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진정성 있는 소통에 나설 것”
[이코노 인터뷰]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
민간‧공공, 대‧중소‧벤처기업 모두 경험 강점
‘구시대적 검열 기관’ 비판에 소통 강조
[이코노미스트 원태영 기자] “소통은 횟수 등이 중요한게 아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게임업계 전문가로 통하는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3개월을 맞아 그동안의 소회와 향후 방향성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서태건 위원장은 [이코노미스트]와 만나 며 “진정성이 있어야 올바른 관계”라고 강조했다.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8월 제5대 위원장으로 서태건 위원을 선출했다. 서태건 신임 위원장은 게임, e스포츠 및 콘텐츠 분야에서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본부장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원장 ▲WCG(월드사이버게임즈) 대표이사 ▲BIC(부산인디커넥트 페스티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삼성전자 기획실에서 근무하고 있을때, 우연한 기회로 콘텐츠 사업을 맡게 되면서 처음 콘텐츠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수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상대방을 이해하는 폭이 다른 사람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민간에도 있었고 공공에도 있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을 모두 경험했다”고 했다. “30년 넘게 콘텐츠를 업으로 삼아 왔다”며 “여태까지 축적된 경험들을 통해 어떤 일이 주어지더라도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구시대적 ‘검열 기관’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게임 이용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태건 위원장이 소통을 강조한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런 상황속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 11월 6일 현장기자단 대상 소통간담회를 열고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해당 간담회에서 서 위원장은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진 이용자 및 사업자 협·단체, 주요기업·학회 등 방문을 통해 직접 듣고 느낀 점들을 언급했다.
그는 “2005년 게임산업개발원 본부장으로 일하면서 그때부터 게임등급 심의를 민간에 맡겨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로부터 약 20년이 흘렀다”며 “현재 자체등급분류사업자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부 민간이양이 시작됐지만, 이제는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해외의 심의기관은 어떻게 심의하는지 들여다보고 있다”며 미국(ESRB)과 일본(CERO) 등의 사례를 검토해 한국에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참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 위원장은 지난 10여 년간 게임위가 ‘등급분류 중심의 규제기관’이었지만, 시대적 환경변화에 맞게 ‘사후관리 중심의 서비스 기관’으로 탈바꿈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서 ‘더 다가가는 게임위, 더 나아진 게임생태계!’라는 새로운 사업 목표를 도출했다고 덧붙였다.
핵심방향으로 ▲소통(Communication) ▲신뢰(Confidence) ▲변화(Change)의 3대 역점방향(3C)과 7대 중점과제, 17대 주요 실천 과제를 현장에서 함께 발표했다.
게임위는 3대 핵심방향의 가장 중요한 영역을 ‘소통’으로 꼽고있다. 이에 따라 ▲상시 소통 체계 강화 ▲게임전문가 참여․협력 확대를 적극 추진한다. 먼저 ▲게임이용자 및 사업자 협․단체와 학계 등과 정기적인 만남으로 의견을 청취해 각 사업에 반영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게임이용자 소통토론회’를 통해 게임위와 게임이용자 간 상호이해와 게임이용자 권익향상을 위한 의견을 직접 듣는 자리를 가질 계획이다.
게임위의 업무에 게임전문가의 참여도 확대한다. ▲게임물 사후관리 과정에서 게임이용자와의 기준 인식 차이 해소를 위해 개발자·이용자를 중심으로 게임전문가 패널을 구성해 등급기준 적정성을 자문하는 절차를 신설 및 운영한다. 또한 ▲등급분류 과정이나 등급분류기준 수립 시에 ‘게임이용자’ 참여 근거를 빠른 시일 내에 ‘등급분류규정’에 담아, 근거를 바탕으로 ‘게임이용자’의 참여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나갈 예정이다.
게임위는 ▲민간등급분류 이양 지원과 ▲전문역량 및 교육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게임위는 ‘사행성을 제외한 청소년이용불가’ 등급게임물의 민간 이양을 지원하기 위해 등급분류 기준 사례 연구를 통한 표준 매뉴얼 수립 등을 추진한다.
서 위원장은 “의원실과 문화체육관광부가 진행하고 있는 법률 개정 작업을 지원하겠다”며 “민간이양시 활용할 수 있는 등급 분류 표준 매뉴얼을 만들고, 등급분류 수수료도 현실화하겠다”고 설명했다.
민간등급 분류 이양, 법령 개정 지원할 것
게임위는 민간등급분류 이양 및 게임물 내용수정신고제도의 합리적 개선 등을 위한 법령 개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아울러 현재 지정된 10개 자체등급분류사업자와의 정기간담회 운영과 자체등급분류사업자 및 민간등급분류기관 직원 교육 내실화를 통해 자체등급분류 게임물과 민간등급분류게임물의 등급적정성을 향상 시켜 나갈 예정이다.
게임물 사후관리(모니터링) 직원 교육 확대와 등급분류 게임물 검토연구원 전문성 강화 역시 중점 과제로 추진할 계획이다. 사후관리 직원들의 모니터링 역량 확대를 위해 모니터링 관련 직무개별교육‧연수, 자격증 취득 과정 지원, 유관기관 학술대회 등 참여를 지원할 예정이다. 또 직원들이 취득한 정보는 모니터링 직원 전체에 공유해 전체 모니터링 역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등급분류 게임물 검토연구원 전문성 강화를 위해 등급분류 사례 분석, ‘콘텐츠 심의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타 콘텐츠와 게임 간 등급분류제도 비교분석 및 해외 등급분류 기관과 인적교류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게임 유통을 원천 금지한 현행 게임산업법 조항이 위헌이라며 21만명의 게임 이용자가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한 사실에 대해서도 서 위원장은 결과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헌법소원을 청구한 분들의 의견과 청구 내용을 충분히 존중하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수용하고 후속 조치를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영화 같은 다른 문화예술과의 형평성 이야기도 많이 언급되는 만큼 유관기관과 교류를 늘릴 생각”이라고도 했다.
서 위원장은 “우리나라 게임물 등급분류제도가 생긴지 25년 이상이 되고, 시대와 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게임위의 성격도 등급분류보다는 사후관리 중심으로 이동하는 과도기에 있다고 본다”며 “소통·신뢰·변화를 핵심 방향으로 게임생태계 구성원들에게 더 다가가고 게임이용자들의 권익 보호에도 앞장서는 게임위가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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