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르신’ 시장 커진다…동물약국 여는 약사들
[‘개르신’ 모셔라]①
반려동물 기르는 반려가구 증가 추세
동물약품 판매하는 동물약국도 성장
[이코노미스트 선모은 기자] ‘반려동물’은 ‘애완동물’보다 더 익숙한 말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에 따르면 2022년을 기준으로 국내에서 개나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600만 가구에 달한다. 가구당 인구수를 고려하면 대한민국 인구 5163만명 중 1320만명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셈이다. 이는 10년 전 국내 반려가구의 수와 비교하면 65%가량 증가한 수치다.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반려동물 연관산업 발전방안 연구’를 통해 반려동물 산업이 2027년 6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반려동물을 향한 관심과 돌봄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와 간식 등을 뜻하는 ‘펫 푸드’는 시장이 대중화된 것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 ‘휴먼 그레이드’ 제품이 방증이다. 기업들이 반려동물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택하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가구가 늘면서 고품질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커져서다. 바야흐로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이 사람만큼 대접받는 ‘개르신’(개+어르신) 시대다.
동물용 영양제 시장도 마찬가지다. 오픈서베이의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반려가구는 반려동물에게 기능성 영양제 등을 먹이기 위해 한 달 평균 5만7600원가량을 지출한다. 반려가구는 반려견을 위해 ▲관절이나 뼈를 강화하는 영양제 ▲눈 건강과 눈물자국을 개선하는 영양제 ▲치아나 잇몸, 구취와 관련한 영양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반려묘에는 치아와 잇몸, 구취에 좋은 영양제나 소화기의 기능을 돕는 영양제를 급여한다.
동물약국 여는 약사 늘어
반려가구의 수가 빠르게 늘면서 동물용 의약품이나 영양제 구매 수요도 커졌다. 이에 따라 동물용 의약품을 파는 ‘동물약국’을 여는 약사도 늘었다. 올해 초 기준, 국내 동물약국의 수는 1만개 이상이다. 동물약국에서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의약품과 함께 반려동물을 위한 구충제와 안약, 상처약, 설사약, 피부약, 심장사상충약 등을 판매한다. 약국의 외부나 내부에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한다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면 동물약국이다.
약국을 연 약사가 동물약국 개설을 신청하면, 누구나 운영이 가능하다. 감기약이나 연고제, 설사약 등을 파는 약국에서도 동물용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물약국에서는 동물용 의약품의 투약 방법과 주의사항 등에 대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의 종류와 품종, 몸무게, 건강 상태는 약사에게 알려야 한다. 반려동물이 이전에 동물용 의약품을 투여하고 부작용을 경험했다면, 이도 알려야 한다.
경기 성남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주영(가명·32)씨는 올해 ‘동물약국’ 개설을 신청했다. 그는 올해 4살이 된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다른 사람도 쉽게 동물용 의약품을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그가 동물약국 개설을 신청한 배경이다.
김씨는 “약국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취급 품목은 많지 않고 반려동물용 영양제 등만 판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취급 품목을 늘려볼 계획”이라고 했다.
동물약국의 수는 늘어나는 반려동물의 수만큼이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국내 동물약국의 수가 1만곳을 넘겼다. 특히 기존 약국과 달리 새로운 품목을 판매하려는 젊은 약사들 사이에서 동물약국을 개설하려는 수요가 높다.
대한동물약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신규 허가를 받은 동물약국의 수는 1772개다. 동물약국은 2013년까지만 해도 신규 허가를 받은 약국이 300여 곳에 그쳤다. 10년 새 신규 허가 건수가 6배 수준 늘어난 셈이다.
동물용 의약품의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약사가 동물약국을 개설하는 이유다.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동물병원에서 제조·판매하는 반려동물용 의약품은 마진율이 90%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하면 약국 경영에도 도움이 되니 동물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가 많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동물용 의약품은 동물병원, 동물약국 등에서만 판매하는데, 동물약국이 동물병원보다 낮은 가격에 동물용 의약품을 팔아도 수익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처럼 동물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의 수가 늘자, 의약품 유통 기업과 약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기업에서도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은 올해 초를 기준으로 210만개의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다. 2021년 100만개, 2022년 146만개, 2023년 186만개로 취급 품목은 매년 증가세다. 반려동물은 물론 소와 돼지 등 경제동물을 위한 의약품도 유통한다.
약국 프랜차이즈 운영 기업 휴베이스도 동물약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동물용 의약품을 유통하는 기업 펫팜과 협력을 맺기도 했다. 반려가구가 늘고, 동물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의 요청도 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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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을 향한 관심과 돌봄의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와 간식 등을 뜻하는 ‘펫 푸드’는 시장이 대중화된 것을 넘어 ‘프리미엄’ 시장으로 바뀐 지 오래다. 사람도 먹을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 만든 ‘휴먼 그레이드’ 제품이 방증이다. 기업들이 반려동물 시장에서 프리미엄 전략을 택하는 이유는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가구가 늘면서 고품질 제품을 원하는 수요가 커져서다. 바야흐로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이 사람만큼 대접받는 ‘개르신’(개+어르신) 시대다.
동물용 영양제 시장도 마찬가지다. 오픈서베이의 ‘반려동물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반려가구는 반려동물에게 기능성 영양제 등을 먹이기 위해 한 달 평균 5만7600원가량을 지출한다. 반려가구는 반려견을 위해 ▲관절이나 뼈를 강화하는 영양제 ▲눈 건강과 눈물자국을 개선하는 영양제 ▲치아나 잇몸, 구취와 관련한 영양제를 찾는 경우가 많다. 반려묘에는 치아와 잇몸, 구취에 좋은 영양제나 소화기의 기능을 돕는 영양제를 급여한다.
동물약국 여는 약사 늘어
반려가구의 수가 빠르게 늘면서 동물용 의약품이나 영양제 구매 수요도 커졌다. 이에 따라 동물용 의약품을 파는 ‘동물약국’을 여는 약사도 늘었다. 올해 초 기준, 국내 동물약국의 수는 1만개 이상이다. 동물약국에서는 사람이 쓸 수 있는 의약품과 함께 반려동물을 위한 구충제와 안약, 상처약, 설사약, 피부약, 심장사상충약 등을 판매한다. 약국의 외부나 내부에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한다는 스티커가 붙여져 있다면 동물약국이다.
약국을 연 약사가 동물약국 개설을 신청하면, 누구나 운영이 가능하다. 감기약이나 연고제, 설사약 등을 파는 약국에서도 동물용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동물약국에서는 동물용 의약품의 투약 방법과 주의사항 등에 대한 복약지도를 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의 종류와 품종, 몸무게, 건강 상태는 약사에게 알려야 한다. 반려동물이 이전에 동물용 의약품을 투여하고 부작용을 경험했다면, 이도 알려야 한다.
경기 성남시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주영(가명·32)씨는 올해 ‘동물약국’ 개설을 신청했다. 그는 올해 4살이 된 반려동물을 직접 키우고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다른 사람도 쉽게 동물용 의약품을 구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그가 동물약국 개설을 신청한 배경이다.
김씨는 “약국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아 현재 취급 품목은 많지 않고 반려동물용 영양제 등만 판매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취급 품목을 늘려볼 계획”이라고 했다.
동물약국의 수는 늘어나는 반려동물의 수만큼이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에는 국내 동물약국의 수가 1만곳을 넘겼다. 특히 기존 약국과 달리 새로운 품목을 판매하려는 젊은 약사들 사이에서 동물약국을 개설하려는 수요가 높다.
대한동물약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신규 허가를 받은 동물약국의 수는 1772개다. 동물약국은 2013년까지만 해도 신규 허가를 받은 약국이 300여 곳에 그쳤다. 10년 새 신규 허가 건수가 6배 수준 늘어난 셈이다.
동물용 의약품의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약사가 동물약국을 개설하는 이유다. 반려동물을 위한 영양제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의 한 관계자는 “동물병원에서 제조·판매하는 반려동물용 의약품은 마진율이 90%에 달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하면 약국 경영에도 도움이 되니 동물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가 많아졌다고 본다”고 했다. 동물용 의약품은 동물병원, 동물약국 등에서만 판매하는데, 동물약국이 동물병원보다 낮은 가격에 동물용 의약품을 팔아도 수익성이 높다는 뜻이다.
이처럼 동물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의 수가 늘자, 의약품 유통 기업과 약국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기업에서도 이런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의약품 유통기업 지오영은 올해 초를 기준으로 210만개의 동물용 의약품을 취급하고 있다. 2021년 100만개, 2022년 146만개, 2023년 186만개로 취급 품목은 매년 증가세다. 반려동물은 물론 소와 돼지 등 경제동물을 위한 의약품도 유통한다.
약국 프랜차이즈 운영 기업 휴베이스도 동물약국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동물용 의약품을 유통하는 기업 펫팜과 협력을 맺기도 했다. 반려가구가 늘고, 동물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의 요청도 늘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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