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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고민 중”...韓 배달시장 어디로 가나

[배달시장, ‘상생’은 불가능한가]④
협의체 참여 기구들 "앞으로가 중요"
이중가격제 도입 눈치 보는 프랜차이즈

배달기사들이 음식을 배달 중이다.[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김정훈 이지완 기자]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이하 상생협의체)가 거래액 별 수수료를 차등 부과하는 첫 번째 상생안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다.

특히 입점업체들은 배달플랫폼이 광고비나 결제수수료 등으로 자영업자들에게 새로운 부담을 전가할 수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들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생협의체가 지속되거나 새로운 관리·감독 기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현재의 수수료 부담을 덜어줄 대안으로 ‘이중가격제’가 거론되지만 배달플랫폼 입점업체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프랜차이즈들이 소비자 눈치를 보며 도입을 망설이고 있어 점주들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다.

“새로운 상생협의 기구 신설 필요”

상생협의체는 지난 11월 14일 제12차 회의에서 자영업자의 배달 중개수수료 부담 완화를 골자로 하는 상생안 마련에 성공했다. 다만 배달의민족(배민)·쿠팡이츠 등 배달플랫폼은 곧바로 상생안을 적용하지 않는다. 최소 2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배민 측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상생안의 세부 정책을 확정하고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는 대로 해당 안을 이행할 계획”이라며 “이번 상생안은 시행 후 3년간 적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 상생안의 시행 예정 시점은 내년 초다.

제12차까지 상생협의체 회의에 전부 참여했다는 입점업체 한 관계자는 “현재는 관망 상태다. 큰 틀은 잡혔지만 배달플랫폼이 세부 정책을 어떤 식으로 꾸릴지 등도 살펴야 한다”며 “말 그대로 상생안이다. 법제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배달플랫폼이 약속을 지킬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입점업체들이 갖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장에 어느 정도 상생안이 수용되고 안정화가 되면 그때 또 다른 문제는 없는지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생안에 동의한 전국상인연합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측도 앞으로가 더욱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상생안 시행 이후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배달플랫폼 측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우리는 이번 상생협의체에 대해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상생협의 구조’라는 표현을 썼다”며 “결제수수료·할인수수료·광고비 등 각종 불공정 행위에 대해 상생협의체가 지속됨으로써 하나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상인연합회 측은 배달플랫폼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조건부 동의’라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만족스럽지 않은 상생안에 동의한 이유가 이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상공인연합회와 마찬가지로 이해관계자 간 지속적인 협의다.

전국상인연합회 관계자는 “상생안을 시행한다고 하지만 배달플랫폼들이 갑자기 수수료를 긴급 인상한다든지 어떤 편법을 쓸지 알 수 없다”며 “그러면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달수수료는 정부 차원에서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전담 부서를 설치해서 서로가 계속 감시·감독해야 한다. 이번에 합의했다고 하지만 지켜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기구는 분명 필요하다. 상생안에 동의한 것도 이런 조건을 전제로 한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 설치된 식당의 음식 메뉴판. [사진 연합뉴스]

폐업 고민 중인 점주들...“미래가 없다”

이번 상생안을 받아든 입점업체들 상당수는 폐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금액과 수수료, 음식값이 계속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점주는 “주변 영세 사업자들의 경우 아예 배달업을 중단하고 홀 영업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이번 상생안도 3년만 보장하지 않나. 3년 후에 또 수수료가 오르고 배달비가 치솟으면 치킨처럼 배달이 중요한 업종들은 미래가 없다”고 토로했다. 

매장 메뉴 가격과 배달 메뉴 가격에 차등을 두는 ‘이중가격제’ 도입도 지지부진하다. 점주들 입장에서는 배달플랫폼에 나가는 수수료와 함께 배달비까지 내야 한다. 이때 배달비를 보존할 수 있는 방법은 배달메뉴용 가격을 올리는 방법밖에 없다. 하지만 대다수의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이중가격제 도입을 꺼리고 있다. 소비자들이 이를 사실상의 가격 인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치킨 프랜차이즈의 점주들의 경우 업계 선두업체들인 BBQ나 bhc가 이중가격제에 나서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또한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이중가격제 도입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BQ와 bhc는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의 미회원사라 이중가격제를 독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BBQ와 bhc는 올해 치킨값을 인상한 바 있어 이들 업체들이 이중가격제에 적극 나설지도 미지수다. 치킨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은 가격 예민도가 매우 높은 업종인데 여기에 이중가격제로 혹여 소비자 민심이 돌아서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며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업종들은 소위 업계를 이끄는 대형사들이 먼저 이중가격제를 도입해 주길 기대하는 눈치지만 여론 때문에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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