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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신탁 돌려막기' 하나·KB證 기관 중징계…‘타 증권사 괜찮나’

만기 불일치 운용…고금리 시기 문제 불거져
‘큰 손’ 고객 수익률 보전 위해 '불건전 운용'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금융당국이 하나증권과 KB증권의 채권형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돌려막기 관행을 적발하고 기관 중징계 조치를 내렸다. 금융감독원의 랩·신탁 관련 첫 징계가 내려진 가운데, 불건전 운용이 적발된 다른 증권사들에 대한 조치도 이어질 전망이다. 

2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는 전날 오후 회의를 열고 하나증권과 KB증권에 대한 기관 제재 및 임원·담당자 제재 조치안을 의결했다.

두 회사에는 일부 영업정지 중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기관 제재는 ▲기관주의 ▲기관경고 ▲시정명령 ▲영업정지 ▲등록·인가 취소 등 다섯 단계로 나뉜다. 기관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돌려막기에 직접 가담한 실무 운용역 등 임직원들은 중징계 조치를 받았다. 이홍구 KB증권 사장 등 고유자금으로 고객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결정했던 당시 감독자 등에는 경징계 조치가 내려졌다. 감독자들은 증권사 고유자산을 활용해 고객의 투자 손실을 보전하는 과정에서 감독을 소홀히 했거나 의사결정에 참여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조치안은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제재가 결정될 예정이다.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한 제재를 시작으로 다른 증권사에 대한 제재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앞서 금감원은 9개 증권사 운용역이 만기가 도래한 계좌의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해 불법 자전거래를 통해 고객 계좌 간 손익을 이전해 온 사실을 적발했다. 당시 KB증권과 하나증권 외에도 한국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교보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금감원 검사를 받았다.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는 증권업계에서 관행처럼 이뤄졌다. 랩·신탁은 개별 투자자와 일대일 계약을 맺고 자금을 굴려주는 상품이다. 증권사들은 법인 고객 자금을 끌어들이고자 시중 예금금리에 1%포인트 정도 금리를 더하는 채권형 랩·신탁 상품을 판매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만기 미스매치(만기 불일치) 운용’을 일삼았다는 점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고금리 장기채권 또는 기업어음(CP)을 편입해 3개월 후 돌려줘야 하는 자금에 만기 1~3년짜리 채권을 더해서 운용했다. 

불법 자전거래 만연…고객 계좌 간 손익 이전도

이러한 관행이 금리 하락기나 금리 안정기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채권 투자는 금리가 낮아질수록 이익이 나는 구조인 만큼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이익이 컸다. 하지만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까지 터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채권 가격이 떨어졌고, 만기가 남은 채권을 시중에 팔때 수익률이 떨어지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큰 손’ 법인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사실상 원금을 보장해줬다. 이를 위해 회사가 PI(자기자본투자)로 인수하거나 아니면 다른 고객 계좌에 손실을 전가하는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손실을 보전해준 것이다. 

일각에서는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가 증권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하지만 모든 증권사가 같은 선택을 한 것은 아니다. 타 증권사들은 이번 관행에 대해 내부적인 점검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형 랩·신탁 돌려막기, 만기 불일치 운용 같은 것들은 계속 문제가 돼 온 부분”이라며 “내부적으로 다 점검하는 내용이기 때문에 저희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 금감원의 랩·신탁 관련 징계로 해당 증권사들의 평판에 금이 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 업무상으로 입을 타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무상 타격은 사실 없다”며 “일정 기간(3개월~6개월) 관련 업무를 정지하겠지만 기존에 있는 랩·신탁 운용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관련 새로운 업무를 이쪽에서 당분간 못하니까 평판 측면에서는 문제가 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랩·신탁 불건전 운용 행태가 문제로 떠오르자 금융당국은 관련 소비자 보호 규제 강화에 나섰다. 금융위는 지난 3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랩신탁을 통해 만기 미스매치 투자를 하려면 고객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 랩·신탁 계약을 체결하는 금융투자업자는 리스크관리 기준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했다. 기준에는 고객으로부터 동의 받은 만기를 준수해 투자하고, 금리 등 시장상황 변동이 있는 경우 랩·신탁 계약기간보다 만기가 긴 금융투자상품을 교체하는 등 투자자 손실 최소화 장치가 포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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