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의 더본코리아 상장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전하는 메시지 [최화준의 스타트업 인사이트]
비기술 관련 기업 더본코리아 상장에 높은 관심..이례적 현상
지역 창업자들 첨단기술보다 지역 자원 활용 창업 아이템 선호.
[최화준 아산나눔재단 AER지식연구소 연구원] 지난 11월 6일 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유가증권시장 코스피에 상장했다. 1993년 쌈밥집으로 요식 업을 시작한 백종원 대표는 더본코리아 창업 30여년만에 기업 공개라는 큰 성과를 이룩했다.
비기술 관련 기업의 상장이 이처럼 관심을 받은 것은 참으로 오랜만이다. 최근 국내외 증시 소식은 바이오, 로봇,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 기술 기업 뉴스로 가득했었다. 그런데 근래에 보기 드물게 요식업에 속한 더본코리아가 기업공개시장에서 큰 흥행을 거둔 것이다.
더본코리아의 성공적인 기업 공개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비기술 창업도 포용해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기술 기반 창업 아이템만을 스타트업으로 분류하는 시각이 강하다. 실제로 국내 창업생태계 행사에 패널로 참석한 한 벤처투자자는 “기술을 활용하지 않은 창업은 스타트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를 테면 지역 생산품, 수공예, 전통 제조업 등이다. “라고 말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비기술 창업 아이템을 바라보는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좁은 의미에서 스타트업과 창업은 다르다. 스타트업은 벤처캐피털로 대표되는 위험 자본(risk capital)의 투자를 받아 빠른 성장을 추구한다. 그리고 특정 공급망에 속하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속성을 기반으로 업계는 통상적으로 혁신 기술로 무장해 고속 성장을 지향하는 창업 회사들만을 스타트업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그런 협의의 범주로 스타트업을 분류하는 것은 한계점이 있다. 무엇보다 오늘날 생태계 현장에서 제안하는 포괄적인 시각과 큰 인식차이를 보인다. 최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내 창업 아이템은 다양해지고 있다. 많은 창업자들이 기술 기반이 아닌 스타트업에 도전하고 있고, 현장에서는 이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을 하나 둘 내놓고 있다.
이런 추세는 비수도권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두드러진다. 지역 창업자들은 첨단기술보다는 지역 자원을 활용하는 창업 아이템을 선호한다. 이를 테면 지역 토산품과 음식, 관광 자원 등은 지역 창업자들이 가장 손쉽게 접근하고 활용하는 창업 자원이다. 정보 통신 기술 인프라가 열악하고 관련 인재가 적은 점도 지역 창업 스타트업 생태계에 비기술 기반 창업이 많은 이유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비기술 창업을 포용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창업자의 고령화이다. 최근 중장년 창업자 수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각광을 받고 있는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관련 심층기술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대부분 30대 이상의 박사학위 소지자들이다. 해당 산업은 청년들이 도전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조기 퇴직자들이 생계형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기업에서 근무하는 동안 얻은 전문 지식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퇴직 후 창업을 준비한다. 이들의 연령은 대체로 50대 이상이다.
불황이 지속되는 경제 상황속에서 대학생들이 창업을 꺼리고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의 고령화를 가속화시킨다. 이런 이유로 국내 창업자 평균 연령은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벤처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청년 창업자를 찾아보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린다.
기술 기반 창업만이 스타트업이라는 생각 버려야
더본코리아의 성공적 상장은 ‘기술 기반 창업만이 스타트업이고 시장에 큰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주장하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일부 시각에 반례를 보여준다.
더본코리아는 지난 30여년간 꾸준히 성장하였다. 점포 수만 3000개에 이른다. 백종원 대표는 요식 창업의 상징적인 인물이 되었다. 그는 누구도 성공하지 못한 서민 음식의 대중화를 이루어냈다. 국민들은 그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아서 식사를 해결하고, 그가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 채널 영상을 보고 집에서 요리를 한다. 많은 창업자들의 목표인 기업공개까지 도달했다. 기업 공개의 소감을 묻는 자리에서 그는 다음 목표로 음식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라고 말했다. 기술 기반 창업이 아니었지만, 그는 스타트업이 이상적으로 추구하는 비전 제시, 시장 문제 해결, 사회적 기여까지 모두 해내었다.
백종원 대표는 이상적인 창업자의 모습을 모두 갖추고 있고, 더본코리아는 벤처캐피털이 원하는 피투자 기업의 성장 경로를 거의 다 보여주고 있다. 부족한 점을 굳이 하나 꼽자면 기업 공개에 도달한 기간이 다소 긴 30년이라는 점이다. 국내 스타트업이 기업 공개에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13년 정도이다.
창업 선진국 스타트업 생태계들은 비기술 기반 창업을 포용에 적극적이다. 북미지역은 생활 소비재 창업과 같은 비기술 기반 스타트업에 대한 벤처투자가 활발하다. 유럽은 오래전부터 지역 자원 활용한 창업을 스타트업 범주로 두고 지역 정부를 중심으로 투자를 진행해오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창업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이에 스타트업의 범주는 넓어지고 현장의 요구는 다양해지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금 더 포용적인 자세로 변화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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