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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포, 중고名品 판매로 '재미'

전당포, 중고名品 판매로 '재미'

송파구에 사는 이정은(33)씨는 ‘명품(名品)’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가지 않는다. 이씨가 백화점 대신 들르는 곳은 바로 전당포. 이씨의 단골 전당포는 분위기부터 색다르다. 카페 같이 쾌적한 분위기에 외국에서 자격증을 딴 전문 감정사가 친절하게 고객을 맞는다. 전당포 내에 들어서면 마치 수입용품 전문매장에 온 듯하다. 이씨는 이곳에서 ‘새것 같은’ 중고 명품을 싼값에 마련하고 있다. 최근 이씨는 이곳에서 정가 1백28만9천원짜리 루이비통 핸드백을 80만원에 구입했다. 사용한지 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물건이었다. 핸드백 값을 지불하자 전당포 점원은 이씨에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정품 표시증서’였다. 증서를 받고난 이씨는 “가격과 품질 면에서 면세점이 부럽지 않다”고 말했다. 전당포가 변신하고 있다. 철창 너머로 시계나 반지를 담보로 건네주고 돈을 빌리던 전당포의 모습은 이제 ‘추억’이 됐다. 고객이 원하면 출장감정 서비스에 고가품의 위탁판매까지 대행해 주는 초현대식 전당포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상호신용금고 등 금융사도 이 분야에 뛰어들면서 국내에도 미국식 폰뱅크(Pawn Bank) 시대가 열리고 있다. 국내에서 이 같은 영업방식을 처음 선보인 곳은 캐시캐시(www.cashcash.co.kr). 이 업체는 올 4월 문을 연 이후 전당업무·명품매입 및 위탁판매 등을 해주고 있다. 명품 보석을 담보로 맡기고 돈을 빌려가는 전당업무는 대출금액에 따라 월 3.5∼5%의 이자(선이자 방식으로 이자를 먼저 떼고 돈을 빌려 줌)가 적용된다. 대출액은 감정 가격의 70%까지다. 캐시캐시는 출장감정·인터넷 감정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이어 프랜차이즈 사업을 통한 전국영업망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또 시중은행에서나 볼 수 있는 프라이비트룸·사전예약 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구멍가게식’ 전당포 영업방식에서 완전히 탈피한 셈이다. 이 업체는 롤렉스 시계·프라다 가방·까르띠에 반지·미놀타 카메라 등 60여 가지 명품 브랜드를 사고 파는 ‘명품 거래소’ 역할도 하고 있다. 고객이 담보로 맡긴 후 계약기간 내에 찾아가지 않은 고가품들은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처분)된다. 캐시캐시의 박천수 이사는 “매월 20∼30건의 명품이 판매되고 있다”며 “특히 루이비통·구찌·프라다 등 고급 핸드백을 찾는 여성 손님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회사는 대출과 중고명품 판매로 한 달에 약 1억5천만원의 수입을 올리고 있다. 이중 물품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익의 3분의 2인 1억원 정도. 캐시캐시는 ‘사이버 영업’도 강화하고 있다. 홈페이지를 비롯해 중고명품 인터넷 쇼핑몰인 로데오드라이브(www.rodeodrive.co.kr), 롤렉스 시계에 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롤렉스클럽(www.rolexclub.co.kr) 등 3개의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지난 8월 문을 연 캐시파크(www.cashpark.co.kr)도 전당업무를 비롯해 카드발급 대행·소액신용대출과 같은 소비자 금융을 취급하는 폰뱅크다. 이 업체는 서울 시내의 3개 신용금고사와 업무제휴를 맺고 소액신용 대출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대출한도는 3백만원이며 대출금리는 연 24∼57%가 적용된다. 캐시캐시 전당업무의 특징은 고객이 대출기간을 짧게 정할 수 있고, 담보물로 맡길 수 있는 품목이 다양하다는 점. 핸드백 보석을 비롯해 노트북·PDA·핸드폰·가전제품 등이 담보대상이다. 대출기간은 최소 15일까지며 월 3∼5%(15일 기준), 월 5∼7%(한달 기준)의 대출이자가 적용된다. 이 업체는 백화점 상품권 판매 및 명품 직거래 등의 유통사업도 벌이는 등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 본점이 있는 캐시파크는 지난달 28일 광주지역에 첫 프랜차이즈점을 냈다. “전당포를 대신할 수 있는 폰뱅크의 전국 체인화를 이루겠다”는 게 이 회사 장태식 전무의 얘기다. 금고업계에선 한신금고가 폰뱅크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신금고는 지난 8월부터 귀금속을 담보로 연 18∼42%의 금리에 돈을 빌려주는 ‘마하골드론’을 취급하고 있다. 사(私)금융업체가 아닌 금융기관이 귀금속을 담보로 한 금융상품을 내놓기는 한신금고가 처음이었다. 마하골드론을 이용하려면 이 금고의 본점(명동)과 지점(천호동·장위동)에서 귀금속 가치를 평가받아야 한다. 평가 후 즉석에서 감정가의 80∼90%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한신금고는 마하골드론으로 현재까지 약 11억원의 대출실적을 올렸다. 한신금고는 앞으로 담보물 대상을 환금성 있는 소비재 명품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금융소비자를 대상으로 간편하게 소액을 빌려주는 ‘소비자금융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초현대식 전당포인 폰뱅크는 국내에서 새로운 금융업태로 떠오를 전망이다. 캐시캐시의 박천수 이사는 “미국에선 1만4천개의 인터넷 폰뱅크가 있고, 이중 4개 업체가 나스닥에 상장돼 있을 만큼 폰뱅크가 성업 중”이라며 “국내에서도 기존 전당포의 폰뱅크화가 빠르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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