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블레넘궁(Blenheim Palace)에 설치된 황금 변기가 불과 5분 만에 도난당했다. 범행을 저지른 5인조 절도단은 경찰에 체포됐지만, 변기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지난 25일(현지시간) AP통신과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 크라운 법원에서 황금 변기 절도 혐의로 3명의 남성이 재판을 받았다.

이들은 2019년 9월 14일 새벽 블레넘궁에서 열린 미술 전시회에 출품된 황금 변기를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5명의 도둑들은 미리 훔친 차량 2대를 이용해 궁전 부지에 진입했고, 창문을 부순 뒤 건물 안으로 침입했다. 벽에 부착된 변기를 떼어낸 후 단 5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경찰은 신속한 수사 끝에 용의자들을 검거했지만, 황금 변기는 끝내 회수되지 않았다. 검찰 측은 "도난된 변기는 이미 잘게 쪼개져 금속으로 판매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황금 변기는 이탈리아 출신 설치 미술가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의 작품 '아메리카(America)'다.

카텔란은 빈부격차를 풍자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으며, "99%를 위한 1%의 예술"이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변기는 18K 금으로 제작됐으며, 당시 무게는 98kg에 달했다.

도난 당시 작품 가치는 약 280만 파운드(약 51억 원)로 평가됐지만, 이후 금 가격이 급등하며 현재는 480만 파운드(약 87억 원)로 치솟았다.

도난 사건이 발생한 블레넘궁은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자로 꼽히는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전 총리가 태어난 곳으로 유명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에서 벌어진 황당한 절도 사건은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5명의 도둑 중 일부는 재판을 받고 있으며,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변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금괴로 변했을 가능성이 높아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아메리카'는 관객들이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설치된 작품이었다. 전시 기간 동안 화장실로 사용된 이 황금 변기는 결국, 범죄의 표적이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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