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만 따라가면 낭패”…테마형 이색 ETF '투자 주의보'
[이색 ETF 열전]②
민감한 트렌드에 매매 신중 요구
묻지마 아닌 수익률·가치 고려 필요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보다 특정 산업군의 종목에 투자하는 테마형 ETF가 주목받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다만 일시적인 유행에만 편승하는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139조5350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89조9858억원)에 비해 약 84% 늘어난 수치다. 현재 상장된 ETF 상품 수도 842개에 이른다. 올해에만 총 10개가 넘는 ETF가 국내 주식시장에 신규 상장했다. 자산운용사들은 지수 추종형 상품이나 기존 상품 라인업
이 아닌 새로운 테마의 ETF를 시장에 내놓고 있다. K-팝 산업에 투자하는 상품부터 금 채굴, 글로벌 기후, 비만·당뇨 치료제 등을 테마로 삼은 이색 ETF들이 다양하게 출시됐다.
운용사들은 현 시점에서 유행 중인 테마를 상품화함으로써 투자자에게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산업에 투자하는 전략을 제시하며 선택의 폭을 넓혔다고 설명한다. 현재 시장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이지 않은 테마일지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유망주가 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출시한 경우도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테마형 ETF가 트렌드에 따라 유연한 매매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춘 반면, 출시 이후 급등세가 크게 꺾이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테마주 열풍을 이끌었던 2차전지 관련주가 담긴 ETF들은 주요 종목들의 하락세가 지속된 결과 시초가 대비 20~30% 하락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정 테마가 ETF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최소 3개월에서 최장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때문에 ‘뒷북 상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 사회적 이슈만이 아닌 기업의 미래성장 가능성이나 실적을 고려해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각종 테마주로 국내 증시가 가열된 상황에서 신중한 투자가 요구되는 만큼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을 담은 ETF 역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단타 매매가 성행하면서 트렌드 변화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코스피·코스닥 지수 상승 여력이 제한적일 경우 테마형 ETF에서 초과 수익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단기간에 이익을 불리기 위해 테마주 대열에 합류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보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것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ETF가 장기·분산 투자에 용이하다는 점을 간과하고, 일시적인 유행에만 편승하는 전략은 수익률이 아닌 손실률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ETF 베끼기도 기승…거래소, 관련 규제 및 주의 당부
경쟁이 과열되면서 사실상 베끼기에 다름없는 유사한 ETF 상품도 크게 늘었다. 대표적인 예가 2차전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ETF다. 지난해 4월 신한자산운용이 상장한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가 큰 인기를 끌자,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삼성자산운용이 잇따라 2차전지 관련 소부장 ETF를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차전지소재Fn’의 순자산은 첫 출시된 신한자산운용의 소부장 ETF를 뛰어넘었다.
문제는 대동소이한 상품이 계속 상장될 경우 운용사들이 수수료를 앞세워 경쟁할 수밖에 없단 점이다. 상품구조로 차별화를 둘 수 없다 보니 저가 수수료를 앞세우는 식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서는 총보수를 0.01%까지 내린 상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낮은 수수료는 반가운 일이지만, ETF 시장 발전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한국거래소는 뒤늦게 ETF 규제에 나섰다. 한국거래소는 “최근 테마형 상품과 관련해 테마를 지나치게 세부적으로 나누거나 일부 극소수 종목의 투자 비중을 극대화하면서 ETF의 분산투자 효과가 낮은 상품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며 신규 상장 종목 수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무분별한 베끼기’를 막기 위해 유사한 상품이 이미 시장에 상장돼 있다고 판단되면 상장 순위를 뒤로 미루거나, 특정 소수 종목에 ETF의 구성 종목이 편중되지 않도록 질적 심사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베끼기 관행을 줄이기 위해 독창적 ETF를 개발하면 6개월 배타적 사용권을 주는 ‘상장지수상품(ETP) 신상품 보호제도’의 심사 기준을 실질에 맞게 변경했다.
다만 독점적 판매권한을 주는 만큼 쉽사리 승인을 내주지 않을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당대 유행하는 테마를 좇아 상품을 출시할 경우, 상장 당시 ETF에 편입된 종목은 시장의 관심을 과도하게 받아 결과적으로 고평가될 위험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국내 테마형 ETF의 상장 이후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저조한 반면 상장 전 테마형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의 수익률은 벤치마크 대비 높게 나타난다”라며 “투자자는 이러한 테마형 ETF의 위험 요소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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