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도 신공항 공사 세 번째 ‘유찰’…“경제성 무시한 정치적 결정 부작용”
현대건설 컨소시엄 단독 입찰
경쟁 없으면 입찰 성립 안 돼
조달청·국토부 입찰 재공고…9월5일까지 PQ 접수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가덕도 신공항 부지 조성 공사’ 입찰이 또 유찰됐다. 10조53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사업이지만, 건설사들이 입찰을 꺼리면서 세 번이나 입찰이 미뤄진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마감된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 입찰에 현대건설 등 25개 사가 꾸린 컨소시엄 한 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문제는 국가계약법에 따라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경쟁 입찰을 원칙으로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단독 입찰은 인정받지 못한다. 국토교통부는 조달청에 재공고를 요청했다. 참여를 희망하는 업체는 9월5일까지 사전심사(PQ) 신청서와 공동수급 협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5월과 6월, 8월 세 차례 입찰을 진행했다. 1차 입찰에서는 건설사가 한 곳도 지원하지 않았다. 2차에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이 꾸린 컨소시엄 1곳만 PQ를 제출해 단독 응찰했다. 3차에서도 마찬가지 결과가 반복됐다. 포스코이앤씨가 현대건설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을 제외하면 달라진 것은 없었다. 컨소시엄을 구성한 주요 건설사의 지분율은 현대건설 25.5%, 대우건설 18%, 포스코이앤씨 13.5% 순으로 알려졌다.
건설사들이 해당 사업을 외면하는 것은 그만큼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섬에 공항을 만들기 때문에 육상과 해상에 걸쳐 기반을 닦아야 하는데 그만큼 고난도 공사로 분류된다. 그런데 정부가 개항 시점을 2029년을 잡고 있어 공사 기간이 짧다는 점이 난제로 지적된다. 당장 사업을 시작해도 6년 안에 공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뜻이다. 인천공항은 1단계 건설에 9년 정도가 소요됐다.
전문가들은 공사 기간을 늘려 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수심 깊은 바다 일부를 매립하는 공사가 요구되는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공사가 어려워 예정된 시간에 마무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가덕도 신공항 개항 목표 시점은 2035년 6월이었다. 그런데 ‘2030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해 2029년 12월로 5년 이상 개항 시기를 당겨 잡았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당장 부산 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 무리하게 개항할 필요가 없어진 상황에서 이 일정을 고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 사업이 경제성보다 정치적 문제로 결정되면서 부작용이 심화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동남권 신공항’ 건설 후보지로 가덕도가 거론됐지만 2016년 해외 컨설팅을 받는 결과 안정성과 경제성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김해국제공항을 확장하는 게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2021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모두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찬성하면서 특별법까지 만들어 예비타당성조사도 받지 않고 해당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여기에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필수 시설이라는 명분까지 더해지면서 무리한 입찰이 진행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재공고를 통해 계획대로 신공항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가덕도 신공항 부지 공사 사업은 기본적으로 경쟁 입찰 구도를 만들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며 “(4차 입찰 시한인) 9월 5일까지 경쟁입찰 구도가 성립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시공사가 어떤 형태든지 선정되면 올해 중으로 착공에 들어간다는 약속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며 “업체 선정 과정이 끝나면 저를 포함한 국토부 간부진과 실무진이 모든 프로세스를 점검하고 재정립해 2029년 개항에 차질이 없도록 다듬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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