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천정부지 강남 아파트값, 더 오른다
[이슈]천정부지 강남 아파트값, 더 오른다
물건이 사라졌다 매수세가 가장 강하게 몰리는 곳은 강남구 일대. 오를 만한 특별한 요인이 없는 데도 모든 아파트에 ‘사자’ 세력이 몰리면서 매물이 거의 사라졌다. 88 올림픽과 3저 등의 영향으로 부동산 경기가 한창 달아오를 때의 모습을 연상케 할 정도다. 개포동 주공 13평형은 2주전 2억3천만원 선이었으나 현재는 2억6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으나 매물이 한 건도 없어 거래가 안 된다. 때문에 계약금을 돌려주면서까지 해약하려는 매도자마저 생겨나고 있다. 실제 회사원 최모씨는 이달 초 개포 주공 17평형을 3억3천만원에 팔기로 계약했으나, 현재 3억7천만원을 호가하자 계약금 3천만원을 돌려줄테니 계약을 취소하자며 매수자를 설득하고 있다. 도곡동·대치동 등 명문 학교·학원이 밀집한 곳의 주택시장은 매수 수요로 넘쳐나고 있다. 겨울방학에 들어서자 이 일대로 이사오려는 수요마저 가세, 중개업소마다 예약 대기 손님이 넘쳐나고 있다. 서초구 일대도 사정은 비슷하다. 서초동 삼호아파트 34평형은 지난달보다 2천만원 올라 3억1천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으나 물건은 전혀 없다. 최근 재건축 시공사를 선정한 잠원동 한신2차 30평형의 경우 시공사 선정 직후 3천만∼4천만원 가격이 오르면서 두 달 전보다 1억원이 뛴 3억원에 매도호가가 형성돼 있다. 매매거래 양상도 예년과 다르다. 부동산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가 서울지역 2백10개 부동산 중개업소의 아파트 거래량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11월부터 12월 18일까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 3개구에서 5백50여건이 거래돼 지난 2000년의 같은 기간보다 5배나 늘었다. 당혹스러워 하기는 일선 중개업소도 마찬가지다. 재료가 있는 것도 아닌데 상승세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경제 논리로 이해할 수 없다는 고개를 젓고 있다. 강남권 주택시장의 경우 2002년에도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집 장만 대열에 합류하면서 한 겨울 추위를 무색케 할 정도의 열기를 내뿜고 있다. 재건축이 빚어낸 일시적인 거품 강남권 아파트값의 이상급등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각은 양분돼 있다. 일시적인 거품이라고 보는 시각과 수요와 공급이 빚어낸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주장 등이 그것이다. 거품론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은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세가 재건축 기대심리에 의한 것임을 지적한다.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전 단지가 재건축 대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포동 주공 아파트의 저층은 물론 대치동 은마 등 중층 단지 등 90% 이상이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시공사만 선정하면 아파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이것이 다른 재건축 단지에도 영향을 미쳐 덩달아 가격 상승 효과를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부동산114가 지난 2001년 아파트값 상승률을 조사한 결과 재건축 단지가 30% 올라, 일반단지 상승률 11.90%보다 월등히 높았다. 문제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의 경우 시공사나 조합에서 제시하고 있는 계획대로 사업을 추진할 단지가 전무하다는 것이다. 강남구 청담·도곡지구 등 저밀도지구의 경우 우선 착공 단지 선정 작업이 해결의 실마리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 아파트 등 택지개발지구 재건축 노후 단지의 경우 재건축을 위한 지구단위계획 조차 확정 짓지 못한 상태다. 일반 중층 단지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조합과 시공사측이 제시하는 재건축 용적률 2백50%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건축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2백% 이하의 용적률도 적용받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내년 양대 선거를 앞두고 재건축 용적률 규제완화 등의 공약이 나올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소비심리를 자극, 아파트값에 잔뜩 거품을 끼워넣고 있다는 것이 거품론의 주요 골자다. 수요와 공급에 의한 정상적인 흐름 이에 비해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을 수요와 공급이 빚어낸 정상적인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강남권 일대는 최고의 주거지로 꼽힐 만큼 수요층이 두터운 곳이다. 신혼부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곳도 강남권이고, 중산층에서 평형을 넓혀갈 때 제일 먼저 꼽는 지역도 이곳이다. 학군·교육·자연환경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져 있는 주거지다. 수요층은 두터운 데 비해 공급물량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영동 택지개발 이후 강남권에서 이렇다할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전무했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새 아파트가 공급되기는 했으나, 물량 자체가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하지 못했다. 강북권은 대규모 재개발 사업을 통해 노후 불량 주택단지가 대형 아파트촌으로 탈바꿈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문제는 앞으로 공급물량이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7개 대형 건설업체의 2002년 서울지역 아파트 공급계획을 보면 동시분양을 통해 내놓을 물량은 지난 2001년 실적(1천5백82가구)의 66%인 1천54가구에 불과하다. 재건축 사업 용적률 규제와 주택용지 고갈 등으로 인해 강남권 아파트 공급 물량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전세난이 휩쓸고 간 지난 한 해 강남지역 전세가격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랐다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강남·서초·송파구를 대체할 만한 후보지가 떠오르지 않는 한 수요층은 계속 늘 수밖에 없고, 최근의 강남권 아파트값 상승은 대세상승으로 이어지는 전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제동장치가 없다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단적으로 놓고 보면 경제력 규모에 비해 과대평가돼 있다. 결혼 후 내집마련 장만까지 평균 7년 정도 소요되는 데 강남권 아파트는 최소 10년, 최고 20년까지 걸린다는 연구 보고서도 있다.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에 어느 정도 거품이 형성돼 있으나 외환위기와 같은 국가 경제적 위기가 다시 재현되지 않는 한 쉽게 빠질 것이 아니라는 데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만성적인 공급 물량 부족과 주거지로 손색없는 입지여건 등은 강남권 단지의 인기를 높여주고 있다. 강남권 주택시장을 견제할 만한 대상도 없다. 강남의 뒤를 이은 주거지로 자리잡은 분당 신도시 역시 강남권의 대체 수요지일 뿐이다. 오는 2005년 말 분양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판교 신도시가 제동장치로서의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아파트값 상승을 억제할 제동장치가 없는 상황이다보니 강남권 주택시장의 인기는 쉽게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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