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꿈’ 증권업 재도전, 시작부터 ‘손태승 리스크’ 암초
[우리금융 덮친 태풍] ③
우리투자증권, 10년 내 초대형IB 도약 ‘청사진’
대주주 적격성 발목…신사업 진출·M&A ‘빨간불’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10년 만에 재출범한 우리투자증권(우투증권)이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 대한 우리은행의 부정 대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신규사업 진출은 물론, 인수합병(M&A)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당분간 어려워질 거란 우려가 나오면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금융은 오랜 꿈이었던 증권사 출범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우투증권은 신생 증권사답지 않게 전통 기업금융(IB) 영역에 진출한다고 공표해 눈길을끌었다. 우투증권은 5년 안에 업계 10위권에 진입하고 10년 안에 초대형투자은행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서는 신사업 라이선스 확보 등으로 외형 확장이 절실하다.
우투증권이 한국포스증권 인수를 통해 확보한 라이선스는 펀드 판매와 관련한 제한적인 투자중개업과 투자매매업 인가 뿐이다. 이에 우투증권은 지난달 금융위원회에서 증권 전체에 대한 투자매매업과 투자중개업 인가를 받는 데 성공했다. 이에 더해 경쟁 증권사가 보유 중인 집합투자업과 장내·외 파생상품 등과 관련한 라이선스도 필요하지만 우리금융에서 발생한 부적정 대출 건으로 성공할지가 미지수다.
금융투자사는 업무나 다루는 상품 등을 확장할 때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이 최근 부정대출 건으로 징계를 받게 되면 100% 자회사인 우투증권도 영향을 받게 된다. 100% 자회사인 우투증권이 계획했던 신사업 진출은 물론 M&A도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당분간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또 있다. 그룹 산하 계열사들도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구 우리종합금융(현 우투증권)과 우리저축은행 등에 대한 대출 비리 이슈를 들여다보고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투증권은 우리금융의 100% 자회사다. 모회사 금융지주사에 문제가 발생해 징계까지 받을 경우 자본시장법에 따라 자회사의 신사업 진출은 불가능해진다. 현재 우투증권은 신규사업 진출은 물론 추가 M&A까지 보폭을 넓히며 ‘종합증권사’를 목표로 천명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금융위원회로부터 신규사업 라이선스를 획득해야 한다. 현재까지 우투증권은 추가 라이선스 취득 작업도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 7월 증권선물위원회는 한국포스증권과 우리종합금융의 합병과 함께 금융투자업 변경 예비 인가와 업무 단위 추가 등록안을 의결했다.
금융당국 ‘엄정 대응’ 시사…신사업·M&A 적신호
징계가 확정되지 않아도 사실상 신사업 진출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카카오나 키움증권 등이 오너리스크로 신사업 진출에 발목을 잡힌 것이 그 예다. 카카오의 경우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혐의를 받으면서 카카오뱅크가 신사업 진출을 하지 못했다. 키움증권 역시 지난해 초대형IB 인가를 신청할 계획이었으나 오너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전 회장의 주가 조작 사태 연루로 무산됐다. 금융당국이 증권사에 초대형IB 인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재무 요건뿐 아니라 대주주 적격성과 내부 통제 시스템 등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당시 김 전 회장은 키움증권을 통해 미공개 투자 정보를 전달받아 주가 폭락 직전에 주식을 팔아치웠다는 의혹을 받았다. 그러다 지난달 말 검찰이 1년간의 수사 끝에 김 전 회장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업계는 키움증권이 오너리스크를 청산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증권의 경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관련한 대주주 적격성 문제를 풀지 못하면서 발행어음 라이선스가 없는 상태다. 삼성증권은 2017년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던 이재용 회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되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발목이 잡혀 발행어음 사업 진출이 좌초된 바 있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금융당국에 신청한 발행어음 사업 인가와 관련해 대주주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인 사유로 인해 심사가 보류될 것임을 통보받았다”라고 공시했다.
앞서 금융투자업계 사례를 살펴보면 우투증권 역시 ‘오너리스크’에 따른 대주주 적격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8월 25일 우리금융 경영진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법 권한을 최대한 가동해서 검사·제재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제때 보고가 안 된 건 명확하므로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당대출 수습도 담당자가 퇴사할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이뤄졌다”라며 “새로운 지주 회장·은행장 체제가 1년 넘게 지속됐는데 이러한 수습 방식은 과거의 구태를 반복하는 것”이라고도 비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이복현 금감원장이 우리금융에 대해 매우 강한 수위로 비판적인 언급을 하는 등 엄정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그만큼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영실패로 기업 경영활동에 악영향을 끼치는 ‘오너리스크’는 금융사들에게 치명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으로 금융사는 ‘신용’이 생명인 까닭에, 대주주에 대해 보다 엄격한 법적 요건을 요구한다. 여기서 막히게 되면 사업 등에서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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