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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직원들에 “똑똑한 이단아 돼 달라”

한국은행 창립 74주년 맞아
“통화정책, ‘천천히 서두름’의 원칙 되새길 때”
디지털 전환 대응·연구영역 확장 등 강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한국은행 창립 제74주년 기념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 한국은행]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기업혁신의 주체로 주목한 ‘똑똑한 이단아’는 한국은행에도 필요한 존재입니다.”

1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창립 제74주년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우리 직원들이 때로는 틀에 얽매이지 않고 능동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똑똑한 이단아’가 되어 한국은행의 혁신을 이끌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누가 보상(credit)을 받을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격언을 인용해 직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는 “누가 보상을 받을지 따지기보다 모두가 성과를 공유한다는 마음으로 부서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힘을 합칠 때 한국은행의 실력은 배(倍)가 될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일이 잘못되었을 경우의 책임을 너무 걱정하지 않는다면 더욱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이 ‘한은사’에서 벗어나 ‘시끄러운 한은’으로 거듭나도록 하자는 것이 제가 취임 때부터 밝혔던 포부이고, 그 길을 향해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변화의 길, 그리고 가보지 않았던 길이 그저 편안하게만 느껴질 리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 수반되는 고통과 논란은 실력으로 이겨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통화정책 여건에 대한 평가도 내놨다. 그는 “지난 1분기 GDP성장률이 예상을 상회하는 등 우리 경제의 회복세가 당초 우려보다 나아진 모습을 보여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이러한 성장지표 뒤에는 수출과 내수의 회복세 차이가 완연하고 내수 부문별로도 체감 온도가 상이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물가상승률도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에 따른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진 데다 지정학적 리스크도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마지막 구간에 접어든 지금, 이러한 상충관계를 고려한 섬세하고 균형 있는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얼마 전 통화정책국이 작성한 블로그에서도 강조됐듯,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정책 결정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내세운 ‘천천히 서두름(Festina Lente)’의 원칙을 되새겨볼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기념사에서 통화정책 이외에 한은의 과제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올해 8월부터 반기에서 분기 단위로 세분화된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또한 현재 발표하는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전망 견해에 대한 효과 및 장단점 등에 대해 검토하고 개선방안을 찾아 나갈 계획이다.

이어 한국은행은 관행적으로 사용되는 CD금리를 대신해 실거래 기반의 무위험지표금리(KOFR)를 준거로 하는 금융상품 거래를 장려한다. 통화정책 파급경로의 유효성을 제고하고 관련 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에 힘을 보태기 위함이다. 더불어 한국은행 대출 적격담보 범위를 대출채권까지 확대하고, 필요 시엔 한은법 개정도 검토한다는 복안이다.

그는 디지털 전환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CBDC 활용성 테스트 추진 ▲글로벌 금융인프라 연구 프로젝트(Project Agorá) 적극 참여 ▲공공분야 망보안 정책 개선 첫 시범기관으로 참여 등에 나서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의 연구영역을 통화정책의 테두리 안에만 묶어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기후위기·인공지능 혁신 등에 따른 사회 대전환을 앞두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에 대한 해결 노력 없이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한국은행이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구조개혁과 관련해 목소리를 높이고 정부 및 유관기관과 긴밀히 소통하며 우리나라 최고의 싱크탱크가 돼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총재는 “법적 권한이 없는 한국은행이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것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비판적인 시각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권한이나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한국은행이 더 중립적으로 분석하고 장기적 시각에서 해결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 경제의 발전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한다는 책임감으로 구조개혁 과제에 대해 제언하는 역할을 계속해 나가야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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