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K-밸류업 지수’…골고루 담았지만, 증시 부양은 미지수
[선진 금융시장으로 가는 길] ①
ETF 12개·ETN 1개 동시 상장…총 규모 5110억원에 달해
“장기 관점으로 접근해야” 조언도
[이코노미스트 송현주 기자]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12개 상장지수펀드(ETF)와 1개 상장지수증권(ETN)이 4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다. 상장 규모는 총 5100억원으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각 ETF 등 상품을 출시해 운용하는 형태다. ETF로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전략 9종과, 펀드매니저가 지수 미편입 종목 외에 유망기업을 포함할 수 있는 액티브 전략 3종이 출시됐다. 패시브 ETF 9종 중에서도 8종은 PR(주가수익지수·Price Return)를, 1종은 TR(총수익지수·Total Return)을 따라간다. PR은 분배금을 곧바로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형태를, TR은 분배금을 재투자하는 형태를 말한다.
한국거래소 등 증권 유관기관 5곳은 2000억원 이상의 기업 밸류업 펀드를 조성한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야심차게 내놓은 밸류업 지수의 구성 종목, 그리고 밸류업 공시는 했지만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종목에도 투자할 계획이다.
시장의 관심은 이들 상품의 상장이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의 주가상승으로 이어질지로 향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도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추종 상품 출시로 국내 증시에 선순환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인다.
이런 가운데 지난 9월 30일 발표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4일까지 1.45% 올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지난 4일 전 거래일 대비 21.35포인트(p)(2.18%) 오른1002.21에 장 마감했다. 3거래일 만에 상승 전환한 것이다.
앞서 일본의 경우 지난해 6월 밸류업 지수인 ‘JPX Prime150’ 지수를 발표한 뒤 이를 추종하는 2개 ETF를 상장했는데 이들 종목의 순자산가치 합계는 지난달 30일 기준 1585억원 수준으로 상장 직후(184억원)에 비해 8배 넘게 증가했다.
증시 반등 계기될까…시장 반응은 회의적
업계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등이 이어지는 한국 증시에 이번 밸류업 발표가 반등의 계기가 될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밸류업 ETF는 밸류업 이행 효과가 나타나는 우수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중장기적 성장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TF가 가진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메리트다.
안정적으로 분산투자를 할 수 있는 ETF는 주로 퇴직연금이나 장기투자 목적으로 활용된다. 대형 우량주가 대거 포함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밸류업 ETF는 장기 투자 시 손실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들 중심으로 밸류업 지수가 구성된 만큼 안정적인 배당 수익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 중 일부는 정책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면도 있지만 12개 ETF의 동시 출격과 기업 밸류업 펀드 조성을 통한 대규모 자금 집행으로 수급 측면에서의 효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내다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ETF) 상장 후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해 LP(유동성공급자)로 참여하는 증권사도 20개사에 달하는 등 시장 전체적으로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크다”며 “향후 상장규모도 추가적인 설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유안 KB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과매도가 이어지며 국내 증시가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 중인 상황에서 밸류업 ETF의 출시는 수급 전환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회의적이다.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종목 선정 기준에 대한 불신이 아직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밸류업 ETF에 유입될 자금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자체에 대한 관심도 낮은 데다 여전히 많은 상장사가 밸류업 공시를 이행하지 않고 있어 지수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는 시각도 나온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9월 발표한 밸류업 지수 100개 종목에는 저평가된 고배당 종목이 빠지고 주주환원에 미흡한 기업이 편입되는 등 구성 종목의 형평성 논란과 모호한 선정기준으로 ‘밸류없 지수’라는 오명을 얻기도 했다.
실제 밸류업 지수 편입 종목을 보면 주주환원 및 수익성과 거리가 먼 종목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배당수익률이 2%를 밑도는 종목이 53개로 절반이 넘고, 배당성향이 20%를 밑도는 종목도 54개로 과반수를 차지한다. 배당 유무만을 고려하고 배당수익률이나 배당성향 등 주주환원의 질적인 부분은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개선의지가 부족한 점도 문제다. 한국거래소 공시채널에 따르면 현재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26곳에 그친다. 예고·안내공시를 한 기업을 더해도 60곳이 안 된다. 재계 1위 삼성그룹부터 밸류업 공시에 나서지 않고 있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거래소가 추후 다양한 밸류업 후속지수를 순차적으로 개발한다고 밝힌 만큼 이는 더욱 다양한 전략의 ETF 출시로 이어져 투자자들의 수요를 다방면으로 충족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밸류업 ETF 출시는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 기업들에 대한 투자 활성화와 가치 재평가, 증시 전반적인 기업가치 제고 노력 확산 등에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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