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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둔 美, 플랫폼서도 中과의 전쟁

[디지털 장벽 쌓는 세계]③
트럼프의 ‘틱톡’ 때리기…바이든 정부서도 이어져
美 ‘자국 우선주의’ 정책, 구글‧아마존 수혜 예상

'틱톡 금지 법안' 소개하는 워너 美 상원 정보위원장 모습.[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미‧중 빅테크 규제 전쟁은 끝날 수 있을까. 미국 대통령 선거가 오는 11월 이뤄지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 빅테크 기업에 강화하던 규제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된 틱톡 등 중국 빅테크 기업 때리기 정책은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어지고 있는데, 이번 선거에서 둘 중 누가 당선되든 대(對)중 규제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가 당긴 틱톡 금지 방아쇠 

지난 3월 미국 하원은 중국 정보기술(IT) 기업 바이트댄스가 소유한 플랫폼 ‘틱톡’을 미국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바이트댄스가 일정 기간에 틱톡 지분을 매각하거나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내려받을 수 없게 되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강제매각과 시장 퇴출 가운데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미국이 틱톡 퇴출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른바 ‘틱톡 금지법’이 현실화하려면 상원 의회까지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연방의회 차원에서 애플리케이션이 퇴출당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중국 견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미 정치권이 틱톡을 규제하는 명목상 이유는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바이트댄스를 통해 중국 정부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전체 인구는 3억 4000만명, 이 가운데 절반 수준인 1억7000만명가량이 틱톡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정치권 우려대로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넘어가는 것이 사실이라면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틱톡에 대한 규제는 2020년 트럼프 행정부에서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틱톡 인수 의지를 밝히자,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트럼프는 틱톡의 미국 내 사업체 관련 자산을 90일 안에 모두 매각하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는 행정명령에서 “바이트댄스가 미국 국가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도 “미국 사용자들의 개인정보가 악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만장일치로 이번 조치를 대통령에 권고했다”고 했다.

그러나 미법원은 틱톡의 손을 들어줬다. 미 상무부의 미국 내 틱톡 다운로드 금지 조치를 중단시켜달라는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미국 내 사용자 수가 1억명이 넘는 앱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고 한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페이스북과 아마존, 구글 등 미국 온라인 기업을 대표하는 사업자 단체 ‘넷초이스’가 틱톡을 옹호하기도 했다.

美 하원청문회서 발언하는 쇼우즈 틱톡 최고경영자.[사진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으로 이어진 中 견제…핵심은 '자국 우선주의' 

2021년,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미국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미국 의회와 정부의 틱톡 규제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달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틱톡의 미국 사업을 강제 매각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주요 내용은 270일 안에 틱톡 미국 사업을 매각하는 것이다. 대통령 권한으로 90일의 기한 연장을 한 차례 할 수 있지만, 이후에도 매각이 이뤄지지 않으면 틱톡 전면 퇴출당한다. 개인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은 당분간 사용할 수 있지만 새로 내려받거나 업데이트를 할 수 없게 돼 사실상 사장되는 셈이다.

저우서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아무 데도 가지 않을 것”이라며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을 암시했다. 저우 CEO는 동영상을 통해 “팩트와 헌법은 우리 편이며, 다시 승리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틱톡은 트럼프 정부 때부터 퇴출 위기마다 미국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외치며 버텨왔는데, 이번에도 적극적인 법적 다툼을 벌여보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중의 패권 경쟁이 플랫폼 시장에서도 이어지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 정부가 틱톡의 정보 유출 사실을 명확히 내놓지 못하면서 규제를 강화한다면 사실상 틱톡 규제는 정치적인 결정이라는 것이다. IT업계 관계자는 “(틱톡 규제가) 보안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중국 견제를 원하는 미국 민심을 반영한 정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국적을 따지지 않고 독과점 등 문제로 지적된 글로벌 플랫폼 기업을 제재하려던 미국이 자국 기업에 대한 규제는 풀었다”며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만 강화하는 모습을 보면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2021년 발의됐던 ‘미국 혁신 및 선택 온라인법(AICO)’과 ‘오픈앱 마켓법이OAMA)’이 모두 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해당 법안은 특정 플랫폼 기업이 자사 제품을 우대하는 등의 불공정행위를 했을 경우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아마존·구글도 규제 대상으로 거론된 바 있다. 하지만 미국 대표 기업 중 하나인 아마존이나 구글의 힘을 약화하면 중국 기업이 그 빈자리를 메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자, 미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사실상 철회된 셈이다. 또 다른 IT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위기마다 특혜를 통해 자국 기업을 살리는 ‘자국 우선주의’ 기조를 보여왔다”며 “이번에도 중국 때리기를 통해 페이스북, 구글, 아마존 등 미국 기업이 수혜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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