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석 회장 야심작 ‘디딤펀드’…연금시장 새 바람 일으킬까
운용사 25곳 상품 출시…"위험·안전자산 적절히 배분"
‘제 2의 국민연금’ 노려…운용 수익 성과에 성패 달려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주도로 올 초부터 자산운용사들과 공동으로 추진해 온 디딤펀드가 최근 첫 선을 보였다. 디딤펀드란 자산배분전략(주식·채권 등 분산투자, 리밸런싱)을 통해 중장기 수익을 추구하는 연기금형 자산배분 펀드다. 국민연금과 비슷한 콘셉트로 주식, 채권, 대체자산이 잘 분산된 자산배분펀드를 만들기 위해 자산운용사들이 협회와 함께 뜻을 모으고 있다.
특히 원리금보장 상품보다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면서도 타깃데이트펀드(TDF)보다는 안정적으로, 퇴직연금을 안전하게 지키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를 충족하며 수익률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투자협회는 퇴직연금 투자 시장에 밸런스드펀드(BF)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테스크포스(TF)팀을 꾸려 운용사들과 추진 방향을 논의해 왔다. 이후 운용사 실무 TF를 운영해 디딤펀드 상품 콘셉 및 펀드 조건 등 추진 방향을 구체화했다. 디딤펀드의 펀드 조건은 주식, 채권 등을 시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자산 배분 전략을 활용해야 하고 펀드 명에 ‘디딤’을 포함해야 한다. 또 주식 50% 이하 투자부적격 채권 30% 이하 등 제도적 안정성 확보해야 하고 운용사 역량집중과 소비자 선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1운용사 1상품’으로 제한했다.
협회는 이런 조건에 맞는 디딤펀드 출시를 위해 운용사와 협의를 통해 최종 25곳의 참여를 확정했다. 이들 운용사는 지난달 25일 각자 1개의 디딤펀드를 출시하고, 증권사를 통해 판매를 개시하기 시작했다. 25곳 중 15곳은 디딤펀드를 새로 내놨고, 나머지는 기존 자산배분펀드 상품을 디딤펀드 조건에 맞게 재설정했다. 총 14개 증권사(삼성·미래·KB·한투·신한·한화·NH 등)를 통해 가입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등을 포함해 15개 사는 신규 펀드를 출시했고, 10곳은 기존 자산배분펀드를 디딤펀드에 맞게 변경했다. 이 중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수익률을 초과하겠다는 개념을 디딤펀드에 담았다. 2001년~2023년까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연 2.5% 수준이다. 한투운용은 주식, 채권 등 전통 자산에 원자재, 인프라 등 대체 자산을 분산 투자해 이를 넘어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외에도 에셋플러스·흥국자산운용 등 중소형 운용사들도 공모펀드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 디딤펀드로 자금을 유치하려고 힘을 쏟고 있다.
퇴직연금 ‘저수익’ 원리금보장형에 87%…운용 성과 중요
연금시장에서 디딤펀드는 퇴직연금의 운용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2020년 255조5000억원에서 2023년 382조4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 대부분이 예·적금 등 낮은 수익률의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머물러 있다. 원리금보장형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 적립금은 전체의 87.2% 수준인 333조3000억원에 달한다.
퇴직연금제도가 활성화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인은 운용 성과를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자산운용사가 할 수 있는 수단은 종목 선택이 아닌 자산배분이다. 특히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제도)에서 자산배분펀드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디폴트옵션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된 연금 선진국에서 확정기여형 적립금의 대부분이 TDF로 운용된다. 사전지정운용제도로 설계된 우리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의 적격상품 역시 대부분 TDF의 포트폴리오로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사전지정운용으로 설계된 우리 디폴트옵션 제도에서는 TDF 구조의 자산배분펀드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현재 사전지정운용제도의 적격상품에는 극히 소수의 TRF 상품만이 편입돼 있다. 퇴직연금의 적격상품으로 승인 받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검증된 운용실적이 필요한데, 우리 공모펀드 시장에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는 TRF가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제도 활성화의 근본 기제는 운용성과 제고”라며 “제도 일원화나 중도인출 제한 등의 현안 과제에 있어 세제 혜택을 통한 유인기제나 법적 강제 등은 그 효과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부작용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 문제는 수익률”이라며 “자산운용에서 수익률 제고의 핵심은 자산배분이다. 합리적인 자산배분을 통해 분산된 위험의 글로벌 투자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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