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특화 강점 못 살리는 IBK투자증권…IPO 시장 경쟁력 ‘물음표’
코넥스 성과 많지만 주관 경쟁에서 밀려…기존 영업 방식 한계 지적

[이코노미스트 정동진 기자]'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를 표방해 온 IBK투자증권이 코스닥과 코스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의 부진을 이어가면서 업계의 아쉬운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공개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발행사들의 주관사 선정 기준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IBK투자증권이 시장의 변화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IBK투자증권은 그동안 코넥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냈다. 업계에서 가장 많은 누적 상장 기업 수(60곳)를 기록했고, 최근 5년간 코넥스 신규 상장 기업 가운데 약 30%인 15곳의 IPO를 맡아 성사시켰다. 지정자문인 계약 기업 수도 지난해 7월 기준 145곳으로, 업계 2위 한국투자증권(약 30곳)을 크게 앞섰다.
IBK투자증권이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모기업인 IBK기업은행의 협력이 큰 역할을 했다. 기업은행이 가진 중소기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초기 기업들이 코넥스에 안착하도록 돕고, 자문과 금융지원 등을 제공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IBK투자증권의 이러한 강점은 코스닥과 코스피 IPO 시장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평균 4~5건의 IPO를 주관해왔지만, 지난해에는 2건으로 크게 줄었다. 상장예심 청구 건수도 3건에 불과했다. 이는 서정학 IBK투자증권 대표가 지난해 초 신년사에서 밝힌 목표(코스닥 9건, 코넥스 7건 등 총 16건의 IPO 예비심사 청구)와도 큰 차이를 보이는 성적이다.
특히 아쉬운 부분은 IBK투자증권이 코넥스에서 코스닥이나 코스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코넥스 시장에서 이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은 총 48곳인데, 이 중 IBK투자증권을 이전상장 주관사로 택한 기업은 12곳(25%)에 불과했다. 이는 IBK투자증권이 발행사들과 지정자문인으로 오랜 기간 관계를 맺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전상장 시점에서는 다른 증권사를 선택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이전 상장 과정에서도 어려움을 겪었다. IBK투자증권이 지난 5년동안 청구한 상장 예비심사 12건 가운데 7건이 실제 상장까지 가지 못했다. 현재 피아이엠이 이전상장을 추진 중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5년간 IBK투자증권이 성공적으로 이전상장을 마무리한 기업은 이엔드디, 씨이랩, 래몽래인, 이노진, 한중엔씨에스 등 단 5곳이다.
시장 상황도 IBK투자증권에게 점점 불리해지고 있다. 기존 IPO 업계에서 주관사들은 IBK투자증권과 같이 중소기업과 오랜 관계를 맺으며 자연스럽게 딜을 성사시키는 방식의 영업을 선호했으나 최근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IPO 주관사들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발행사들이 관계 중심의 네트워크보다는 여러 증권사들을 초청해 경쟁 프레젠테이션(RFP)을 진행한 뒤, 객관적인 지표와 조건을 비교해 주관사를 선정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IPO에 참여한 벤처캐피털(VC)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시장 변화의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VC의 투자금 회수와 시장 평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객관적 지표와 투자자 선호도를 갖춘 증권사를 선택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네트워크를 강점으로 내세웠던 IBK투자증권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IBK투자증권도 지난 2023년 변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IPO 경험이 풍부한 김병철 본부장을 기업금융본부의 수장으로 영입하는 등 외부 수혈을 진행하기도 했다. 다만 김 본부장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해 상반기 IBK투자증권과의 동행을 마쳤다. 당시 업계 일각에서는 내부 조직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외부 인력 영입의 효과를 제한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올해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다. 스팩합병을 추진했던 영구크린의 상장이 무산되면서 현재 IBK투자증권이 상장 예비심사를 진행 중인 기업은 한 곳(피아이엠) 뿐이다. 이에 상반기까지 최대 1건의 IPO 레코드 달성만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의 심사 기조 강화와 더불어 IPO 시장에 뛰어드는 증권사들이 늘어나면서, 주관 경쟁에서 설 자리를 잃는 중소형 증권사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발행사들이 기존 관계를 넘어 리테일이나 신디케이션 역량까지 중요하게 생각하면서, 네트워킹 중심의 영업으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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