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 문제 해결의 솔루션이다 [EDITOR’S LETTER]
기업 생존 위해서라면 창업멤버도 쫓아낼 수 있어야

[이코노미스트 최영진 기자] 기업의 ‘사사’(社史)를 한 번이라도 봤다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양장본으로 수백 페이지 혹은 10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껍고 무거운 백과사전 같은 이미지다. 수많은 사진과 기업 연혁, 딱딱한 문장들로 채워져 있다. 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업가가 기업을 일으켜 세워 쓰러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한 정신, 이를 잘 보여주는 창업가의 어록 등이다. 하지만 사사를 정독해서 읽는 이는 드물 것이다. 사사는 창업가의 창업정신을 배우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목적이 있지만 사람들의 흥미를 끌기 어렵다. 재미가 없고 뻔한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2021년 7월에 출간된 ‘크래프톤 웨이, 배틀그라운드 신화를 만든 10년의 도전’은 투자사를 포함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화제가 됐다. 기존에 나온 기업과 창업가의 성공담을 담은 사사 등과 다르게 소설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1년 넘게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했던 덕분이다.
특히 ‘성공한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꼽히는 장병규 창업가가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간 크래프톤의 상황에 직면했을 때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제작과 경영의 분리라는 문화를 버리고, 이에 조직의 반발에도 밀어붙이는 창업가였다. 회의 시간에 펜을 던지고 험악한 말을 하면서 임원들을 다그쳤던 장면 등은 어떤 사사에서도 보기 힘든 창업가의 이면이었다. 장병규 창업가를 포함해 6명의 창업 멤버들이 갈등을 겪으면서 서로의 길을 갈 수밖에 없던 모습을 보면서 왜 창업 멤버들이 끝까지 함께 하는 게 힘든 일인지 잘 보여준다. 이 책의 저자가 “크래프톤 역사를 담은 이 책은, 결국엔 사람 이야기다”라고 밝힌 이유일 것이다.
결국 기업의 생사는 사람에 달려있음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조직 내의 반발에도 조직문화를 바꾸고, 뜻을 함께했던 이들이라도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 내치고,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구성원들을 심하게 다그치는 등 장병규 창업가는 크래프톤의 생존을 위해서 칭찬 대신 욕을 얻어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기업은 살아 있는 생물과 같다’라는 말은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것은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의 능력과 인성 그리고 시대의 운 등에 달려 있다는 다른 말일 것이다.
한때 성공한 창업가라고 칭찬을 받았던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구영배 큐텐 대표 등이 언론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기업의 성장 곡선은 매번 우상향을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온갖 어려움과 해결하기에 불가능해 보이는 사안이 생길 수도 있다. 이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 기업가, 즉 사람이다. 요즘 비판을 받는 창업가와 장병규 창업가의 차이를 느끼기 위해 다시 이 책을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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