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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8%를 R&D에 투자…혁신 신약 개발 박차 [신약개발사로 변모하는 일동제약]

R&D 투자금액 매년 상승…대형제약사보다 R&D 투자 비용 높아
외부 협업·오픈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 어려움 극복

 
 
일동제약 본사 전경. [사진 일동제약]
일반의약품 ‘아로나민’으로 잘 알려진 일동제약이 빠르게 신약개발회사로 변모 중이다. 국내 제약회사 중 가장 적극적인 연구개발(R&D) 투자에 나선 덕분이다. 일동제약그룹 내 다양한 R&D 조직을 신설, 고도화된 연구개발 기능을 수행하는 구조를 만들어 고무적인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머지않아 일동제약을 대표하는 ‘글로벌 혁신 신약’이 등장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진다.
 

올해 R&D 투자 1000억 넘을 듯

17.6%. 일동제약의 올해 상반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중이다. 일동제약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숫자다.
 
매출대비 R&D 투자 비중은 제약‧바이오기업이 얼마나 신약 개발에 열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수치다. 대형제약사의 경우 보통 이 비중이 두 자릿수에 달하면 자랑으로 내세운다. 올해 상반기 주요 제약사 가운데 대웅제약이 일동제약과 비슷한 17.6%를 투자했고, 한미약품(13.2%)과 종근당(12.2%), 녹십자(10.1%) 등이 두 자릿수의 매출대비 R&D투자를 단행했다.
 
일동제약을 주목할 점은 업계 최고치인 매출대비 R&D 투자금액 비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개발 등의 이유로 늘어난 일회성 투자가 아니란 데 있다. 2016년 이후 일동제약의 연구개발비 지출은 지속해서 확대됐다. 
 
2016년 일동제약의 R&D 투자금액은 212억원, 매출대비 비중은 10.5% 수준이었다. 4년 후인 지난해 786억원(매출대비 비중14%)로 커졌고, 올 상반기 484억원(17.6%)로 늘어났다. 업계에선 일동제약의 올해 전체 R&D 투자금액이 1000억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기도 한다. 일동제약은 올해 초 재무적투자자(FI)로부터 R&D에 필요한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일동제약의 R&D 투자 증가는 파이프라인 개발 단계 진행에 따른 것이다. 신약후보물질 개발 단계에서 전임상, 비임상을 거쳐 임상단계에 진입하면 투입되는 개발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일동제약이 수년간 개발해온 혁신 신약 후보물질들이 연이어 임상단계에 진입함에 따라 R&D 투자가 최근 급증하고 있다.
 
현재 일동제약은 ▶제2형 당뇨병 치료제 ▶비 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등 간 질환 치료제 ▶고형암 치료제 ▶노인성 황반변성, 녹내장 등 안과 질환 치료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과 관련한 다수의 유망 신약 과제를 진행 중이다.
 
일동제약은 신속한 프로젝트 진행과 기술 수출에 유리한 고지를 밟기 위해 해외 현지의 전문 기관을 통해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신약 과제인 ‘ID11014’(후보물질명 IDG16177)은 현재 독일에서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NASH 치료제 신약 과제인 ‘ID11903’(후보물질명 ID119031166)은 현재 글로벌 임상 진행 및 IND 진입 단계에 있다. 일동제약은 내년 초 미국 임상 1상 진입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R&D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일동제약은 올해만 신약 관련 국내·외 특허 7건을 등록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현재 신약 파이프라인의 개발 진행 상황이 순조롭고, 국내외 제약사와 투자회사 등으로부터 관련 문의 및 제안이 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원활한 R&D 위한 생태계 구축… 분업‧전문화에 방점

R&D 투자 증가만큼이나 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 있다. 일동제약 그룹 차원에서 원활한 R&D를 진행하기 위해 구축한 ‘생태계’다. 
 
글로벌 임상 2상 이상 단계의 파이프라인 개발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내 제약기업이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 일동제약의 파이프라인 중 가장 상용화에 가까운 PARP 저해 기전의 표적항암제 ‘베나다파립’이 그렇다. 일동제약그룹은 그룹 내 개발 전문(NRDO) 회사인 아이디언스 설립을 통해 이런 난제를 풀어냈다.
 
일동제약 중앙연구소 전경 [사진 일동제약]
일동제약은 베나다파립의 기술을 아이디언스로 이전해 개발을 진행 중이다. 베나다파립의 글로벌 임상 1b/2a상을 진행 중인 아이디언스는 투자를 유치, 베나다파립 상용화에 필요한 자금을 수혈받고 있다. 지난해 4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오는 2023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도 준비 중이다. 일동제약은 아이디언스의 베나다파립 개발에 따른 마일스톤을 수령해 신약 개발 성과에 따른 이익을 공유받는 구조다.
 
제약‧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전통제약사가 바이오벤처와 다른 점은 혁신 신약 파이프라인이 있어도 이를 개발하기 위한 대규모의 투자금액을 유치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투자금 마련 문제로 프로젝트가 지연되고, 결국 유망한 파이프라인이 사장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며 “일동제약그룹은 아이디언스 설립을 통해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일동제약그룹의 R&D 생태계는 이뿐만이 아니다. 분업·전문화된 최근의 글로벌 제약산업 환경 속에서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 측면의 한계가 분명하고, 성공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게 일동제약 경영진의 생각이다. 외부 협업과 오픈이노베이션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일동제약의 전략이다.
 
일동제약은 2019년 임상약리 컨설팅 전문회사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했고, 일동제약 내 사내벤처로 출발해 지난해 스핀오프 한 신약디스커버리 전문회사 ‘아이리드비엠에스’에 대규모 투자하며 R&D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외부와의 파트너십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자체 수행은 물론, 오픈 이노베이션 등을 통해 유망한 신약 후보물질을 지속적으로 발굴, 개발하는 한편, 진행 상황에 따라 라이선스 아웃, 기술 이전 등을 통해 수익 실현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윤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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