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위기론과 국대 운동화 [이근면의 시사라떼]
삼성에 있는 성공 DNA 10가지
420만 국민 주주를 보호해야
[이근면 사람들연구소 이사장] 요즘 삼성전자가 심상치 않다. 안팎에서 삼성전자가 위기라고, 세계 1등 반도체 기업 삼성이 인텔처럼 도태될 거라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지금 삼성을 두고 오가는 말들은 일시적이고, 부풀려졌고, 자극적으로 각색된 측면이 강하다. 응급처치는 필요하지만 본격적이고 되돌릴 수 없는 중대한 위기로 보기엔 아직 기회가 있다. 30년 넘게 삼성맨으로 일하며 삼성의 성장과 평생을 함께한 사람으로서 내리는 총체적 평가다.
지금 삼성은 안팎으로 이중의 난제를 안고 있다. 밖으론 국가와 사회의 삼성 흔들기로 인해 발목이 잡혔고, 안으론 세계 1위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치열하게 성과를 만들어내는 조직문화를 상실했다.
바깥의 문제를 보자. 지금이 세계 경제가 중대한 변곡점에 있고 이 급격한 변화의 격랑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대만은 TSMC를 지키고 키우기 위해 전 국가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일본은 무너진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재건하기 위해 정책과 예산을 총동원하고 있다. 미국도 대통령이 직접 마이크론 공장을 방문하고 자국 빅테크 기업들에게 미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구매를 독려하는 등 TSMC, 삼성, 하이닉스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에 유독 가혹한 국민
우리는 어떤가? 국민 420만 명이 주주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유독 가혹하다. 언론과 시민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삼성을 향해 회초리를 들고 굵직굵직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려야 할 경영진이 수사기관과 법원을 오가며 금쪽같은 시간을 허송하는 통에 구성원들은 외부와의 접촉을 꺼리고 사회와의 간극만 더 벌어지고 말았다. 삼성을 공공의 적으로 돌리는 사회적 분위기는 노조의 지나친 전횡에도 일조하고 있다. 회사가 어려우면 하던 쟁의도 멈추고 우선 발등의 불을 끄는 선진국 노조와 달리 삼성전자 노조는 어려운 시국에 태업이라는 자해극을 벌였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지적하고 자제를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는 찾아볼 수 없다.
회사 안의 문제도 있다. 제일 큰 문제는 일하는 문화가 손상된 것이다. 삼성이 세계 1위로 올라설 땐 우리가 열심히 해서 국가경제와 사회복리 증진에 기여하자는 동기가 가득했다. 끊임없이 신기술을 개발하고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았고 자처해서 휴일에도 일했다. 누구도 회사에서 강제로 시킨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힘들다 생각하지 않았다. 세계에서 반도체, 가전, 휴대전화를 제일 잘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었고 회사에서 인정받으면 세계에서 제일 유능한 인재라는 효능감이 있었다. 이제는 상사가 토요일에 문자 보낸다고 문제 제기하는 풍토가 되었다. 회사의 성장과 나의 성장을 동일시하지 않고 오직 내 권리만 찾으려는 현상이 팽배해 있다. 조직이 관료화되어 일 하지 않고도 월급 받아 가는 직원이 너무 많다. 회사는 뻔히 알면서도 경직된 노사문화, 엄격한 노동관련 법령, 삼성에 적대적인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이런 무임승차자를 구조조정하지도 못한다. 안의 문제와 밖의 문제가 서로 에스컬레이션 되는 양상이다.
혹자는 회사가 고령화된 것이 문제라고도 하고 과거 미래전략실, 구조조정본부 같은 그룹 차원의 의사결정기구의 부재가 문제라고도 한다. 그러나 이것들은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 100세 시대에 오래 일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되레 숙련된 직원이 자신의 노하우를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라 권장해야 할 일이다. 의사결정기구는 명칭을 두고 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청와대가 대통령실로 이름을 바꿨다고 대통령이 없는 게 아니고 참모가 없는 게 아니다. 더 본질적인 것은 회사 내외부의 악재가 리더를 경영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인재 제일, 기술 제세의 정신이 소실되어 가는 것이다.
전대 미문 위기 맞은 삼성…해결책은?
삼성이 지금 직면한 상황은 전대 미문의 위기이다. 경쟁의 밀도와 속도가 과거와 비할 수 없을 만큼 치열한 상황에서 멈칫하는 순간 경쟁자와의 격차는 회복 불능이 된다. 삼성은 지적과 염려에 숙고하여 내부 쇄신으로 응답해야 한다.
그러나 그동안 삼성이 이루어 놓은 저력이 있고 경쟁력이 있으니 아직 기회가 있다. 삼성은 결코 좌절하지 않을 10가지 DNA가 있다. 하나, 인재제일과 삼성맨. 둘, 합리추구와 깨끗한 조직. 셋, 사업보국과 국가기여. 넷, 혁신과 경쟁의 내부 문화. 다섯, R&D 중시와 기술 제세의 정신. 여섯, 제조 기술력과 생산성. 일곱, 세계적 브랜드의 힘. 여덟, 실패와 극복의 경험. 아홉, 로열티와 가치경영. 열, 인사 관리와 사람의 힘. 그것은 바로 이병철 철학의 회복과 이건희 신경영의 재해석이다.
삼성은 이제 하나의 기업을 넘어 한국을 상징하는 얼굴이 되었다. 삼성의 위기는 국가의 내일과 직결되는 문제인데 어줍잖은 정치꾼들이 자꾸 숟가락을 휘두르며 감 놔라, 배 놔라 못 살게 군다. 우리는 선하고 좋은 영향을 펼치는 정치인이 필요한 것이지 국가적 이익에 반하는 정치꾼은 원치 않는다. 이들을 철저히 배격하여 삼성이 힘을 낼 수 있도록 420만 국민 주주의 감시와 큰 응원, 지지의 함성이 필요하다. 의미 없는 외부의 흔들기를 좀 그만하자, TSMC를 이기는 날까지만이라도! 기업을 향한 과도한 법의 잣대는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고 주주의 이익과 국가 경쟁력에 직격타로 멍을 남긴다.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의 더 큰 활약을 위해 온 사회와 정부, 국가가 나서서 운동화를 바꿔주지 않았는가,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국가대표 삼성의 해진 신발에는 왜 이리도 혹독한지 안타깝다. 안심하고 힘껏 달려 이전의 명성을 고수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격려,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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