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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화 한남2구역 신임조합장 “시공사 선정, ‘페어플레이’ 유도할 것”

‘오픈 마케팅’ 방식으로 시공사 선정 고려
‘3권 분립’ 통한 전문 자문단 운영, 민주적 시스템에 방점

 
 
4월 보광동 소재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이명화 한남2구역 신임 조합장 모습 [민보름 기자]
 
“어깨가 무겁지만 그 책임감을 알기에 이 책임감을 함께 뽑힌 이사님들과 원팀(one team)을 이뤄 함께 짊어지고 나가겠습니다.”
 
보광동 소재 한남2재정비촉진구역(뉴타운)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이명희 새 조합장은 바쁜 일정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서울 내 최고 입지로 평가 받는 한남뉴타운 재개발 조합인 만큼 사무실에는 유명 건설사에서 보낸 꽃다발과 화분들이 가득했다.  
 
이 조합장은 선거과정을 통틀어 소통을 최우선하는 민주적 시스템, 그리고 투명한 정보공개 계획을 강조했다. 그 결과 그는 지난 9일 롯데시네마 용산에서 열린 2022년 정기총회에서 상대 후보를 2배가 넘는 표 차로 누르고 한남2구역재개발의 새 조합장으로 당선됐다. 막 이사진과 회의를 마친 이명화 조합장을 [이코노미스트]가 만났다.  
 

'보광동 토박이' 이학박사, 조합장 되기까지

지난 9일 열린 한남2구역 조합장 등 임원 선거는 지난해 말 김성조 전 조합장을 비롯한 기존 집행부가 각종 비위행위로 해임되면서 열리게 됐다. 이 조합장은 “여느 재개발 사업이 그렇듯 이전 조합체제에선 조합원들이 사업진행을 빠르게 하자는 이유로 수동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던 측면이 있다”면서 “그러는 동안 협력업체와 계약이나 조합 사무실 임차 건등 중요한 결정이 소위 ‘깜깜이’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합원들이 조합운영에 대해 세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창구는 부족했다. 전 조합은 ‘경쟁입찰’이 아닌 ‘지명경쟁입찰’방식으로 설계회사를 선정했고 심지어 입찰 회사가 아닌 개인 설계사와도 지분 참여 형식(입찰 회사 80%, 개인 설계사 20%)으로 설계계약을 체결했다. 서울시에선 정비사업정보몽땅(옛 클린업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당 내용을 게시되지 않았다. 이는 도시정비법(도시 및 주택환경정비법) 상 위반으로 조합의 사업시행 관련 서류는 15일 이내 공개돼야 한다. 결국 서향배치, ㄷㄹㅁ자 건물 등 설계문제는 조합원들의 큰 반발을 사는 요인이 됐다.    
한남뉴타운 2구역 주택가 현장. [민보름 기자]
 
이 조합장은 다른 이사진이 그렇듯 뒤늦게 이 같은 전 조합장 및 집행부의 비위행위를 접하고 나서야 조합 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게 됐다. 그는 건국대학교 생명공학과에서 이학박사학위를 딴 뒤 같은 학교 산업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일하며 생리활성물질에 대한 연구를 지도하는 등 오랫동안 학계에 몸담았다.  
 
이처럼 언뜻 재개발 사업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경력을 보유하고 있던 이 조합장은 보광동에서 태어나 보광초등학교-상명중학고-오산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역 토박이’로서 그 누구보다 성공적인 재개발 사업에 대한 열망이 강했고 결국 조합장 선거에 뛰어들게 됐다. 이 조합장은 “이곳(보광동)은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일 뿐 아니라 자녀들의 고향이기도 하다”면서 “조합장 선거에 출마한 이후 개인이력은 물론 가족에 대한 허위소문과 비방에까지 시달렸지만 오직 성공적인 재개발 유치를 위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강조했다.  
 

'똑똑한' 조합원·자문단 의견 수렴해 최선의 결과 이끌 것

새 조합장 선출과 함께 반년 만에 내홍을 진화한 한남2구역은 시공사 선정, 고도제한 완화 같은 중대한 절차를 앞두고 있다. 이 조합장은 공약대로 이른 바 ‘3권 분립’을 통해 이 같은 난제를 돌파하고 최선의 결과를 이끌겠다는 계획이다. 결정권을 조합장뿐 아니라 조합임원, 그리고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에 분산하는 방식으로 통상 재개발 조합에서 발생하는 ‘제왕적 조합장’ 문제를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조합 집행부는 곧 조합 내외부에서 자문단을 모집할 예정이다. 자문단은 시공·감리·안전관리 등 건설분야와 실내건축 디자인과 3D스케치업 등 디자인분야, 그리고 새 아파트의 생활편의시설 계획을 점검하는 주부 자문단까지 총 3개 분야에서 뽑히게 된다. 이렇게 구성된 조직도를 비롯해 조합의 모든 결정과 그에 따른 세부내용 또한 정비사업정보몽땅 및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공개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3월 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서울특별시]
연내 진행할 것으로 예정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도 이 조합장은 ‘오픈 마케팅’방식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 이 조합장은 “건설사가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만들어 공개된 장소에 올리고 조합원들 질문에 답변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조합(한남2구역)은 우리 조합원들 수준을 신뢰하고 있기에 시공사가 스스로 조합원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도 조합 내 자문단이 큰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조합장은 “결국 우리 상대는 대기업이므로 건설업계 관계자인 조합원을 비롯해 각종 전문가 도움을 받아 상황을 파악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면서 “아파트는 유행이나 소장가치도 중요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입찰처럼 그저 저렴한 업체를 선택하기보다 경쟁 업체 중 제일 좋은 선택지를 제시하는 곳을 찾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남2구역은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2040서울플랜)’에 따라 고도제한 완화를 비롯한 규제 완화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인근 한남뉴타운 3·4·5구역과 공동협의체를 구성해 대응하려 한다. 한남동은 기존에 한강변 층수제한과 남산 고도제한에 묶여 있어 대표적인 2040서울플랜 수혜주로 통한다. 조합측은 2040서울플랜을 바탕으로 서울시와 협의를 통해 현재 최고 14층으로 제한된 층수를 높이고 층고를 기존 2.85m에서 3.25m로 올릴 계획이다.  
 
이 조합장은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 말하기 어렵지만 남산에 가깝다는 이유로 불편을 겪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2040플랜에 따른 규제완화 측면에서 한남2구역이 최대치를 얻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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