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숨돌린 조선업계, 눈앞에 놓인 ‘노조 리스크’에 다시 ‘살얼음판’
‘슈퍼사이클’ 본궤도…조선 빅 3, 동반 흑자 기록
임단협 과정 중 만난 ‘노조 리스크’에 다시 전전긍긍
원활한 협의 이뤄지지 않을 땐 매출 타격 우려도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올해 1분기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13년 만에 동반 흑자 기록을 전망할 만큼 ‘슈퍼 사이클’ 본궤도에 안착했으나, ‘노사 갈등’이라는 난관에 봉착했다. 역대급 호황을 맞이한 만큼 여러 쟁점에 대한 노조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조선업계의 고심은 짙어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조선 3사의 영업이익은 HD한국조선해양 1602억원, 삼성중공업 779억원, 한화오션 529억원 등이다. 세 기업 모두 흑자를 낸 것은 2011년 이후 처음이다. 다만, 조선 업계 전반에 부는 훈풍에도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았다. 노사 갈등이다. 이미 3년치 수주 물량이 쌓여있는 만큼 원활한 노사 협상은 더욱 중요해졌다는 평가다.
HD현대그룹의 조선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가 풀어야 할 노사 갈등은 ‘타임오프제’다. 해당 문제로 ‘임금 및 단체협상’(이하 임단협)은 시작부터 꼬였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사간 임단협 상견례는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 지부(이하 HD현대중공업 노조)와 사측의 ‘타임오프제’에 대한 입장 차로 연기됐다. 당초 이들은 지난 28일 임단협 교섭에 나설 계획이었다. 하지만 타임오프제 관련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해 임단협 상견례를 오는 6월 4일로 미뤘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의 ‘노조 활동’(노사 교섭 및 사내 노동자 고충 처리 등)을 근무 시간으로 인정해 회사가 급여를 주는 제도다. 한국에서는 지난 2009년 말 노사정 합의로 도입돼 지난 2010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4조 등에 따르면 타임오프제 한도는 10개 구간으로 규정하는데, 조합원 규모에 비례한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5000명~9999명 구간에 해당해 2만2000시간 이내로 타임오프제 사용이 가능하다. 노조 전임자의 경우 1인당 연간 2000시간을 면제받는다.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적용 인원은 2만2000시간을 2000시간으로 나눈 11명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근로 감독에서 법적 기준인 11명에서 무려 29명을 초과한 40명의 노조 전임자를 둔 것이 적발돼 시정명령을 받았다. 고용부의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시 HD현대중공업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된다.
이에 회사는 지난 5월 9일 타임오프제에서 허용하는 한도를 초과하는 29명의 노조 전임자들의 현장 복귀를 명령했다. 노조가 이에 응하지 않자 회사 측은 타임오프제 이슈 해결이 선행돼야 원활한 상견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임단협 상견례는 타임오프제 문제로 무산된 것이 아닌 연기된 것이며, 원활한 교섭 진행을 위해서는 관련 법령에서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교섭 위원 운영기준에 대한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며 “빠른 시일 내 상견례를 개최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노사는 30일 상견례를 갖고 올해 임단협을 시작했다. 이번 임단협은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오션으로 새롭게 출범한 이후 처음 진행하는 것이다. 한화오션 노사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두고 입장 차를 드러내고 있다.
RSU는 중장기 성과평가를 통해 주식 또는 현금을 임원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지난해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당시 마련한 ‘경영 목표’를 달성할 경우 RSU 300% 지급을 약속했다. 노사는 이 ‘경영 목표 달성’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노조는 경영 목표 달성이 단순 ‘선언적 의미’라 주장한 반면, 사측은 RSU 지급은 성과와 연관된 ‘성과급 개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에 한화오션 노조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을 인수할 때 전체 구성원들에게 RSU 300% 지급 등을 약속했으나,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니 300%를 지급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며 비판했다.
사측은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하반기 기준 경영 목표 미달성으로 인해 지급하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경영 목표액에 대해선 외부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잇따른 잡음이 들리는 HD현대와 한화오션과 달리 삼성중공업은 아직 잠잠하다. 현재까지 사측의 요구안을 전달받지 못한 상황인 탓이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창립 50년 만에 현장직 노조가 탄생한 만큼 노사관계 변화가 예상돼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제 막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국내 조선업이 자칫 노조리스크로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노사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노조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 중단으로 건조에 큰 차질이 생긴다. 수주 물량이 많이 쌓인 현 조선업계로서는 매출 등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한국형 헬기 ‘수리온’ 첫 수출...KAI, 이라크와 1358억원 계약
2류진 풍산 회장, 韓 재계 첫 트럼프 취임식 초청
3‘젊고·빨라진’ 포스코그룹, 2025년 ‘조직개편·임원인사’ 단행
4산업부, 내년 ‘산업·에너지 분야’ R&D 예산 5.7조 편성
5혼다·닛산, 합병 협의 공식화...“2026년 지주사 출범”
6로봇 제조 솔루션 전문 브릴스, 대구 수성알파시티에 로봇 R&D 센터 신설
7포항 호미곶한민족해맞이축전 개최..."2025년은 빛과 희망으로 물들길"
8경북도, 2024년 일자리 추진실적 우수시군 선정
9안동호반 자전거길, 전국 최고 자전거길 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