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외길 70년, 1위 등극 7년
맥주외길 70년, 1위 등극 7년
식음료 대표株로 등극 요즘 불고 있는 하이트맥주의 돌풍은 특히 주식시장에서 강하게 감지되고 있다. 거래소에 상장된 하이트맥주의 주가는 올 들어 연일 상승세를 타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해가고 있다. 지난 3월 초 한때 9만원대까지 돌파했던 주가는 현재 8만2천원대에 머물고 있다. 올 들어서만도 30%가 넘는 급등세다. 하이트맥주는 외국인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 최근 외국계 증권사들은 앞다퉈 매수추천종목으로 내놓기도 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하이트맥주 주가가 실적 호전에 힘입어 현재보다 30%이상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도이치은행은 하이트맥주의 수익이 앞으로 3년간 약 20%씩 성장할 것이라며 현 시점에서 하이트맥주의 주가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맥주산업은 경기에 가장 민감한 업종 중 하나다. 올 들어 경기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타자 경기호전의 수혜를 입을 기업들 가운데 하나로 하이트맥주가 꼽히고 있다. 또한 외국인들은 칼스버그 맥주에 지분 25%를 매각한 것도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바람직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기업투명성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다. 올 여름날을 뜨겁게 달굴 월드컵 경기, 연말의 선거 등도 맥주시장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들이다. 하이트맥주에서는 벌써부터 이같은 특수에 대비, 소비량 예측과 출고 물량 확충 작업이 한창이다. 지난 3월 초 하이트 맥주의 주가가 9만원대까지 치솟으며 지금까지 식음료업종의 대표주로 인식되어오던 ㈜농심의 주가를 잠시나마 앞지르기도 했다. 4조원대 시장 잡아라 국민들의 맥주 소비량에 대해 윤사장은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맥주소비량은 1인당 국민소득이 1만∼2만 달러일 때 가장 많고,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서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그래서 그는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 조금 못미치는 우리나라의 맥주시장은 앞으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그의 이같은 말을 뒷받침하듯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맥주 소비량은 경기침체에도 불구, 10%가량 늘었다. 지난해 맥주시장의 총 규모는 3조3천억원 정도. 맥주업계에서는 이같은 시장 규모가 올해엔 15%정도 성장해 적어도 4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월드컵·선거 등 주류시장 ‘특수’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맥주 시장도 과거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IMF경제위기가 변곡점이었다. 당시 자금난에 시달리던 OB맥주는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벨기에의 인터브루사가 최대 맥주 메이커이던 OB맥주를 인수해 국내에 외국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98년까지는 하이트와 OB, 카스의 3두 체제였다가 99년 업계 2위 OB와 3위 카스가 합병했다. 이때부터 하이트와 OB맥주의 맞대결 구도가 시작됐다. 현재 하이트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54%, OB맥주는 46%다. 시장의 절반 이상을 하이트 맥주가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월드컵 경기를 전후로 소규모 맥주 제조가 허가된 상태고 롯데칠성·삼성물산·국순당 등도 맥주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져 국내 맥주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밀러·삿포로 맥주 등 수입맥주도 대형 할인점·편의점을 중심으로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이트의 장기집권을 막기 위한 OB의 대반격도 활발한 상태. OB맥주는 진로에서 ‘참이슬’브랜드의 성공을 이끌던 진로의 한기선 부사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해 공격적인 마케팅의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버는 대로 갚았다” 지난 96년 하이트맥주의 맥주시장 1위 등극은 일대 사건이었다. 하지만 그 뒤엔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브랜드파워 강화 노력이 숨어 있다. 하이트맥주의 IMF극복기는 채권은행들 사이에서도 성공적인 구조조정 모델로 회자되고 있다. 윤사장은 97년 말 IMF경제위기 때의 어려웠던 나날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하루하루 버티는 것이 기적 같던 날이었습니다.” 강원도 홍천에 공장을 지은 것이 화근이었다. 4천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이 공장 건설에 쏟아부은 탓에 연간 이자만 8백억원이 넘었다. 은행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요구했다. 결국 자산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66년의 역사가 녹아 있는 영등포 공장을 매각할 때 그는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영등포 공장을 1천7백억원이라는 헐값에 넘기기로 사인한 날, 집으로 돌아와 밤새 잠을 못 이뤘습니다.” 그리고 인원도 대폭 줄였다. 홍천 공장이 현대식 설비를 갖춘 덕에 인원 절감 효과도 컸다. 덕분에 외국인 투자가들의 관심도 조금씩 높아졌다. 98년 미국의 캐피털 그룹은 하이트맥주에 3천만 달러를 투자했고, 뒤이어 칼스버그 맥주에서도 1억 달러를 내놓기로 했다. “버는 대로 빚부터 갚았습니다.” 이때부터 전직원들이 똘똘 뭉쳐 빚갚기에 돌입했다. 수익은 모두 부채를 줄이는 데 썼다. 어느 정도 부채를 줄였으니 이제 새로운 투자에 나설 때도 되지 않았느냐는 주위의 조언도 그는 마다했다. 내 돈으로 사업해야지 남의 돈으로 버티지는 않겠다는, 일종의 고집이었다. 덕분에 빚 4천억원을 모두 갚을 수 있었다. 지난 97년 4백69%에 이르던 부채비율을 지난해 말 현재 1백42%로 대폭 낮추는 데 성공했다. 올해도 금융권 차입금 상환에 주력, 부채비율을 1백20%대로 낮출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빚이 한푼도 없는 ‘무차입 경영’을 실현할 계획입니다.” 업계 1위임에도 불구하고 1조1천3백11억원이라는 막대한 차입금으로 97년 IMF 위기 당시 금융비용 폭등으로 순이익이 전년대비 17%나 감소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듬해인 98년에도 40%의 순이익 감소를 기록하는 등 심각한 경영위기를 겪어야만 했었다. 반면 지금은 승승장구의 연속이다. 지난해 하이트맥주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순이익을 거두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회사 설립 70년 만에 가장 많은 순매출 7천5백76억원, 경상이익 1천2백억원, 당기순이익 7백23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트맥주의 주거래은행인 한빛은행 관계자는 “하이트맥주는, 실제 영업을 통해서가 아니라 계열사간 증자로 재무제표상 실적 숫자만 늘리는 이른바 ‘거품’이 없는 회사”라며 “거품을 모두 제하고서 산정한 부채비율이 2백%를 밑돌기 때문에 재무건전성이 우수한 편”이라고 진단했다. 한우물 정신 하이트맥주의 또다른 힘은 ‘한우물 정신’이다. 맥주 등 주류사업 외에는 아예 눈도 돌리지 않는 외길 정신이다. 윤사장은 “타사들이 맥주 외에 건설업·전자산업 등에 눈을 돌릴 때 우리는 오로지 주류업만 고집해온 게 오히려 득이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하이트맥주가 IMF경제위기를 겪으며 불요불급한 부동산은 매각하고, 맥주사업 중심으로 사업부를 개편하는 등 ‘거품빼기’전략에서 성공할 수 있던 것도 주류라는 단일 업종으로 사업을 특화했기에 가능했다. 또한 하이트맥주는 IMF경제위기의 어려운 고비를 겪으며 외국인 손에 넘어가지 않은 유일한 맥주회사다. OB라거(OB맥주)와 카스(진로쿠어스)는 벨기에 인터브루社로 넘어갔다. 하이트맥주도 IMF위기 직후 칼스버그맥주가 25%의 지분을 인수했으나, 창업주인 박덕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5%로 더 많다. 또한 칼스버그맥주와는 15년 이상 기술제휴 등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동업자’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하이트맥주의 마산 공장에서 십여년 동안 칼스버그 맥주를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동아시아 수출물량도 현재 한국에서 생산 중이다. 윤사장은 “칼스버그와 경영권 변동이 생기는 일을 하지 않기로 약속한 상태이므로 회사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맥주회사 사장의 술 실력은 얼마나 될까. 윤사장은 맥주 5병 정도로 그냥 ‘보통’수준이라고 ‘겸손’해 하지만, 주변에선 폭탄주 20잔에도 끄떡없는 막강한 술 실력 소유자라고 귀띔한다. 평소에 운동을 워낙 좋아해 젊은 직원들과도 농구를 즐길 정도. 철저한 체력관리 탓에 웬만한 술자리에서는 취한 티도 안 난다는 것. “맥주는 ‘보리로 만든 꿀물’이란 애칭을 갖고 있어요. 맥주의 참맛을 느끼려면 소주나 위스키처럼 홀짝홀짝 마실 것이 아니라 차가운 잔에 담아 단숨에 들이켜야 제맛입니다.” 그는 맥주의 찰떡궁합 안주는 땅콩이나 오징어가 아니라 치즈나 두부·생선 등 고단백 식품이라고 조언한다. 땅콩은 열량이 높고 맛이 짭짤해 술을 더 마시게 한다는 것. 반면 치즈 같은 고단백 식품은 위 속에 오래 머물고, 알코올 흡수속도를 늦춰주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 그는 ROTC장교 출신으로 타고난 낙천적 기질의 호인형 CEO로 통한다. 스스럼없이 누구나와 잘 어울리고, 격의 없는 대화도 즐기는 편이다. 윤종웅 사장의 경영철학은 단순하지만 명쾌했다. “고객들을 감동시켜라.” 이를 위해 내놓은 하이트맥주만의 ‘비밀병기’가 한둘이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최적온도 표시 마크다. 하이트맥주는 맥주생산 외 포장과 관련해서도 ‘아이디어 뱅크’로 꼽히는 회사다. 외국의 유수 맥주회사들도 하이트맥주의 톡톡 튀는 아이디어에 혀를 내두를 정도다. 최근 등장한 것은 맥주 잔여량을 알려주는 맥주캔이다. 온도변화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특수잉크를 맥주 캔 표면에 인쇄해 남은 맥주량을 알수 있게 해주는 이 표시는 하이트맥주만의 독특한 제품이다. 또 이 푸른색 눈금은 맥주를 마시기 가장 적합한 온도인 7℃에서 가장 푸른색을 띠어 냉장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빅 브랜드’만이 살길 또한 이미 맥주병에 부착해 출시한 ‘신호등’표시 맥주도 깜찍한 아이디어다. 냉장상태를 교통 신호등처럼 표시해 적정 온도에서 파란불이 들어오게 만든 온도 마크 장치다. 또한 맹인들을 위한 점자표시 맥주캔은 이미 일반화된 상태다. 하이트맥주 송영기 부장은 “이같은 악세서리 부착 제품 때문에 생산 원가는 올라가지만 소비자들의 선호도는 배가 된다”며 “하이트맥주 성공의 또다른 비결”이라고 소개했다. 또한 품질 관리를 위해 생산라인 최종 담당자의 실명을 라벨에 표시하는 생산실명제 ‘브랜드키퍼’제를 맥주업계 최초로 시행중이다. 윤사장의 올해 핵심전략은 ‘빅 브랜드 만들기’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높이 평가받는 브랜드로 발돋움한다는 것이다. 해외시장에서 하이트맥주의 평가도 괜찮은 편. 지난 93년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미국·일본·영국·홍콩·몽골·중국 등 19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 96년 수출 1천만 달러 돌파 이래 지난해에는 1천5백만 달러어치를 팔았다. 특히 몽골 시장에서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3년내에 몽골 시장에서의 맥주점유율을 50%로 끌어올릴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외에서의 이같은 성공의 원인은 무엇보다 브랜드력. 산업정책연구원이 2000년 11월 조사한 국내 브랜드의 가치 조사에 따르면, 하이트맥주는 식음료부문에서 가장 높은 브랜드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액으로 환산한 브랜드 가치는 2천1백50억원이 넘는다. “하이트맥주의 가장 큰 자산은 소비자들의 머리에 각인된 ‘하이트’라는 브랜드 이미지입니다. 그 이미지를 지키고 가치를 높이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맥주의 본고장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하이트 맥주를 ‘최고’로 치는 그날이 과연 올 것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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