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전후, 경제혼란 최대고비
대선전후, 경제혼란 최대고비
지난 9월 중순 7백고지에 머물던 주가가 10월 하순에 5백고지로 추락했다. ‘주가가 싸지는 것보다 더 큰 호재는 없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큰 손’, ‘작은 손’할 것 없이 ‘지금이야말로 대세바닥’이라며 주식을 긁어 모았다. 하루 거래량이 6천만주를 넘어서는 날이 계속됐다. 그런데도 주가는 잔인하게도 4백30대로 추락했다. ‘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라는 믿음이 무너진 것이다. 한 달 사이에 주가가 반토막이 나 빈털터리가 된 투자자도 수두룩하다. 신용투자자의 3분의 1이 깡통을 찼거나 담보 부족에 걸려 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한국경제의 밑바탕(펀더멘털)이 흔들리고 있었건만 정부나 기업은 도리어 ‘펀더멘털’은 끄떡없다고 잠꼬대 같은 소리를 했다. 그러나 금융에 관한 한 산전수전 다 겪은 외국인 투자자들은 이 대목을 놓치지 않았다. 은행·증권주의 액면가가 무너지거나 말거나 9월부터 그들은 가격불문하고 금융주를 내다 팔았다. 불행스럽게도 그들의 예측은 적중했고 한국은 석 달이 못 가 IMF의 ‘금융신탁통치’를 받는 신세가 됐다. 지난 11월23일 IMF 실사단은 김포공항에 도착, “한국의 금융위기는 금융시스템의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고 첫마디를 내뱉었다. 그들이 곧바로 요구한 자료는 금융기관의 회계장부. 은행이 앓고 있는 병세가 ‘생각 이상’이라거나 ‘회계기준이 엉망’이라는 진단이 뒤따랐다. 첫번째 외과수술 부위가 결정되는 순간이다. 한국에 앞서 IMF구제금융을 받은 태국은 58개의 금융회사가 문을 닫았고 인도네시아도 16개의 은행이 정리됐다. 금융기관 뼈대가 통째로 수술받는 일이 이제 불가피하게 됐다. 그러니 금융시장은 벌써부터 ‘돈脈경화’ 증상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부도는 지금이 서막 기업부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불안감이 증시에 쫙 깔려 있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종목이 벌써 전체 상장종목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이러다간 주가가 기업을 부도내게 생겼다. 95년 1월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멕시코는 신청이전부터 내림세를 보이던 주가가 신청이후 한 달간 30% 가까이 추락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 정부가 비상경제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환율 안정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났고 불확실성이 줄어든 탓이다. 주가회복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한국에 대한 IMF 구제금융 조건이 결정되고 실제로 자금 유입이 이뤄지는 시기는 대선을 전후한 시점이 될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그때까지가 경제혼란의 고비”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금융혼란을 겪은 외국의 사례를 볼 때 3개월은 극심한 혼란기이고 그후 6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정기로 접어 들었다”며 낙관론을 경계한다. 멕시코 사태가 터진 95년만 하더라도 활기찬 세계경제가 뒤를 받치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웃 일본마저 혼란을 겪고 있는 등 우군이 적어 수습이 어려울 것이란 견해다. 또 고금리시대의 돈줄은 채권투자로 흘러가게 마련. 주식시장은 그 다음 차례라는 주장이다. IMF 신탁통치로 금융시스템의 재건축이 불가피해지면서 주가지도가 달라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주식시장에선 벌써 우량기업과 재무구조 불량기업의 주가 운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기업 재무구조와 경쟁력에 따라 철저히 매매여부를 결정하는 외국인 투자가의 투자패턴이 루머에 춤을 추는 우리 주식시장에도 자리잡게 된다면 (80년대에 죽을 쑤던 미국경제와 주가가 90년대에 날개를 달았듯) 한국경제와 주가도 날개 달고 훨훨 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을 게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업부도는 지금이 서막 기업부도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란 불안감이 증시에 쫙 깔려 있다.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종목이 벌써 전체 상장종목의 3분의 1을 넘어섰다. 이러다간 주가가 기업을 부도내게 생겼다. 95년 1월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멕시코는 신청이전부터 내림세를 보이던 주가가 신청이후 한 달간 30% 가까이 추락했다. 그러나 두 달이 지나 정부가 비상경제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환율 안정으로 외국인 투자가 늘어났고 불확실성이 줄어든 탓이다. 주가회복의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한국에 대한 IMF 구제금융 조건이 결정되고 실제로 자금 유입이 이뤄지는 시기는 대선을 전후한 시점이 될 것이다. 낙관론자들은 “그때까지가 경제혼란의 고비”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중론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금융혼란을 겪은 외국의 사례를 볼 때 3개월은 극심한 혼란기이고 그후 6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안정기로 접어 들었다”며 낙관론을 경계한다. 멕시코 사태가 터진 95년만 하더라도 활기찬 세계경제가 뒤를 받치고 있었지만 지금은 이웃 일본마저 혼란을 겪고 있는 등 우군이 적어 수습이 어려울 것이란 견해다. 또 고금리시대의 돈줄은 채권투자로 흘러가게 마련. 주식시장은 그 다음 차례라는 주장이다. IMF 신탁통치로 금융시스템의 재건축이 불가피해지면서 주가지도가 달라지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 주식시장에선 벌써 우량기업과 재무구조 불량기업의 주가 운명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기업 재무구조와 경쟁력에 따라 철저히 매매여부를 결정하는 외국인 투자가의 투자패턴이 루머에 춤을 추는 우리 주식시장에도 자리잡게 된다면 (80년대에 죽을 쑤던 미국경제와 주가가 90년대에 날개를 달았듯) 한국경제와 주가도 날개 달고 훨훨 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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