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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경쟁력 회복과 금리 인하 시기 조절…한국 경제의 과제

[2025 경제大전망]④
트럼프 재선으로 보호무역·자국 우선주의 강화
금리 인하 속도 떨어뜨릴 가능성 높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모습.[사진 공동취재단]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2025년 한국 경제는 산적한 대내외 리스크로 인해 경기 저점을 확인해 나가는 한 해가 될 가능성이 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정적인 인플레이션 수준, 미국과 유로존을 필두로 한 글로벌 통화정책 전환 등에 따라 전 세계는 경기 회복세를 유지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상반된 흐름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대우는 “이미 진행 중인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 중국 경제의 일본화(Japanification), 불투명한 전쟁의 향방과 같은 2025년뿐 아니라 상당 기간 우리 경제를 괴롭힐 가능성이 큰 리스크가 다수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경제의 불확실성이란 ▲재정지출 확대 ▲국채 금리 상승 ▲관세율 인상이라는 3가지 현상이 겹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 확대와 그로 인한 금리 인하 속도 둔화 및 투자 부진에서 기인하는 성장세 약화 가능성을 말한다. 만약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수출 감소와 원화 대비 미국 달러화 환율 상승에 따른 수입 물가 및 인플레이션 상승, 자산시장 불안정 등 우리 경제는 부정적 영향을 피해가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의 갈등이 지금보다 더 첨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우리 경제가 입을 피해는 더 커지게 된다. 

성장률 2%만 달성해도 성공
 
이부형 이사대우는 “2024년 우리 경제를 돌이켜보면 고물가·고금리 장기화의 누적 효과로 인해 내수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그나마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면서 경기 버팀 목 역할을 함에 따라 경기 침체는 회피할 수 있었다”며 “다만 이제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점차 약해지고, 체감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2025년에는 2% 정도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만 달성해도 다행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야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수출 전망 역시 어두운 상황이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올해 한국 수출은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을 기록하며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 했다”면서도 “2025년에는 대외 무역 환경이 악화하면서 수출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올해 수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의 시작으로 각국의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 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전 세계에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최대 60%에 달하는 초고율 관세를 적용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있어 한국 수출에 타격이 예상된다.

장상식 실장은 “트럼프는 협상 과정에서 ‘앵커링’ 전략을 구사해, 협상 초기에 높은 요구안을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양보하면서 목표를 관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따라서 모든 국가에 10~2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초고율 관세를 적용하려는 계획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 주목된다”고 했다. 또 “무역 장벽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시장으로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각국이 제3국 수출에 주력하게 돼 다른 시장에서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며 “특히 중국과의 경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차별화를 위해 ▲품질 ▲브랜드 ▲기술적 우위를 갖춘 프리미엄 제품을 개발하고, 물류 최적화와 자동화를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2025년 한국 금리는 어떻게 움직일까.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한국은 가계부채와 환율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능성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한국은 2021년 물가가 오르기 시작해 2022년 7월 물가상승률이 6.3%로 높아졌다. 물가가 높아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경기는 침체국면이지만, 국제원유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고 환율은 40% 가까이 높아진 탓이다. 한국은행은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3%포인트(p) 높였다. 금리를 큰 폭으로 인 상한 이유는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서였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이 때문에 벌 어질 수 있는 자본유출을 막기 위한 이유도 있었다. 

미국 금리정책 주목해야

하지만 급격한 금리 인상은 내수 침체를 더욱 심화했다. 또, 높은 금리로 인해 금융부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다행히 원유가격과 환율이 하락하면서 최근 물가상승률은 1.3%까지 낮아졌고,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 내수 회복을 위해 금리를 0.25%p 인하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 움직임은 미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자본시장 이 개방돼 있어 미국의 금리정책이 한국의 금리정책에 큰 영향을 줘서다. 미국 경기는 예상과 달리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동안 인공지능(AI), 배터리, 바이오 등 신기술 에 대한 투자로 신산업을 주도하고 있어 미국 경제는 상당 기간 호황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잠재성장률도 상향 조정 되고 있다. 미국 경제의 호황 국면이 지속되면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로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어지고, 한국의 금리 인하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 변화도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를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의 내수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저금리와 관세정책을 선호한다. 미국의 저금리와 관세정책으로 물가가 상승한다면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는 늦어질 수 있다. 

김정식 명예교수는 “정책당국은 고금리 지속으로 한국 경제가 위기에 노출되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주택과 농산물 가격을 비롯한 생활물가를 안정시키 고 신산업을 육성해 추가 금리 인하의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인플레이션 재발을 막고 내수경기를 회복 시키기 위해서는 통화당국의 올바른 추가 금리 인하 시기 선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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