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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의 긴급 반격…‘유상증자’ 카드 통할까

고려아연 측 “적대적 M&A·기술유출 막고 국민기업 거듭날 것”
MBK 측 “일반공모 증자 계획 기존 주주·시장 질서 유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상증자에 나선다. 표면적으로는 차입금 상환 등을 내세웠지만 MBK파트너스·영풍 연합 측으로부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전략적 셈법까지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30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보통주 373만2650주에 대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유상증자 물량은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1주당 모집 가액은 67만원이다. 이는 청약일 전 3∼5거래일의 가중 산술 평균 주가인 95만6116원을 기준 주가로, 발행 공시 규정 한도에 따라 할인율 30%를 적용한 것이다. 내달 29일 모집가액이 확정될 때까지 고려아연의 주가가 더 하락하면 유상증자 가격이 67만원보다 더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자금 조달 목적은 ▲채무상환자금 2조3000억원 ▲시설자금 1350억원 ▲타법인 취득자금 658억원 등이다.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 육성을 위해 투자하고, 일부는 채무상환에 사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우리사주에 20% 우선 배정…모든 청약자에 최대 3%만 배정

이날 이사회에선 MBK측이 요구한 임시주총 소집 안건 등이 논의될 것이라는 예상이 제기됐다. 하지만 고려아연측이 ‘일반공모 증자 안건’이라는 긴급 유상증자 카드를 내걸자 업계 안팎에서는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최후의 수단을 내건 것으로 보고 있다. MBK·영풍 연합의결권 지분율을 희석시키고 우리사주를 통해 우군을 확보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 단행을 통해 총 모집 주식 중 80%에 대해서는 일반공모를 실시한다.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방침이다. 

유상증자는 주식회사가 신주를 발행해 자금을 새로 공급하고 자본금을 늘리는 방법이다. 회사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식 물량을 늘리고 대신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기존 주주는 지분율이 떨어지고 주식가치가 희석돼 낮아지는 영향을 받는다. 

즉,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의 지분율도 낮아지는 셈이다. 앞서 최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주식 공개매수전을 벌인 결과 양측의 지분 격차는 약 3%로 좁혀졌다. 자사주 소각 후 양측의 의결권 지분율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측은 43.9%, 최 회장 측이 최대 40.4%로 추산된다.

하지만 이번 증자로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의결권 지분율은 기존 43.9%에서 36.4%로, 최 회장과 백기사 베인캐피탈의 합산 의결권 기준 지분율은 기존 40.4%에서 33.5%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신주를 확보한 우리사주물량 3.4%가 최 회장 편을 들면 의결권 지분율은 36.9%까지 늘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 MBK 연합을 0.5%포인트 앞서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협력사 등이 백기사로 일반공모에 참여해 우호 지분이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MBK측도 일반공모에 참여할 수 있지만, 고려아연은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게 총 모집 주식의 최대 3%(11만1979주)까지로 상한을 정했다. 

다만 유상증자 공시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장중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고려아연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29.94% 내린 108만1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MBK 관계자는 “차입금으로 자사주 공개매수해 회사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일반공모 증자로 메꾸려 한다”며 “청약이나 매도하지 않은 남은 주주들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공개매수 이후, 양측 모두 확실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에서의 의결권 확보 대결로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28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 측은 고려아연에 신규 이사 선임과 집행임원제 도입을 위한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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