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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유니콘의 현재와 미래 [동남아시아 투자 나침반]

동남아시아 전체 유니콘 54개…한국보다 2배 이상 배출
인공지능(AI)·헬스케어·전기오토바이 분야에서 차기 유니콘 나올

앤서니 탄(오른쪽) 그랩 최고경영자(CEO)와 공동 창립자 후이링 탄이 2021년 12월 싱가포르의 한 호텔에서 나스닥시장 상장을 축하하는 기념식을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상상의 동물 ‘유니콘’은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유니콘 기업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말한다. 2013년 벤처투자자인 에일린 리가 스타트업이 상장 전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으로 성장하는 것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유니콘과 같이 희귀하다는 의미로 처음 사용하였다. 당시 유니콘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39개에 불과했지만 현재 1400개가 넘는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했다. 각국 또는 지역의 유니콘 기업의 개수가 몇 개 되는지가 스타트업 생태계 성공의 중요한 척도로 자리잡았다.

동남아시아에서는 2013년 첫 유니콘이 탄생했고, 2023년 말 현재 전체 유니콘 기업은 54개다. 스타트업 역사는 짧지만 거대 시장의 잠재력을 바탕으로 한국보다 약 2배 이상의 유니콘 기업을 배출했다. 

핀테크·물류·IT 분야에서 동남아시아 유니콘 배출

2017년까지 동남아시아의 유니콘 기업은 전자상거래·승차공유 서비스·게임 관련 분야에서 탄생했다. 2019년부터 핀테크·물류·IT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달기 시작했다. 2023년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한 두 개의 스타트업은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의 반도체와 양어장 스마트 사료 제공 기술을 가진 기업이다. 

동남아시아에서 유니콘 기업을 가장 많이 배출한 분야는 핀테크로 15개(28%)다. 디지털 금융분야에서 매출은 2021년 150억 달러(약 20조원)에서 2023년 300억 달러(약 40조원)로 2배가 늘어났고 연 성장률도 33%에 이른다. 동남아시아는 전체 인구의 약 27%, 성인의 약 50%만이 은행계좌를 가지고 있어 전통 은행에서도 매년 약 40%의 이용자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 은행의 이용자는 그보다 1.5배나 높은 매년 60%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런 폭발적인 성장을 바탕으로 이 분야에서 유니콘 기업이 지속적으로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핀테크에서도 디지털 자산운용과 디지털 대출분야가 특히 유망분야로 꼽히고 있다. 2030년에는 2023년 대비 디지털 자산운용은 약 7.5배, 디지털 대출은 약 5배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전통적인 금융기업도 상대적으로 간소화된 온라인 서비스 제공을 바탕으로 오프라인 서비스와 결합된 비즈니스 모델을 찾고 있다. 

가장 많은 유니콘 기업을 배출한 나라는 싱가포르로 26개(48%)다. 그 뒤를 인도네시아(17개, 31%), 베트남(4개), 태국(3개) 등이 차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경우 스타트업들이 처음부터 싱가포르에 본사를 설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의 규모가 커짐에 따라 법령체계나 세금 문제 그리고 자금 조달 등의 이유로 싱가포르로 이전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싱가포르의 유니콘 기업 리스트에는 최초 인도네시아나 말레이시아 등에서 창업했다가 몇 년 후 싱가포르로 이전한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각 나라의 1호 유니콘 기업은 무엇일까. 라자다(Lazada)는 2013년 동남아시아 및 싱가포르 최초 유니콘 기업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2016년 중국 공룡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에 인수됐다. 브이엔지(VNG)라는 게임기업은 2014년 베트남의 유니콘으로 성장했고, 승차공유 기업 고젝(Gojek)은 2016년 인도네시아의 유니콘 기업 리스트에 포함됐다. 태국에서는 2021년 플래시(Flash)라는 물류기업이 최초의 유니콘으로 꼽히고 있다. 이 외에도 필리핀의 민트(Mynt)라는 핀테크, 말레이시아의 카섬(Carsome)이라는 중고차 거래 플랫폼이 자국 최초 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필리핀 최초의 유니콘 민트의 계열사 지캐시(GCash). [사진 GCash]

미래의 유니콘 AI·헬스케어·전기오토바이 분야에서 나올 것

동남아시아 유니콘 중 상장사는 총 9곳이 있다. 1호 상장사는 게임관련 하드웨어 업체로 잘 알려진 레이저(Razer)로 2017년 홍콩에서 상장했다. 동남아시아 스타트업 시(SEA)는 2017년 처음으로 미국 시장에 상장했다. SEA이후 그랩(Grab)과 부동산 플랫폼 프로퍼티구루(Property Guru)가 미국에서 상장하는 데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유니콘 부카라팍(Bukalapak)·블리블리(Blibli), 고토그룹(Goto Group, 고젝과 토코피디아(Tokopedia) 합작법인)은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상장했다. 나노필름(NanoFilm)은 싱가포르 시장에서 상장에 성공했다. 인도네시아 스타트업들은 인도네시아 주식시장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럼 기존 분야 이외에 동남아시아에서 유니콘 기업이 될 다음의 업종은 어디일까? 투자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헬스케어·전기오토바이 분야를 꼽고 있다. 

더 많은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 내기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는 동남아시아 기업에 적합한 상장 시장을 찾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남아 벤처시장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동남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한국·중국 등 벤처시장의 역사와 세계적으로 투자의 흐름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동시에 봐야 가능하다. 

김상수 리겔캐피탈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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