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유가·달러 ‘3대 먹구름’…한은 고민 깊어진다[부채도사]
중동 전쟁 확산에 국제유가 100달러 돌파 전망
미 연준 6월 금리 인하 기대감 절반으로 ‘뚝’
한은, 금리 인하 가능성 언급도 어려워져
[이코노미스트 이용우 기자] “대출은 동지도 적도 아니다.” 한 은행원의 말입니다. 가계부채는 1876조원을 넘었고, 가계들의 상환 능력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적과의 동침이 불가피할 때입니다. 기사로 풀어내지 못한 부채에 관한 생생한 이야기를 ‘부채도사’에서 전합니다. [편집자주]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멀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시장에서 절반으로 꺾였다.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고 달러 강세는 여전하다. ‘중동위기·유가급등·달러강세’라는 3대 악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긴축기조 변화는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유가 5개월 만 90달러 돌파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9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레바논 국경 지대로까지 전쟁이 확산하려는 분위기가 나오면서다. 여기에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충돌 가능성까지 나타나 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충돌하면 미국이 중동 혼란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 전쟁 분위기가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북해 브렌트유 6월물은 배럴당 91.17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도 고공행진 중으로 86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해 21% 크게 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지정학적 불안감에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 가치도 오르고 있다.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290원 안팎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오름세를 보이면서 강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같은 날 국제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1트로이온스(31.1g)에 2370달러를 돌파했다. 1월 이후 10% 넘게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중동 지역 불안감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2.8%로 낮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3.1%로 올라선 뒤 3월에도 3.1%를 기록, 2개월째 3%대를 이어갔다.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 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와 달러가 높아지면서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 높일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美 연준, 금리 3번 인하 어렵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부터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에선 미 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마저 꺾인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의 6월 연준 금리가 5.25∼5.50%에 머물 가능성은 50.1%로 높아졌다. 한 달 전(26.6%)이나 일주일 전(42.1%)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런 이유로 미 연준이 연내 3번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금리 동결만 아니라 오히려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지정학적 위험을 감안했을 경우다.
한은 입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만큼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더 어려워졌다. 국내 물가가 목표치로 떨어진다고 판단하기에 이른 상황인 데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의구심이 커지고 중동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금리 인하 시점을 현재로선 꺼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딜레마에 처한 한은이 4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고 매파적 태도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도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 어려울 것을 예상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만일 (미 연준의) 7월 인하 기대까지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면 연간 인하 폭 자체가 3회에서 2회로 축소될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은의) 인하 소수 의견이 4월에 등장하거나 인하 고려 의견이 확대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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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멀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은 시장에서 절반으로 꺾였다. 중동 지역에서의 전쟁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어서다. 국제유가는 급등하고 있고 달러 강세는 여전하다. ‘중동위기·유가급등·달러강세’라는 3대 악재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주요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결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 한국은행의 긴축기조 변화는 현재로선 기대하기 어렵다.
국제유가 5개월 만 90달러 돌파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5개월 만에 9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뿐 아니라, 레바논 국경 지대로까지 전쟁이 확산하려는 분위기가 나오면서다. 여기에다 이란과 이스라엘 사이의 충돌 가능성까지 나타나 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란과 이스라엘이 충돌하면 미국이 중동 혼란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
중동 지역에서 전쟁 분위기가 격화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글로벌 원자재 시장 등에 따르면 지난 5일(현지시간) 기준 북해 브렌트유 6월물은 배럴당 91.17달러에 거래를 마쳐 지난해 10월 이후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5월물도 고공행진 중으로 86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연초와 비교해 21% 크게 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중동 지역에서의 군사적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조만간 국제유가가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지정학적 불안감에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 가치도 오르고 있다. 지난 8일 원달러 환율은 1353.2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1290원 안팎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이후 오름세를 보이면서 강세를 유지하는 중이다. 같은 날 국제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장중 1트로이온스(31.1g)에 2370달러를 돌파했다. 1월 이후 10% 넘게 오르면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 상승과 중동 지역 불안감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이 맞물리면서 물가가 다시 오를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월 2.8%로 낮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월 3.1%로 올라선 뒤 3월에도 3.1%를 기록, 2개월째 3%대를 이어갔다. 물가가 한은의 목표치 2%까지 충분히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유가와 달러가 높아지면서 수입물가를 자극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더 높일 가능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美 연준, 금리 3번 인하 어렵다
이런 이유로 미국에서부터 연내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하겠냐는 회의적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에선 미 연준의 6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마저 꺾인 모습이다. 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에서의 6월 연준 금리가 5.25∼5.50%에 머물 가능성은 50.1%로 높아졌다. 한 달 전(26.6%)이나 일주일 전(42.1%)과 비교해 큰 폭으로 올랐다.
이런 이유로 미 연준이 연내 3번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전망도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준 내 매파(통화 긴축 선호)인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지난 4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계속 횡보하면 금리 인하가 정말 필요한지 의문이 들 것”이라는 발언을 내놨다.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금리 동결만 아니라 오히려 금리가 오를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미국의 재정적자와 지정학적 위험을 감안했을 경우다.
한은 입장에서는 미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만큼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더 어려워졌다. 국내 물가가 목표치로 떨어진다고 판단하기에 이른 상황인 데다, 미 연준의 금리 인하에 의구심이 커지고 중동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금리 인하 시점을 현재로선 꺼내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이런 딜레마에 처한 한은이 4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하고 매파적 태도로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의 최대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도 여전히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리 인하 가능성을 언급하기 어려울 것을 예상된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만일 (미 연준의) 7월 인하 기대까지 유의미하게 낮아진다면 연간 인하 폭 자체가 3회에서 2회로 축소될 위험이 높아질 것”이라며 “(한은의) 인하 소수 의견이 4월에 등장하거나 인하 고려 의견이 확대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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