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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내수 한파 “이러다 다 죽어” [EDITOR’S LETTER]

내수 부진으로 고용 시장에 한파가 거세게 불고 있다.서울의 한 고용센터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정보 게시판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권오용 기자] 한 대기업 임원에게 요즘처럼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 해외 실적이 많이 늘어났다며 축하의 말을 건넸는데, 표정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는 해외 실적이 좋은 것은 맞지만 내수 부진으로 국내 실적이 나쁘다며 걱정했습니다. 해외에서 번 돈으로 국내에서 빠진 곳간을 채우고 있어 남는 게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면서 보탠 말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해외에서 펄펄 난 반면, 국내에서 죽을 쑨 사례가 많습니다. 종합식품회사 중 하나인 CJ제일제당의 국내 식품사업부문 3분기 매출은 1조5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6.1% 빠졌습니다. 유럽과 오세아니아 지역 매출이 각각 40%, 24%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입니다. 국내 식품사업부문이 차질을 빚은 요인으로 내수 부진과 원가 부담 등이 꼽혔습니다. 농심과 삼양식품, 오뚜기 등 라면 업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외에서는 K-라면을 앞세워 두 자리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내수 부진으로 판촉비가 늘면서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국내외 전문기관들은 내수 한파로 경제성장에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잇따라 내놓고 있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길어지는 내수 부진을 반영해 3개월 전 전망치(2.5%) 보다 0.3%포인트 낮췄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경제성장률을 2.5%에서 2.2%로 내렸고, 내년 성장률은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수출은 호조세를 보이고 있지만 내수 회복 지연으로 당초 전망보다 경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측한 것입니다.

내수 한파는 이렇게 숫자로만 보이는 게 아니라 현실 세계에 강하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특히 판매직 고용 시장을 강타해 올해 1~10월 월평균 판매 종사자(251만8000명)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만명 줄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가장 큰 폭으로 줄었던 2021년(13만2000명) 수준으로 나빠진 것입니다. 고물가·고금리 여파로 인해 소비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내수 업종을 중심으로 고용 상황이 악화한 결과라는 진단입니다.

내수 한파의 여파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수입이 줄거나 일자리를 잃은 서민들이 대출 문턱이 높아진 은행권 대신 대부업체를 찾으면서 현행 법정 최고금리 연 20%를 훌쩍 넘는 수백%에서 수천%의 악마적 금리에 고통받는 것은 물론이고 폭행이나 협박 등 불법 추심행위를 견디다 못해 목숨까지 던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서민이 쓰러지면 우리 경제도 무너집니다. 그래서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모아 총력 대응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이제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인식을 드러냈고, 정치권은 하루가 멀다고 정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명대사가 떠오릅니다. “이러다 다 죽어.” 진짜 다 죽기 전에 우리 모두 내수 살리기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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