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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조 대어 ‘KDDX 사업’ 누구 품에 안기나… HD현대重·한화오션 갈등 장기화

‘수의계약’ vs ‘경쟁입찰’ 방식 두고 양사 갈등
수의계약시 HD현대重…경쟁입찰시 한화오션 유리

 HD현대중공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 조감도. [사진 HD현대중공업]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올 하반기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을 두고 특수선 분야 라이벌 HD현대중공업(이하 HD현중)과 한화오션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 사업의 첫 단추가 될 ‘상세설계·선도함 사업자 선정 방식’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다.

관련업계는 KDDX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예측한다.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방식을 두고 방위사업청의 장고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방위사업청은 아직 사업자 선정 방식에 대해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다. 수의계약 또는 경쟁입찰은 추후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 심의에서 결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말까지 업체 결정이 이뤄질 전망이었는데 양사 간 갈등이 극명하게 갈려 방위사업청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 같다”라며 “어느 쪽으로 결정이 나더라도 한쪽에서 가처분 신청을 하게 되면 그만큼 또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에 언제 결판날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KDDX는 스텔스 기능을 갖춘 대한민국 해군 차세대 주력 함정이다. KDDX 사업은 오는 2030년까지 해군의 6000톤(t)급 차기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사업이다. 사업 규모는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앞서 두 회사는 KDDX 관련 사업을 하나씩 따냈다. 함정 사업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개념설계는 한화오션이, 기본설계는 HD현중이 수주했다.

개념 설계는 함정의 초안을 그리는 것과 유사하다. 선형 및 함정의 개략적인 특성을 결정해 건조 계획서를 작성하기 위한 설계 단계다. 함정 기본 설계는 함정 건조 기본 지침서에 제시된 요구 조건을 구체화하는 것을 뜻한다. 함정에 탑재되는 무기체계 및 장비들이 포함된다.

HD현중 측은 그간 기본설계를 수행한 기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을 맡아온 관행에 따라 당연히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관행대로라면 KDDX 사업에선 기본설계를 수주한 HD현중이 우선협상대상자가 된다.

방위사업관리규정 89조에 따르면 ‘기본설계 결과(기본설계 시험평가 결과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시) 기본설계 주관기관이 계속해 상세설계 및 선도함건조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기본설계 참여업체가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계속 수행하게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화오션은 경쟁입찰을 주장한다. 한화오션은 해당 관행이 지난 2019년 방위사업관리규정 개정에 따라 예외 조항으로 바뀌었다는 부분에 집중했다. 해당 규정 자체는 특정한 사안이 없을 때 적용 하는데, 현재 특이 상황이 발생한 만큼 규정을 따르는 것 자체가 위배라고 한화오션은 주장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HD현중 직원들의 군사기밀 탈취·누설에 따른 실형 판결 및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에서 HD현중 임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HD현중의 ‘수의계약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3월 구승모 한화오션 컴플라이언스실 변호사가 경쟁사 임원의 KDDX 기밀유출 개입 정황에 대한 고발장 접수 관련 경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KDDX 사업 승자 결정할 열쇠는 ‘사업자 선정 방식’


하반기 예정된 KDDX 사업의 사업자 선정 방식이 경쟁입찰로 이뤄지면 보안 감점 1.8점을 적용 받는 HD현중보다 한화오션이 유리하다. 여태 함정사업에서 제안서 평가를 통해 나온 점수를 보면 대부분 소수점 이하에서 당락이 결정된 까닭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울산급 배치3(Batch-Ⅲ) 5~6번함 건조 사업이다. 해당 사업은 해군의 노후화한 초계함과 호위함을 대체하는 것으로 7917억원 규모였다. 지난해 7월 한화오션은 해당 사업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이후 11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우선협상자 대상 선정 당시 한화오션은 100점 만점에 91.8855점을 받았다. HD현중은 91.7433점을 얻었다. 한화오션이 0.1422점 차이로 근소하게 앞섰다. 승패를 가른 결정타는 보안 감점이었다.

지난 2022년 11월 방사청의 기본설계 업체 선정 과정에서 HD현중 직원 9명이 한화오션 KDDX 보고서(3급 군사기밀)를 불법 취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해당 직원들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HD현중은 무기체계 제안서 평가에서 1.8점 보안 감점 불이익을 받았다. 1.8점이라는 점수가 7917억원 규모의 사업 승패를 가른 셈이다. 이 감점 규제는 2025년 11월까지 적용된다.

수의계약으로 입찰이 이뤄질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통상 함정 연구개발은 기본 설계로부터 상세설계· 선도함 건조까지를 하나의 연구개발 과정으로 본다. 지난 2006년 방사청 출범 후 18번의 사업 가운데 17번의 함정사업은 모두 기본설계업체가 상세설계를 맡았다. KDDX 사업의 기본설계를 담당한 HD현중에 유리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함정의 기본설계는 2년 정도 소요된다. KDDX는 3년이 걸렸다. ‘한국형’으로 명칭이 붙은 사업은 체계·장비 대부분을 국산화하는데, 이에 따른 연구개발 과제가 많고 체계종합의 복잡성이 높아진 까닭이다.

이 과정에 많은 연구기관과 관련 업체들의 협업 체계가 구축됐고, 참여한 연구원과 엔지니어들의 학습도 상당 부분 이뤄졌다. 군(軍)도 요구조건 충족 여부 등을 검토하면서 같이 협업을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상세설계 업체가 기존과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사업 리스크(위험)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이해관계 속에서 쉽사리 풀리지 않는 KDDX 사업을 두고, 양사는 건조 효율 향상을 위한 생산설비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1000억원을 투입해 거제사업장 해양사업부의 유휴 부지에 수상함 2척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는 ‘수상함 실내 탑재 공장’과 ‘함정 전용 다목적 조립공장’을 신축에 착수했다. HD현중도 연초 함정 블록 작업장을 새로 만든 데 이어 날씨와 관계없이 작업이 가능한 쉘터 1개 동을 추가로 건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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