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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 누가누가 잘하나 '2强 3弱'의 4조 시장 쟁탈전

홈쇼핑 누가누가 잘하나 '2强 3弱'의 4조 시장 쟁탈전

“요즘은 할인점이나 시장에 갈 일이 없어요. 비번 날에는 홈쇼핑 프로를 보면서 필요한 것들을 사죠. 이런저런 아이디어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지만, 일단 발품 안 들이고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게 맘에 듭디다.” 예전 같으면 주부들이나 하던 얘기였다. 하지만 요즘은 택시기사들에게서도 종종 이런 얘기를 듣는다. 최근 퇴근길에서 만난 한 택시기사에게 물었다. “정치판이 예전보다는 더 흥미있게 돌아가죠.” 그랬더니 그는 금방 화제를 돌렸다. “홈쇼핑 주가가 엄청 뛰는데 한번 잡아볼 만하다고 하네요. 그런데 홈쇼핑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쇼호스트 있잖아요. 그 사람들 중에 억대로 버는 사람도 많다고 합디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택시기사의 얘기였지만 홈쇼핑에 대한 인식이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홈쇼핑은 최근 급성장 가도를 달리며 백화점·할인점과 더불어 소매 유통의 3대 채널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95년 8월에 태동한 홈쇼핑 산업이 유통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시장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2000년부터. 2000년 1조3천억원 선이었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2조원대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엔 4조1천억원대로 늘어날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홈쇼핑 채널이 처음으로 등장한 96년엔 3백억원대에 불과했다. 7년 만에 무려 1백배 이상 신장한 셈이 되는데 세계적으로도 이 같은 초고속 성장은 유례가 없다. 시장규모를 따지면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제2위의 ‘홈쇼핑 왕국’이다. ‘한국의 홈쇼핑 시장이 급격히 확대된 이유는 뭘까?’ 선발국가인 미국의 홈쇼핑 업체들은 물론 아시아 국가 업체들은 한국시장의 성장배경에 궁금해 하고 있으며, 방송기법이나 운용 노하우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홈쇼핑 시장이 이처럼 급팽창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가장 먼저 ‘가격 메리트’를 꼽는다. 홈쇼핑은 백화점·할인점 등 기존의 유통채널과는 달리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해주는 직거래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중간 유통마진이 없다. 이를 통해 백화점이나 일반 유통업체 보다 20∼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 게다가 무점포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오프라인 점포 운영에 필요한 경비가 필요치 않다는 점도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쇼핑이 편리하다는 점도 홈쇼핑의 장점이다. 안방에서 전화 한 통화면 구매가 이뤄지는 시스템이어서 발품이나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점은 홈쇼핑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는 요인 중의 하나로 꼽힌다. 여기에 주고객층인 전업주부의 비중이 높다는 한국시장의 특수성도 빼놓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전업주부 비중은 60%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케이블TV 가시청 가구수가 2000년 4백25만 가구에서 올해 말엔 9백만 가구로 늘어날 전망인데다, 올해 3월부터 시작된 디지털 위성방송으로 인해 홈쇼핑 업체들은 종전보다 더욱 선명한 화질로 상품을 선전할 수 있게 된 것도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호재임이 틀림없다. 시장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영업환경도 개선되면서 LG홈쇼핑·CJ39쇼핑 등 선발업체는 물론 현대홈쇼핑·우리홈쇼핑·농수산TV 등 후발업체들도 저마다 차별화된 무기를 앞세워 치열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현재 홈쇼핑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LG홈쇼핑의 경우 지난해 1조6백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엔 1조7천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 회사의 매출을 끌어올리는데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은 안정된 시스템과 인터넷 쇼핑몰 ‘LG이숍’이다. 특히, 기존 홈쇼핑 인프라와 연계해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G이숍은 현재 4천여개의 상품소개 동영상을 확보하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수준. 미국의 홈쇼핑업체들이 동영상 서비스를 벤치마킹해갈 정도로 차별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LG이숍은 지난해 LG홈쇼핑 전체 매출의 10%에 달하는 1천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LG는 국내시장에서 쌓은 확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중국·동남아 시장 진출도 꾀하고 있다. LG홈쇼핑측은 “향후 국내 케이블TV 가입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현재와 같은 고속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해외진출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미 케이블TV 사업이 발달한 중국 내 몇몇 성의 관련업체와 합작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CJ39쇼핑의 추격전도 만만치 않다. 지난 98년 39쇼핑시절 내홍으로 1위자리를 LG에게 내준 이 회사는 2000년 CJ에 인수되면서 차별화된 상품력과 고객서비스를 앞세우는 등 전열을 재정비,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특히 LG이숍에 비해 뒤늦게 시작한(2001년 8월) ‘CJmall’의 점유율 확대에 기대를 걸고 있는 CJ39쇼핑은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1조5천억원으로 책정해놓고 있다. 또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PB(자체상표)상품을 더욱 강화하고, 여기에 해외명품을 소싱하는 등 상품력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 고객서비스 강화를 위해 3월부터 란제리·브래지어 등 여성용품을 주문한 여성 고객에게는 여성 택배요원이 배달토록 하는 ‘엔젤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와 함께 부산에 8백석 규모의 제2 콜센터를 개설, 부산·경남지역에서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이곳에서 처리토록하는 등 신속한 전화응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현대홈쇼핑·우리홈쇼핑·농수산TV 등 후발 홈쇼핑업체들은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실적을 내면서 LG홈쇼핑과 CJ39쇼핑이 과점해온 시장을 빠른 속도로 파고들고 있다. 홈쇼핑시장에 가장 늦게 합류한(2001년 11월) 현대홈쇼핑은 고급 채널을 표방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성공모델인 고신뢰·고품격 이미지를 고스란히 옮겨와 도약을 꾀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현대백화점·인터넷 쇼핑몰 ‘e-hyundai’·현대홈쇼핑 간의 시너지를 통해 단숨에 선두권으로 진입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해놓고 있다. 지난해 하루 평균 15억원 선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개국 2개월 만에 4백4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린 현대홈쇼핑은 고객만족도늘 높이는데 중점을 두면서 올해는 5천억원의 매출액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시행하고 있는 핵심적인 제도가 ‘컴플레인 제로’서비스. 콜센터 요원이나 배송업체 직원이 고객에 불친절하게 대했을 경우 고객이 이를 신고하면 1만원의 적립금을 제공하는 한편 매달 친철한 택배요원을 뽑아 시상하는 제도다. 또 품격 있는 이미지 구축을 위해 방송진행을 하면서 쇼호스트의 설명이나 자막 등에 충동구매를 유발하는 표현을 삼가도록 하고 있다. 프로그램 차별화 전략도 펼치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현대백화점 본점·무역점·천호점·수산점·울산점 등 전국 현대백화점 점포를 돌며 프로그램을 제작, 이를 ‘현대백화점 투어 페스티벌’이란 타이틀로 방영하고 있다. 백화점에서 판매되는 상품과 비슷한 수준의 상품을 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방안이다. 지난해 9월 개국한 우리홈쇼핑도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기는 마찬가지. 이 회사는 올해 5천억원의 매출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개국 당시엔 올해 목표를 2천5백억원으로 삼았으나 판매실적이 쑥쑥 오르면서 목표치를 당초보다 2배나 늘렸다. 서울과 부산에 각각 스튜디오를 마련하는 등 이원방송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우리홈쇼핑은 우수 벤처 및 중소기업 제품을 발굴하는 한편 지역 우수상품을 브랜드화 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중소기업 상품 전문채널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특히 ‘우수 중소기업제품의 해외진출 지원’을 표방하며 다양한 해외 마케팅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는 내수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다른 홈쇼핑업체와 차별화된 점으로 꼽힌다. 우리홈쇼핑은 해외마케팅 전략의 첫 단계로 일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판매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해주는 요코이물산과 손을 잡았다. 이 회사를 통해 일본의 카탈로그 통신판매업체인 클럽투어리즘이란 회사와 제휴하는 방안도 모색중이다. 우리홈쇼핑은 이와 함께 일본 항공사인 JAS의 기내 카탈로그를 통해 국내 중소기업 상품을 판매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일본에 이어 영어권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영어로 된 인터넷 홈페이지도 구축할 계획이다. 농수산TV는 홈쇼핑업체중 품목면에서 가장 차별화된 회사다. 이미 국내 유일의 농수산물 및 가공식품 전문채널로 이미지를 굳힌 농수산TV측은 “전세계적으로도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사업모델을 지닌 홈쇼핑업체는 없다”며 ‘세계 유일’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9월 개국한 농수산TV는 자사의 강점인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신뢰 마케팅을 통해 올해 3천6백억원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해 3백여종의 먹을거리 상품을 개발해온 이 회사는 올 연말까지 5백여종의 농수산 제품을 추가로 개발할 방침이다. 특히 건강식품과 기능성 식품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테마상품으로 개발하는 한편 도시의 맞벌이 부부를 위해 일주일치 식품을 세트로 구성한 장바구니 세트도 선보일 예정이다. 또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발굴해 브랜드 상품으로 만들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연계시키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런 가운데 농수산TV는 수입농산물을 최대한 배제시키고, 1차 상품 납품업체 선정시 HACCP(식품위해요소 중점 관리) 등 안전관리시스템을 갖췄는지를 까다롭게 따지는 등 철저한 관리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노력도 아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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