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시즌 97.2% 상장사, 열흘 동안 밀집…“참석·의견 내기 어려워”
주총 소집 통지 기간 짧고…통역 제공 無
최신 데이터 의무화·개표 정확성 공유해야
[이코노미스트 이승훈 기자] “주주의 권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주주총회에 참석해서 나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5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FKI타워에서 열린 ‘기업거버넌스포럼, 일반주주와 외국인투자자의 주주권 확대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업 거버넌스 원칙에 이 같은 내용을 볼 수 있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서 우리 거버넌스, 특히 주총 이슈들이 어디에 와 있는지를 보는 게 중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스테파니 린 아시아 기업 거버넌스 협회(ACGA) 한국 및 싱가포르 담당 리서치 헤드는 한국 시장에서 일반 주주와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주권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 그리고 주요 제도적인 장벽에 대해 발표했다.
린 리서치 헤드는 “우선 주주총회 소집 통지가 너무 뒤늦게 나와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그 기간이 짧다”며 “법적으로 주주총회 소집 통지는 14일 전까지만 해도 되는데, 코스피 상장사 그리고 코스닥 상장사 같은 경우에는 이 최저 기준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ACGA 등에서 가장 좋은 관행으로 말하는 28일 전보다는 굉장히 타이트 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실질적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는 문제가 생긴다”며 “주총 소집 통지가 있은 기간과 또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굉장히 축소된다”고 말했다.
린 리서치 헤드는 “주총 준비에 있어서 또 다른 어려움은 정보 가용성이다”며 “외부 감사인 보고서, 사업보고서, 재무제표는 주총 일주일 전에 공유가 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외국 투자자 같은 경우에는 사실 의결권을 행사하기까지 최소 2주가 필요할 텐데, 대부분 투표를 할 때 최신 데이터 없이 투표를 준비하고 행사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한국 같은 경우에는 지속 가능 보고서는 자발적이고 의무적으로 요구되지 않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에서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의무화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복잡한 출석 절차에 대한 어려움과 언어 장벽 등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했다. 린 리서치 헤드는 “투자자들이 주총을 참석하고자 할 때 출석 절차가 굉장히 복잡하다”며 “또 주총에서 실제로 통역이 제공되지 않고, ‘통역사를 함께 참석하도록 할 수 없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주총 공지는 굉장히 간단하다”며 “그 안에 내용을 보게 되면 시간, 장소, 주요 제목 등 상세한 내용이 없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주총 간소화 필요…주주들과 소통 잘 돼야”
그러면서 “대부분의 주총이 이사회 대표나 의사회 의장이 아닌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주재하는 경우를 볼 수 있었다”며 “또 일부 주총 에서는 결의안과 관련 없는 질문을 하게 되면 질문을 할 수 없었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점도 짚었다.
이러한 한국 주총 문화에 대해 린 리서치 헤드는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제안했다. 그는 “기업이 투자자 문의에 신속하게 응답을 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며 “또 주총 출석 관련된 문의가 있을 경우 디지털 출석표를 수락해 주총 참여를 간소화해야 된다”고 말했다. 이어 “주총은 이사회 의장이 주최를 하는 것이고, CEO가 주최를 하는 것이 아니다”고 더붙였다.
주주와의 대화도 권장했다. 린 리서치 헤드는 “언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주주총회 공지 안건 의사록의 영문 번역을 의무화하도록 권고 드린다”며 “주총에서 지정된 질의응답(Q&A) 세션을 제안드리는데, 홍콩 같은 경우 주주가 주총에서 질문을 하도록 허용하는 것은 의무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주총의 밀집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사실 투자자들이 여러 주총을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한국 같은 경우 2024년 주총 시즌을 보게 되면 97.2% 상장사들이 열흘 동안 밀집돼서 주총을 개최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만 같은 경우에는 규제 기관이 하루에 몇 건의 주총을 개최할 수 있는지 제한선을 둬 중복을 방지하고 있다“며 ”싱가포르 같은 경우에도 대형주 회사들이 싱가포르의 증권거래소하고 조율을 해서 주총 일정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을 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누적투표제(집중투표제) 개표에 대한 정확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누적투표제는 주식회사의 이사를 선출할 경우 주주들이 선임 이사수 만큼의 의결권을 행사, 특정인에게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로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돼 있는 소수주주 보호 장치중의 하나다. 투표의 다수를 얻은 자부터 순차적으로 이사에 선임된다.
린 리서치 헤드는 “JP금융그룹의 이사회 선정에 있어서 누적 투표 과정에서 개표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프록시 자문회사에서 시스템을 업데이트해서 이런 누적 투표에서 요구되는 여러 후보자에게 투표를 할당하는 기능을 도입하도록 요구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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