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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아웃도어 거물'의 새로운 도전[이코노 인터뷰]

강태선 BYN블랙야크 그룹 회장 인터뷰
‘즐거운 산행’ 확산...“문화 변화로 시장 전망 밝아”
체육회장 공식 출마로 새 도전, “구시대적 시스템 바꾸겠다”

강태선 BYN블랙야크 그룹 회장이 블랙야크 회사 로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 신인섭 기자]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기자] 요즘 강태선 BYN블랙야크 그룹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유통업계는 물론 체육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체육회장 적합도에서 새 출마자들 중 강 회장은 1위를 차지할 만큼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다. 이는 그가 서울시체육회장 및 여러 국내 체육계 관련 일을 진행해오며 다져온 여러가지 능력과 보여준 성과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은 52년 역사를 자랑하는 BYN블랙야크 그룹을 이끌어 온 국내 아웃도어업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최근 인구 감소세와 더불어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강 회장은 오히려 전망이 밝다고 강조한다. 

아웃도어=등산복 공식? “후진성의 결과”

국내 산업계는 지속된 인구 감소로 시름하고 있다. 사람이 줄면 그만큼 소비 여력도 줄기 때문이다. 내수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강 회장은 소비 시장 위축이 꼭 인구가 부족해서 생긴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불안에서 오는 위축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는 “물건을 1개 사던 사람이 2개 사고 3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 시장이 죽는 것은 아니다”면서 “소비는 수입이 있어야 하고 수입이 있으려면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 이 안정은 사회적, 정치적 안정이 됐을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사회적 안정이 이뤄지면 소비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또한 그는 아웃도어업계의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인들이 산를 대하는, 산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예전에 산에 간다고 하면 ‘등산’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산행’이다. 반드시 정상을 찍고 와야 한다는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산’에서 함께 간 사람들과, 혹은 혼자 ‘재미있게 즐기다 와야지’라는 생각이 크다”라며 “이는 아웃도어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 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블랙야크 본사에 위치한 본인의 집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신인섭 기자] 

강태선 BYN블랙야크 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블랙야크 본사에 위치한 본인의 집무실에서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신인섭 기자] 
그는 아웃도어 시장 활성화와 관련해서 옷을 입는 영역이 파괴돼야 한다고 봤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복장을 고지식하게 세분화시켜 입고 있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아웃도어 선진국에서는 등산복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그냥 기능성 브랜드 옷을 운동할 때나 등산할 때나 혹은 그냥 외출할 때도 구분 없이 입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등산을 하러 가면 등산복을 사고 테니스를 하러 가면 테니스복을 산다. 너무 구분을 지어놨다. 이건 일종의 후진성이다”라고 꼬집었다.

강 회장은 장차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블랙야크는 2013년 글로벌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블랙야크는 미국과 독일, 베트남, 중국 등에서 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영위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서 아웃도어 열풍이 불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다만 블랙야크는 2015년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를 인수했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 시장도 마찬가지다. 강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특히 테크니컬 디자이너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웃도어 패션에 최적화된 디자이너가 국내에 없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유럽 사람들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옷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입지 않는다”며 “유럽이 2년 걸려서 만드는 옷을 우리는 석달 만에 만드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 디자이너들은 50~70대가 많지만 우리는 40대 후반만 되면 디자이너로 고용 자체를 안한다”면서 “우리도 숙련된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나와줘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체육회장 새 도전...“냉정한 판단 부탁” 

강 회장은 지난 11월 대한체육회장 후보 출마를 선언하며 새 도전에 나섰다. 사실 그는 이미 체육계와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서울시체육회 회장,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 회장, 서울시산악연맹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생활체육 발전에 기여해 온 그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열린 2024 파리올림픽이 대한체육회 회장 후보 출마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좋은 성적을 받은 우리 선수들이 귀국 후 박수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이제는 구시대적인 국내 스포츠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이 지난 2024년 11월 1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사진 BYN블랙야크 그룹]

강 회장은 특히 현재의 구조 변화가 국내 체육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체육회장 선출 방식은 민선인데 민선은 곧 봉사 정신을 뜻한다”며 “회장이 봉사 개념으로 이 직을 맡아야 하는데 그동안은 그러지 못하고 권력형으로 변질됐다.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이를 권력으로 인식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 회장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한다는 생각에서 이제부터라도 체육계 시스템을 잘 다져놔야 한다”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사람이 바뀌어도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본인이 서울시체육회장직을 맡은 지난 2023년 이후 관련 민원이 단 1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회장직에 임하면 체육현장의 민원은 자연스레 없어진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회장 당선 후 서울시가 원한 것은 ‘민원 좀 없애달라’였다”며 “여러 체육종목 단체에게 ‘우리가 도와줄 거 없냐’고 엄청 쫒아다녔고 목소리를 들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민원이 계속 생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강 회장은 끝으로 국내 체육계를 바로 잡는 혁신적 개혁에 선거인단이 꼭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체육회는 1000만 체육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정이 필요하다”며 “사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공적인 차원에서 국내 체육계의 미래를 고려한 아주 냉정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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