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매출비율 기업가치 산정, 신뢰 회복할까…내년 1월 IPO 기업 주목
'PSR 기반' 미트박스글로벌·데이원컴퍼니, 기관 수요예측 앞둬
지난 몇 년간 PSR 기반 IPO 기업, 상장 철회·주가 하락 잇따라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 주가매출비율(PSR)을 통해 기업가치를 산정한 미트박스글로벌과 데이원컴퍼니가 내년 1월 상장을 준비 중이다. 최근 IPO 시장에서 밸류에이션 관련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이번 상장이 PSR 기반 기업가치 산정방식에 대한 시장 전반의 투심을 점검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데이원컴퍼니와 미트박스글로벌이 내년 1월 상장을 위한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두 기업은 각각 PSR 3.5배(데이원컴퍼니)와 PSR 1.8배(미트박스글로벌)를 적용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각 기업의 최대 기업가치는 3621억원, 1278억원이다.
IB업계에서는 최근 몇 년간 PSR을 기준으로 IPO를 진행했던 기업들이 매번 밸류에이션 논란에 휩싸이며 도중에 낙마하거나 좋지 못한 성적을 거둔 가운데, 두 기업의 IPO가 흥행에 성공해 PSR 방식에 대한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PSR이란 주가매출비율을 뜻하는 용어로, 기업의 시가총액을 매출로 나눈 값을 뜻하는 지표다. 이를 활용하면 적자 상태의 기업도 매출 성장성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환산할 수 있다. 때문에 IPO 업계에서는 초기 성장 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산정할 때 매력적인 지표로 여겨진다. 특히 시장을 장악하기 전에는 손익분기점(BEP) 달성이 어려운 플랫폼 기업들에게 알맞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PSR은 단순히 매출 성장성이라는 양적 기준만을 지표로 삼는 만큼, 밸류에이션에 대한 신뢰성 문제를 피할 수 없는 지표이기도 하다. 매출만으로 기업의 질적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부 기업들은 상장 직전 일명 ‘재고 털이’로 매출을 부풀리거나 외상판매를 일시적으로 늘리는 등의 유혹을 이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PSR을 이용했던 다수의 IPO 기업들 중 상당수는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를 보였다.
지난 2021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한 쿠팡은 PSR 방식을 활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쿠팡은 PSR 3배 가량을 적용해 약 630억 달러(약 92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쿠팡이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단기간에 점유율을 15%까지 끌어올렸을 뿐 아니라, 향후에도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독보적인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쿠팡은 상장 이후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보이며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쿠팡은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현재 쿠팡의 시가총액은 약 410억 달러(60조원) 수준으로, 상장 당시보다 약 35% 하락한 상태다. 이에 국내 IPO 시장에서는 PSR을 이용한 기업가치 산출 방식에 대한 회의론이 더욱 커진 상태다.
국내에서 PSR 상장을 시도했던 기업들의 상황은 더욱 암울하다. 지난 2022년 원스토어는 PSR 7.3배로 기업가치를 산정했으나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상장을 철회했다.
비슷한 시기 상장을 진행했던 쏘카는 플랫폼 매출 성장성을 강조했지만,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공모가를 38%가량 낮춰야 했다. 케이카(K Car) 역시 기관 투자자들의 낮은 수요예측 경쟁률로 인해 공모가를 희망 공모가 밴드보다 약 27% 낮은 2만5000원에 책정한 바 있다.
블루엠텍·그리드위즈의 경우 상장 당시 좋은 시장 분위기에 힘입어 한동안 공모가를 상회하는 주가 흐름을 보여줬지만, 이들의 주가 역시 결과적으로 27일 기준 공모가 대비 각각 40%, 60% 하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PSR 방식을 적용한 과거 IPO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보인 가운데, 내년 1월 상장을 준비 중인 미트박스글로벌과 데이원컴퍼니가 최근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에 대한 평가는 벌써부터 엇갈리고 있다.
미트박스글로벌은 지난 11월 기관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를 얻은 뒤, 이를 만회하기 위해 공모가 밴드를 약 20% 낮추는 등 전략을 재정비했다. 온기 기준 목표로 삼았던 매출도 대부분을 달성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미트박스글로벌이 무난히 코스닥에 입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데이원컴퍼니는 매출 성장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플랫폼 독점력 부족과 수익성 부재가 약점으로 꼽힌다. 특히 플랫폼 사업자로서의 시장 점유율이 뚜렷한 우위를 점하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지난 몇 년간의 적자로 인해 미처리 결손금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B업계에서는 “PSR을 기준으로 삼는 IPO 기업이 나타나면 대부분의 기관투자자들은 주가수익비율(PER)을 새로 계산해 밸류에이션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두 기업의 상장 결과가 PSR 방식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전환점이 될 수도 있고, 회의론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치아에 구멍난다”...치과의사가 뽑은 ‘최악의 술’
2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 179명 시신 수습 마무리
3 공수처 “崔대행에 경호처 협조 지휘 재요청”
49급→6급까지 7년, 초고속 승진 1년 만에 팀장 된 ‘충주맨’
5퇴임 앞둔 바이든, 마지막까지 ‘이스라엘’에 무기 판매
6 해경 “신안 가거도 해상서 22명 탑승한 낚싯배 좌초...3명 사망”
712월 세계식량가격, ‘육류’ 제외 모두 하락세
8파루인쇄전자·잉코, ‘CES 2025’서 혁신 기술 대거 공개
9너도나도 ‘돈봉투’...팀 쿡 애플 CEO, 트럼프 취임식에 거액 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