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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로 주목받은 금양, 어쩌다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위기에 몰렸나

“미래 성장성 과다하게 부풀렸나”
잇단 허위 공시 논란에 주주 혼란

금양 본사.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이차전지 소재 기업 금양이 몽골에서 개발하고 있는 리튬 광산 생산 실적 전망을 대폭 축소하면서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위기에 몰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2일 장 마감 이후 몽골 광산 실적에 대한 정정 공시로 논란이 된 금양에 대해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예고를 했다.

금양은 지난해 5월 10일 몽골 광산개발 회사 몽라(Monlaa LLC)의 지분을 취득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당시 금양은 해당 투자로 매출액 4024억원, 영업이익 1609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해당 공시 다음 날 금양 주가는 18.12% 급등했다.

그러나 금양은 지난달 27일 몽골 광산의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를 각각 4024억원에서 66억원으로, 1610억원에서 13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정정된 매출과 영업이익 추정치가 기존에 비해 각각 1.4%, 0.8% 수준으로 터무니없이 낮아진 것이다. 

금양은 정정공시 이유를 설명하는 입장문에서 지연 사유로 몽골 측과의 사업 추진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와 지난해 하반기 굴착에 필요한 채굴용 설비 기초 공사 기간이 지연됐다는 점을 들었다. 올해 2분기 시설 설치가 완료된 이후에는 박토량(채굴을 위해 깎아낸 흙·암석의 양) 증가로 인해 광석 확보가 늦어졌으며, 향후 채굴이 궤도에 오르면 매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게 금양 측 설명이다.

급감한 실적 추정치에 거래소는 최초 몽골 광산개발 회사 투자 공시를 ‘거짓 또는 잘못’으로 규정하고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 벌점과 제재금이 부과되고, 벌점이 누적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에도 유사 사례가 재발하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금양은 지난해 5월에도 자사주 처분 계획 발표를 지연 공시한 이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바 있다. 

다만 거래소에 따르면 금양은 지난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지 1년이 지나 누적 벌점이 0.2점으로 ‘0’(제로) 수준이다. 벌점은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소멸하기 때문이다. 

잇단 허위 공시 논란…유상증자 부담도 

거래소 관계자는 “관리 종목이 지정이 되려면 추가로 1년 이내에 15점을 신규로 받아야 된다”며 “관리 종목으로 지정된 이후 1년 이내에 다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이 계속돼서 또 15점을 초과해서 벌점을 받게 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양의 경우 위원회나 최종결정이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양의 허위공시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금양은 지난달 19일 장 마감 후 2조3000억원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미국 ‘나노테크’라는 회사에 2025년부터 2030년까지 6년간 ESS, UPS 등에 탑재되는 배터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소식에 다음날 주가는 24.6% 급등한 6만200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금양은 뒤늦게 공급계약을 ‘총판계약’으로 수정했다. 실제 판매 계약을 맺은 게 아니라 향후 미국에 배터리를 수출할 경우 나노테크에 독점 판매권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결국 이날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하며 5만3700원에 장을 마쳤다. 

잇단 금양의 오락가락 공시 행보에 증권가에선 ‘의도된 실수’가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까지 나왔다. 

불안한 건 개인투자자들이다. 금양이 몽골 광산 실적 추정치 하향조정한 날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발표해서다. 

금양은 지난달 27일 장 마감 후 금양은 4500억원 규모의 기존 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일반적으로 공모 방식 유상증자는 주식 수가 늘어나 기존 주주 자금 부담을 키우고 지분 가치를 희석할 수 있어 악재로 해석된다.

금양 측은 단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유상증자가 아닌 대량생산 공장의 준공 및 설비 투자자금 활용 목적의 유상증자이므로 주주가치 희석이 아닌 주주가치 제고 초석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주가는 힘을 잃고 있다. 

몽골 광산 실적에 대한 정정 공시와 유상증자 공시 이후인 지난달 30일 주가는 7.43% 하락했고, 이달 2일과 4일에도 각각 1.72, 5.83%나 떨어졌다.

한편 금양은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배터리 아저씨’로 알려진 박순혁 전 이사가 추천하면서 한때 이차전지 수혜주로 주목받았었다. 금양은 지난해 7월 26일 장중 19만4000원으로 장중 최고가를 경신했다. 하지만 이차전지 업종의 전반적인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 주가가 70% 넘게 하락해 4만원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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