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새 대통령과 경제운용의 틀

새 대통령과 경제운용의 틀

피터 드러커 교수가 제시한 대통령직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한 6대 규칙에는 ‘선거공약에 집착하지 말 것’‘우선순위에 집중할 것’‘정부 내부에 친구들을 끌어들이지 말 것’ 그리고 ‘선거운동은 이제 그만할 것’등이 포함돼 있다. 당선된 뒤에는 국가경영에만 전념하라는 충고에 다름 아니다. 고도성장시대 우리사회의 추진 에너지는 6·25전쟁의 충격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반발력에서 비롯되었다. 그러나 이 에너지를 소멸시킨 상징적 기점인 6·29선언 이후에는 1천억 달러 이상의 빚을 얻어가며 10년 가까이 전국민이 잔치판을 벌여왔고, 결국 외채위기로 치달았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의 시대적 사명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충격을 우리나라를 21세기의 선진국 대열로 진입시키는 제2단계 추진력으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신뢰도와 친밀감을 회복해 단기외채의 상환압력을 완화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운용의 기본틀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 민간전문가 중심의 ‘비상 경제정책 심의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발족시켜 정부의 위기관리 경제정책과 개혁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심의·조정·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부터 국정수행을 주도할 인물들을 널리, 신중히 골라야 한다. 그러나 이때 이들과 창업공신들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경영과 창업은 엄연히 다른 영역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사회의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종신고용제를 폐지하고 고시제도의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민간전문가들을 공무원직에 대량 수혈하고 공무원의 전문화를 위해 공무원 인사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경쟁력이 없거나 비효율적인 기업들이 명예롭게 퇴진하고 구조조정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기업구조조정 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조속히 제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의 재구축·재편성·재설계·재조정과 재활력화에는 정리해고제의 조기도입이 절대적인 선행조건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벤처기업과 같은 새로운 기업들이 계속 창업되며 외국인 투자, 기업인수합병(M&A)이 활성화되는 것만이 근본적으로 고용이 재활성화되는 길이다. 억지고용을 계속하다가는 결국 공멸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IMF와의 협정에 따라 금융제도와 금융시장은 근본적으로 변할 것이 확실하지만 이에 더해 장기적으로 어음제도와 담보대출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21세기 도약에 필요한 우리사회의 새로운 지원체제와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시장경제원리가 작용하는 분야에서는 공정경쟁위원회와 금융감독위원회의 시장감시기능 이외의 모든 규제를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 행정규제는 시한을 정해 놓고 모두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뒤 정부가 필요성을 입증한 경우에 한해 민간인 중심의 규제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해 규제의 종류와 수준을 허용한다. 행정개혁 뿐만 아니라 정치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을 실천해 개혁의 성역을 깨뜨린다. 개혁을 실질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권력기관에 대한 개혁을 선행한다. 투명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각급 기관장들이 부정부패 근절에 대해 직접 책임지도록 하고 권한이 대폭 강화된 ‘부정방지 위원회’를 설치한다. 정부조직개편도 조직을 단순히 축소하거나 통폐합하는 것보다는 조직의 목표와 임무를 중심으로 관련제도와 절차를 재설계하고 통합시키며 부처간 조정·협조체제를 구축하는 일에 주력한다. 지방행정조직의 행정단계를 축소하고 지역감정 해소를 위해 행정구역을 동서로 통합할 것도 고려한다. 관변단체·협외·연구소의 대폭적인 통폐합과 기능의 재정립도 추진한다. 그리고 공공구매의 혁신, 생산적 복지중심의 복지정책 그리고 경제성을 중심으로 완전히 재구축된 예산제도 등을 중심으로 정부의 생산성 혁신 프로그램을 추진한다. 기존의 국정운영과 경제운용의 틀은 IMF 충격을 못이기고 이미 무너지고 있다. 이제 새로이 구축될 시스템의 수준이 21세기 1백년간 우리나라의 운명을 사실상 결정한다는 데서 새 대통령의 사명과 역사적 의미는 너무나 중요하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IBK벤처투자, 1000억원 규모 첫 펀드 결성…1호 투자 집행

2KT&G,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월드 지수’ 편입

3'인천-도쿄' 노선, 세계 3위로 여행객 실어 날랐다

4캄파리그룹, 트랜스베버리지 잔여 지분 인수...'캄파리코리아'로 새 출발

5尹정부에 뭇매 맞던 ‘네카오’...탄핵 집회서 '소통 창구' 역할 톡톡

6美법원, 철강 관세 폭탄에 제동…현대제철·동국제강 안도

7엔씨소프트 ‘리니지2M’, 텐센트 통해 중국 서비스

8김보현 대우건설 신임 대표 “2027년 순이익 1조원 달성하겠다”

9'10년째 최고가' 297억원 단독주택, 소유주는?

실시간 뉴스

1IBK벤처투자, 1000억원 규모 첫 펀드 결성…1호 투자 집행

2KT&G,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월드 지수’ 편입

3'인천-도쿄' 노선, 세계 3위로 여행객 실어 날랐다

4캄파리그룹, 트랜스베버리지 잔여 지분 인수...'캄파리코리아'로 새 출발

5尹정부에 뭇매 맞던 ‘네카오’...탄핵 집회서 '소통 창구' 역할 톡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