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내 딸도 취준생”…은행장이 직접 밝힌 ‘원하는 인재상’은?
3년 만에 오프라인 개최된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 ‘북적’
서류전형 면제 혜택…현장면접 부스 긴장감
군인부터 고등학생까지 취업 열기 뜨거워
“여기 참석하려고 부산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는 기차를 타고 왔어요. 은행 채용·인사 담당자를 한 곳에서 만날 기회가 흔치 않은데, 채용 정보를 얻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2년째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인 김수연(27)씨는 24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금융권 공동 채용박람회’를 찾았다. 그는 KB국민은행의 현장 면접에 참여하고 금융사별 채용 부스를 둘러보며 채용 정보를 얻었다.
3년만에 대면 행사…구직자 관심 높아 ‘인산인해’
2017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한 이번 박람회는 24~25일 이틀 간 개최된다. 박람회에는 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등 6개 금융협회 주최로 금융권 58개사가 참여했다.
이날 기업은행·국민은행·농협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 등 6개 은행은 박람회 현장 면접자 중 우수자에게 서류전형 면제 혜택을 주는 ‘현장면접’을 진행했다. 현장 면접자들은 이른바 ‘칼정장’을 입고, 각 은행별 부스에서 1대 1 면접을 진행했다. 부스에서 대기 중인 현장 면접자들은 준비해 온 면접 예상 질문을 복기하고, 옷매무새를 가다듬는 등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한 구직자는 “현장 면접 경험이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면서 “면접 시간이 개인 당 5분으로 짧았고, 질문 수도 3개 정도 적었던 점은 조금 아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근 금융권의 디지털화로 인해 선발하는 인원이 적어 불안하기도 하다”고 토로했다.
국민은행 채용담당팀장은 “국민은행은 오늘부터 이틀에 걸쳐 384명에 대한 현장 면접을 본 뒤, 그 중 35% 이상의 우수자를 선발해 서류전형을 면제 혜택을 준다”면서 “취준생들은 은행의 디지털화 추세에 맞춰 디지털 부분에 대해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하면 더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군복을 입은 참석자들도 눈에 띄었다. 심다운(22)씨는 “군 복무 중 휴가 기간에 시간을 내 금융권 취업 박람회에 방문했다”면서 “취업 전선에 뛰어든 구직자들의 열기를 느끼고, 동기부여를 얻고 싶어서 방문했다”고 말했다.
교복을 입은 앳된 모습의 참석자도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었다. 고등학생인 방민선(19)씨는 “‘선취업 후진학’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취업을 하고 대학을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 우선 금융권 취업을 준비 중”이라면서 “오늘 행사장에서는 카드사 부스를 둘러보고 있는데, 고졸 취업에 필요한 요소 등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알 수 없는 정보들까지 물어볼 수 있어서 많이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박람회 내 ‘메타버스 면접체험관’도 운영된다. 메타버스를 통해 금융권 면접을 체험하고 전문가의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받는 부스다. 또한 박람회에서는 채용상담과 사전 NCS 모의고사, 직무적성검사 등을 바탕으로 한 취업 컨설팅, 홍콩 해외 취업 상담 등도 진행된다.
“행장님 팬이에요” 취준생 만난 은행장, 아낌없는 격려
이 은행장은 기자와 만나 “연간 채용 규모는 수백 명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경력직과 신입사원 채용 규모를 정확하게 나누진 않았다”면서 “지금 ICT 부문의 경우 인력이 모자른 상황이라, 그쪽을 중심으로 채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은행은 사회소외계층, 다문화 가정, 취약계층, 장애인 채용 등의 채용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신입 직원에게 바라는 덕목으론 ‘자신감’과 ‘절실함’을 꼽았다. 이 행장은 “실제로 취직을 해서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힘든 경우도 있을텐데, 자신감과 절실함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모티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장에 들어선 박성호 하나은행장 또한 곧장 하나은행 부스를 방문해 대기 중인 면접자를 만났다. 박 행장은 “면접에 편하게 임하라”면서 “딸도 취업을 준비하고 있어 여러분들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고 있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광수 은행연합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으로 대표되는 거대한 디지털 전환의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청년들이 선호하는 좋은 금융권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것도 잘 안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권은 점포를 축소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2021년에는 7500명 정도를 신규 채용했고, 올해도 어려운 환경이지만 작년 수준의 채용을 추진하면서 청년을 위한 금융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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