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모아 수출-손해도 꽤 많다
금모아 수출-손해도 꽤 많다
금(金)모으기 운동이 붐을 일고 있다. 장롱 속에 한번 처박히면 다시 햇빛 보기가 어려웠던 금붙이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금모으기 운동은 원래 한 시중은행장이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에게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다. 金당선자측에서 이를 하나의 운동으로 제의하자 각 은행과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캠페인에 나서게 됐다. 정작 아이디어를 낸 은행은 내부적인 검토 결과 “별다른 실익이 없다”며 미루는 사이 1월5일 주택은행이 선수를 치고 나왔다. 텔레비전 방송을 타고 호응이 높아지자 농협·국민은행·기업은행 등이 뒤를 이었고 각 기업·단체도 자발적인 금수집 활동에 나서고 있다. 절차는 간단하다. 지니고 있는 금붙이를 은행창구에 내면 이를 은행이 모아 제련업체를 통해 금괴로 만든 후 수출해 외화를 벌어온다는 것이다. 이때 순금은 예금처럼 예탁해 나중에 수출대금이 들어오면 돈으로 찾을 수 있다. 수출절차가 끝나 실제 돈이 입금되는 데는 한달 정도 걸린다. 단, 합금은 순금 함유량을 재기 어려워 그냥 기탁해야 한다. 호응은 예상외로 좋은 편이다. 이미 모아진 금붙이를 녹여 만든 금괴 1t이 14,15일 항공편으로 수출됐다. 금액으로는 1천만 달러어치다. 이 돈은 우리돈으로 환전돼 각 예탁자의 계좌에 입금되는데, 결과적으로 수출로 잡혀 경상수지 흑자를 보태게 된다. 또 은행별로 하루 1t 정도씩 금붙이가 들어오고 있어 수출규모는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국내에서 장롱 속에 잠자고 있는 금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 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다만 해외 금시장에서는 2천7백t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국제가격이 자꾸 떨어지고는 있지만 적어도 2백억 달러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절반 정도만 나와도 수출을 1백억 달러 이상 늘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외환보유고도 늘어나 외채를 더 빨리 갚을 수 있다. 그러나 좋은 아이디어라고 흥분만 할 일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문제점도 많다. 우선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든다. 은행은 먼저 금의 무게를 달 저울을 사야 한다. 개당 20만원인데 주택·국민 두 은행 점포만 1천개에 달하므로 저울을 사는 데만 2억원이 필요하다. 또 각 은행이 동시에 금모으기 운동을 벌이다 보니 저울이 동이 날 판이다. 국민은행은 저울을 못 구해 캠페인 실시일정을 이틀 늦추기도 했다. 금붙이의 무게와 순도를 재는 감정사의 인건비도 든다. 이들은 자원봉사 차원에서 하루 일당 5만원을 받는다. 점포별로 한명씩 배치돼 있으므로 두 은행 기준으로 이들의 인건비도 하루 5천만원씩 들어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은 수출대금의 일부(4∼5%)를 비용으로 차감할 계획이다. 주택은행은 금의 무게를 달 때 1%를 감하고 있다. 또 국제금값이 자꾸 하락하고 있어 제값을 받고 수출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수도 있다. 영국 런던시장에서 금값은 지난 79년6월 이후 가장 낮은 온스당 2백78 달러 수준에서 형성되고 있다. 한국에서 금모으기운동이 벌어진다는 소식에 가격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경제 전체의 효율에도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지금 모아지고 있는 금붙이는 대부분 인건비가 많이 포함된 금세공품들이다. 그런데 수출을 위해서는 금괴로 녹여야 하므로 형체가 없어진다. 인건비 부분이 아무 효용없이 허공으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수출대금의 분배과정에서도 말썽이 있을 수 있다. 각 은행은 맡긴 금의 순도와 관계없이 무게를 기준으로 돈을 배분하고 있다. 따라서 순도가 낮은 금붙이를 맡긴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유리하게 돼 있다. 일부에서는 이런 허점을 이용한 조직적인 범죄의 가능성마저 걱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운동을 주도하는 은행·기업·방송사와 이에 참가하는 국민 모두 순수한 민간운동의 취지를 지키는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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