경기 부진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 ▲누적 수요 감소에 대한 회복력 약화 ▲고물가·고금리 현상 지속 등이 수입차 시장의 위축을 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수입차 시장이 전년(29만6000대) 대비 5.5% 감소한 28만대에 머물 것이라는 게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의 전망이다.

현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럭셔리 브랜드들은 위기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한다. 한국 시장 및 고객만을 위한 특화 전략이 이들의 해법이다.

벤틀리는 최근 한국 고객만을 위한 한정 모델인 콘티넨탈 GT 코리아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했다. 해당 에디션은 벤틀리 비스포크 전담 부서인 뮬리너(Mulliner)와 한국의 하태임 작가와 협업으로 완성됐다. 벤틀리가 한국의 예술가와 협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마이바흐는 올해 하반기 중으로 서울 압구정동에 세계 최초의 브랜드 전시 공간을 오픈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도 기대가 크다. 마티아스 바이틀 벤츠코리아 사장은 올해 초 신년 간담회에서 “최상위 브랜드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마세라티는 한국 시장을 위한 대대적인 사업 개편에 나서기로 했다. 올해 하반기(이르면 7월) 중으로 한국 사업 운영을 전담할 신규 법인인 마세라티코리아를 설립한다. 그동안 마세라티는 공식 수입사인 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에게 한국 사업권을 맡겨왔다.

업계 관계자는 “연두색 번호판 도입은 이제 3개월 정도 됐다. 아직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줬는지 분석하기에는 너무 짧다”면서 “럭셔리 카 구매자들은 대부분 경기 침체 등의 영향을 덜 받는 소비층이다. 연초 판매 감소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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