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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걱정에 금리 동결한 ‘한은’ vs 아쉽다는 ‘용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정부의 안일한 대응, 집값 상승 부채질 지적 받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사진공동취재단]

[이코노미스트 이병희 기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직후 대통령실에서 “아쉽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은이 급격한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고려해 기준금리를 동결했는데, 정작 부동산 정책 실패로 문제를 키운 정부가 책임을 외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지난 22일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이날 하반기 두 번째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현 기준금리(3.5%)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기준금리는 13차례 동결됐다.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데 대한 소수 의견은 없었다. 금통위원들은 만장일치로 동결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를 안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수준만 봤을 때는 금리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가격과 그로 인한 가계부채 증가에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며 “내수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는 반면에 금융 안정 측면에서는 지금 들어오는 신호를 막지 않으면 조금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한은이 내수 회복세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예상보다 더디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5월 전망치보다 0.1% 포인트 낮춘 2.4%로 제시했다. 한은은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지정학적 리스크도 증대됐다”며 “내수는 회복 흐름을 재개했지만, 회복세가 더딘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결국 기준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결정적 요인은 부동산 문제였던 셈이다.

대통령실은 한은의 금리 동결에 대해 아쉬움을 밝혔다는 점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정부는 최근 내수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에서 소비를 살려야 하는 입장”이라며 “금리 결정은 금통위 고유 권한이지만 내수 진작 측면에서 보면 아쉬움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독립된 통화정책 기관인 한은의 금리 결정에 이런 반응을 드러낸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은 23일 “오히려 독립성 있으니 아쉽다고 표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건 전제 조건”이라며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뒤늦게 아쉽다고 한 것 아니냐“고했다.

문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게 만든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정부가 자초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집값이 요동치기 시작한 초기에도 대책 마련에 소홀해 부동산 시장 혼란을 만들어 놓고, 이를 우려하는 한은 결정에 아쉽다고 표현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특례보금자리 대출 등 저금리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게 길을 열고,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시행을 연기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했다”며 “부동산 시장 문제는 한은이 아니라 정부가 아니라 걱정해야 할 일”이라고도 했다.

실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집값 상승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에 대해 “추세적 상승 전환은 없을 걸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우리나라 경제,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여러 문제가 집값을 급등시킬 힘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역적으로나, 일시적으로 빚어진 ‘잔등락’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수그러들지 않자 일주일 만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참석한 부동산 관계장관회의에서 ‘더 많은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그래도 집값이 오르자 정부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 등의 내용을 담은 ‘8‧8주택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수도권 주택담보대출에만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적용하는 '핀셋 규제'를 내놨다.

그런데도 집값 상승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 폭은 0.28%를 기록했다. 서초구(0.59%), 송파구(0.48%), 강남구(0.39%)를 중심으로 상승 거래가 이어졌다.

한편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에 대해 “비아파트 공급 차질로 중장기적 공급 애로에 대한 불안 심리가 있고 금리 인하 기대감도 많이 작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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