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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MBK파트너스, 오너家 경영권분쟁 개입 잇따라

[고려아연 vs 영풍의 전쟁]⑤
작년 한국앤컴퍼니 형제 지분 다툼 참전…공격적 투자 노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 명분 내세워…시장 평가 엇갈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지난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아시아 최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의 대립이 심해지고 있다. 그간 국내에서 PEF의 경영권분쟁 개입 사례가 많지 않았던 터라 이번 경영권 인수 시도 배경에도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MBK의 공개매수 성패가 향후 PEF의 투자 양상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며 주목하고 있다.

공개매수 등을 통한 경영권 확보 전략은 미국 등 선진 자본시장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다만 오너 경영 기조가 뿌리 깊은 국내에서 PEF는 기업 오너 간의 경영권분쟁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룰’로 여겨졌다. 갈등을 부추기는 모양새로 비춰질 경우, ‘경영 효율화를 통한 기업가치 상승’이란 PEF의 투자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서다. 

PEF 출자금에 공적자금이 상당 부분 포함된 것도 이 같은 경향을 공고히 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기관 전용 사모펀드의 경우 펀드 결성에 연기금의 출자금이 상당한 비율을 차지한다. 때문에 운용사는 출자자(LP) 평판 유지를 위해 논란을 만들만한 투자를 피해 왔다. 그동안 재계 오너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자금 조달에 PEF를 활용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추진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특히 이번 거래에서 MBK는 경영권분쟁에 개입함은 물론 연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고려아연 진영을 폄훼하는 등 공격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과거 잡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비밀리에 투자를 진행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MBK가 고려아연 입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투자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겠다는 의지가 크다는 것”이라며 “다만 MBK의 일부 주장은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정당성과는 거리가 먼 것들이라, 적대적 M&A가 아니라는 호소가 무색할 만큼 적의가 드러난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자금조달 시장 경색…공격적 투자 노선 선회

MBK가 오너 간 경영권분쟁에 본격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서다. 지난해 12월 형제간 진행된 한국앤컴퍼니 경영권분쟁에 참여했다. 당시 MBK는 장남인 조현식 고문, 차녀 조희원 씨와 합세해 차남인 조현범 회장과 맞섰다. 조 회장은 지분 42.03%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MBK는 공개매수를 통해 시장에서 20~27%가량의 지분을 취득하고,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최대 56.86%의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 이를 통해 경영권을 획득하고, 조 회장의 사법 리스크와 부실한 지배구조 등을 전문 경영인 체제로 해소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MBK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오너리스크 해소와 이를 통한 밸류에이션 상승을 명분으로 제시했다. 또한 전문 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경영 효율화를 이끌고 그간 투자 경험으로 축적된 네트워크를 활용해 사업을 세계로 확장한다는 청사진도 밝혔다. 일반적으로 투자 기간을 길게 가져가는 PEF의 특성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가격을 높이는 강수에도 MBK의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는 결국 실패로 끝이 났다. 그럼에도 당시의 경영권 인수 시도는 PEF가 경영권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MBK가 투자 노선을 공격적으로 바꾼 배경을 두고 달라진 해외 자금조달 시장의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가들의 아시아 펀드에 대한 출자 기조는 점차 보수적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한국과 일본에서의 투자 성과를 통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MBK가 이전보다 공격적인 형태의 투자를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국내 PEF 투자판도 바뀔까…부정적 여론 확산 우려도

MBK의 이번 고려아연 인수 시도는 향후 국내 PEF의 투자 판도를 바꿔 놓을 수 있어 주목받는다. 경영권분쟁 이슈가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PEF의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식 가치가 저평가된 국내 기업의 밸류업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LP들의 반발도 적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MBK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는 자본시장 입장에서 환영할 일”이라며 “고려아연뿐 아니라 저평가된 국내 상장사 주주들이 가진 그 외의 다양한 권리를 재평가받을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최대주주인 영풍과 합세한 이번 고려아연 공개매수의 경우 앞선 한국앤컴퍼니 사례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국내 대형 하우스인 MBK가 이번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면 향후 유사한 투자 사례가 많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PEF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의 확산 등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행동주의 펀드’ 행보를 보이는 MBK를 두고 재계가 어떤 평가를 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알려진 현대차(고려아연 지분 5.05%)‧한화(7.75%)‧LG화학(1.89%) 등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여기에 사모펀드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고 역할론이 주목받는 상황에서 PEF 운용사에 자금을 대는 국내 기관 투자자들도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이번 사례는 기업 오너가에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던 사모펀드가 언제든 반대편에 설 수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남길 것”며 “MBK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성공하더라도 사모펀드 1대 주주를 원치 않는 재계 오너가의 성향을 고려할 때 이사진 교체 등 기업경영 사안마다 협조가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경영권분쟁이 정치권으로 번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나아가 사실상 외국계 자본으로 구성된 MBK이기 때문에 기간산업 및 핵심기술 해외 이전 이슈로 사태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 차원에서 문제를 지적하면 경영권 인수 시도 자체가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실제 김두겸 울산시장이나 지역사회의 반발이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은 올해 국정감사에 김병주 MBK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황이다. 검찰 또한 최근 영풍 장형진 고문 등에 대한 배임 혐의 고소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오른쪽)과 강성두 영풍 사장이 이달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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