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명가’ LG전자 수장, 투자자 앞에서 ‘라이프 솔루션 전환’ 일성
연 매출 1조원 이상 올리는 ‘유니콘 사업’ 발굴
“중점 추진 영역에서 영업이익의 75% 달성 목표”
[이코노미스트 정두용 기자]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 ‘가전 명가’로 통하는 LG전자의 수장은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앞에서 이런 비전을 제시했다.
LG전자는 21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인베스터 포럼’(Investor Forum)을 열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시장과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그간의 경과와 향후 계획을 공유하는 자리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대표이사 사장)가 직접 나서 중·장기 사업 포트폴리오 전략인 ‘2030 미래비전’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1년여간 추진해 온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의 경과와 방향도 소개했다. 그간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전환이란 비전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는 사업을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LG전자 유튜브 채널에서 온라인 생중계로도 동시에 열렸다.
조 CEO는 “지난 1년여간 미래비전 달성의 기반을 착실하게 다져 오는 가운데, 다양한 영역에서 ‘구조적 변화’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강한 자신감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목표 달성을 위해 일관성 있고 강력한 전진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에선 조 CEO 외에도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부사장) ▲이삼수 최고전략책임자(CSO·부사장) 등을 비롯해 냉난방공조(HVAC), 웹(web) 운영체제(OS) 콘텐츠·서비스, 구독 등 주요 사업 육성을 책임지는 담당 임원 등 주요경영진이 총출동했다.
LG전자 측은 이번 행사에 대해 “최고경영진이 직접 나서 시장과 소통해 중·장기 전략 추진에 따른 경과와 계획을 투명하게 알리고자 하는 취지”라며 “미래 비전 발표와 주주총회 등에 이어 이번 행사에 이르기까지 대표이사를 포함한 주요 사업 책임자가 직접 시장과 이해관계자 소통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조 CEO가 발표한 ‘2030 미래비전’은 가전을 넘어 홈·커머셜·모빌리티·가상공간 등 고객의 삶이 있는 다양한 공간에서 고객 경험을 연결하고 확장하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으로 변화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위해 미래 지향적 사업구조로 포트폴리오 전환을 추진하고 ‘7·7·7’을 달성하겠다는 중·장기 비전이다. LG전자는 구체적으로 연평균성장률 및 영업이익률 7% 성장과 기업가치(EV/EBITDA 멀티플) 7배 달성을 목표로 제사한 바 있다.
LG전자는 이날 2030 미래비전의 재무적 목표의 중간 진척 상황을 공유했다. 올 상반기 경영실적(LG이노텍 제외)을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가율은 8%, 영업이익률은 6%, EV/EBITDA 멀티플은 4배 수준이다.
4대 방향성 제시
조 CEO는 이날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 방향과 경과에 대한 설명도 진행했다. LG전자는 ▲기존사업의 성장 극대화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 확대 ▲기업간거래(B2B) 사업 가속화 ▲신사업 육성 등의 전략 방향 아래 포트폴리오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기존사업의 성장 극대화는 가전·TV 등 성숙단계에 접어든 주력사업의 한계를 돌파하고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시도다. 일회성 판매에 그치던 가전 사업에 서비스를 결합해 구독 사업을 펼치고 있다. 소비자직접판매(D2C) 확대로 고객 선택 폭을 넓히고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단 취지다.
조 CEO는 이러한 시도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주력사업의 꾸준한 성장과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국내 가전 매출은 한국 가전 시장의 두 자릿수 이상 역성장에도 가전 구독 등으로 신규 수요를 창출하며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시장에서도 제품·가격 커버리지 및 D2C 확대에 힘입어 최근 3년간 가전 매출이 전체 시장 대비 1.5배 이상 성장했다.
플랫폼 기반 서비스 사업은 전 세계에 판매된 수억 대 제품을 일종의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콘텐츠·광고·서비스 수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LG전자는 이와 관련 TV 사업의 지향점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플랫폼 기업으로 삼았다. webOS 광고·콘텐츠 사업도 지속하는 점도 이 전략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이후 webOS 플랫폼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 연평균성장률은 64%에 이른다.
B2B 가속화의 경우 디지털화·전기화 등 시장 변곡점과 연계해 자동차부품·냉난방공조(HVAC)·스마트팩토리 등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오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B2B 비중을 45% 수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난 2021년 27% 수준이던 B2B 비중은 올 상반기 35%까지 올라갔다.
전장 사업은 수주 잔고 100조 원 이상을 확보했다. 디지털 콕핏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고 있다. 사업 확장을 위한 글로벌 생산지 투자도 활발하다. 냉난방공조 사업은 인버터·히트펌프 등 기술력을 앞세워 고효율·친환경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칠러(Chiller) 등 냉각시스템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칠러는 냉매로 물을 냉각시켜 차가운 바람을 만들고 대형 건물 등에 냉방을 공급하는 설비다.
LG전자가 최근 본격화한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60여 년의 제조 노하우에 AI·로봇 등을 접목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회사 측은 “LG그룹 내 다양한 산업군에서 검증된 역량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대할 것”이라며 “올해 말 기준 수주액은 2500억 원 이상 달성을 예상한다”고 전했다.
유망 신사업 영역 투자도 지속한다. 상업용 로봇은 AI 기반 소프트웨어 중심 로봇(SDR·Software Defined Robotics) 역량 확보, 전기차 충전 사업은 글로벌 유력 파트너와 협업해 사업 기회 확보에 매진한다.
“매출 1조원 이상 내는 새 사업모델 발굴 중”
LG전자는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성과를 내며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한 주요 사업에 대해도 소개했다. 조 CEO는 “LG전자는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벤처를 유니콘 기업으로 부르는 것에서 착안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하는 과정에서 연 매출 1조원 이상을 내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유니콘 사업’으로 부르고 있다”며 “가전 구독의 경우 이미 지난해 연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유니콘 사업’ 위상을 확보했고, 가까운 시일 내에 또 다른 유니콘 사업 등극이 기대되는 시드(Seed) 사업군들도 본격적인 성장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CEO는 특히 가전에 서비스를 결합한 ‘구독 사업’의 성과를 강조했다. 이 사업은 판매 시점에 일회성 매출과 수익이 발생하는 제품 중심 사업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제품에 최적화된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 고객과 관계를 유지하고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구독 사업은 지난해 연 매출 1조1341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년도 대비 33% 성장한 수치다. 올해 가전 구독 매출은 60% 가까이 올라 1조80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LG전자 측 가전 구독의 고속 성장비결로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을 꼽았다. 회사 측은 “고객은 초기 구매 부담을 낮추고, 원하는 기간만큼 전문가의 관리를 받으며 가전을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다”며 “구독 기간 무상서비스도 유지된다”고 전했다. LG전자 국내 가전 매출 가운데 구독 비중은 작년 15%에서 올해 20%를 넘어섰다. LG베스트샵에서 정수기를 제외한 대형 가전 구매 고객 중 35% 이상이 구독을 선택하고 있다.
webOS 기반 광고·콘텐츠 사업은 전 세계 수억 대 제품을 플랫폼으로 삼아 추가 수익원을 창출하는 모델이다. 올해 매출은 지난 2021년 대비 4배 성장하는 1조 원을 넘길 전망이다. LG전자는 이 사업의 고속 성장을 위해 ▲모수(母數) 확대 ▲수익모델 다변화 ▲사업역량 강화 등에 드라이브를 건다.
플랫폼 사업의 특성상 모수에 해당하는 제품이 많을수록 사업 규모가 커진다. LG전자가 지난 10여 년간 판매한 스마트 TV는 2억2000만 대에 이른다. LG전자는 자체 OS가 없는 외부 업체에도 webOS를 판매 중이다. LG전자를 제외한 타 브랜드가 판매한 webOS TV는 1000만 대를 넘어섰다. webOS 탑재 기기는 TV에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스마트 가전 등으로 확장해 나간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에서는 글로벌 유력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LG전자는 webOS로 고객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광고·서비스 등의 수익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글로벌 29개국에 3800개 이상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LG채널’이 대표적이다. LG전자는 향후 성장성이 큰 게임이나 고객 취향 기반 맞춤형 쇼핑, 건당 개별 결제 콘텐츠인 TVOD(Transactional Video On Demand) 등으로 서비스를 다변화해 나간다.
webOS 플랫폼 사업역량 강화를 위해서는 2027년까지 1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세계 4000개 이상 콘텐츠 파트너와 협업을 이어가는 동시에 데이터 분석업체 알폰소(alphonso)의 맞춤형 광고 솔루션 확대에도 속도를 낸다.
LG전자 냉난방공조 사업은 가정용 에어컨부터 빌딩·학교·공공기관 등의 상업용 에어컨·공장·발전소 등에 들어가는 산업용 공조시스템과 보일러를 대체하는 히팅 영역 등 폭넓은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있다. 탈탄소·전기화 등의 시장 변화 흐름을 타고 빠르게 성장하는 핵심 사업 가운데 하나다.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최근 새롭게 대두되는 액침냉각 등의 신규 솔루션도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최근 AI 열풍에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구축 수요가 늘어나며 냉각시설로 활용되는 칠러 사업의 기회가 새롭게 열리는 추세”라며 “칠러 사업의 최근 3년 연평균성장률은 15%를 넘어섰고, 같은 기간 해외 매출은 2배 이상으로 늘었다”고 전했다.
LG전자는 중·장기 목표인 2030 미래비전 달성을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혁신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다. 이를 통해 ▲플랫폼 기반 서비스사업 확대 ▲B2B 전환 가속화 ▲신사업 육성 등의 중점 추진 영역에서 오는 2030년 전사 매출의 50%, 영업이익의 75%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조 CEO는 “이미 이러한 목표는 빠르게 현실화하고 있다”며 “높은 성장성과 안정적 수익 확보가 가능한 사업구조로의 변화를 추진하며 LG전자의 가치를 보다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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