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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不敗신화'…삼성과는 연전연승

SK '不敗신화'…삼성과는 연전연승

SK가 KT의 최대주주로 부상하면서 SK그룹의 도약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는 80년대에 유공(대한석유공사, 현 SK주식회사), 90년대엔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그룹 성장의 기축으로 삼았다. 유공의 인수로 5대 재벌의 반열에 올랐고,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하며 재계 3위권에 진입했다. 두번의 인수를 통해 에너지 기업으로 다각화한 데 이어 정보통신기업으로 변신했다. 이들 두 회사는 지금도 SK의 성장을 견인하는 쌍두마차다. 정유업계와 이동통신업계의 확고한 선두주자이기도 하다. 80년 SK의 유공 인수 당시, 유공이 보유하고 있던 자산은 SK그룹의 전체 자산 규모보다도 컸다. 경기도 수원의 작은 적산(敵産) 직물공장이 모태인 SK로서는 또 20년 동안 꿈꿔온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계열화를 실현할 수 있었다. 94년 재벌들이 일제히 뛰어든 제2 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당시 제2 이동통신을 포기한 대가로 인수한 한국이동통신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최근엔 신세기통신·한덕생명·국민생명·대구전력·대한송유관공사 등을 인수하거나 최대주주로 떠오르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SK측도 한전 발전 자회사와 한국가스공사의 민영화, 현대석유화학 매각 등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잇단 공기업 인수로 ‘공기업 사냥꾼’이라는 별명을 얻은 SK는 현금 동원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SK는 앞으로 재계의 정상 자리를 놓고 다툴 삼성과의 접전에서도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불패의 신화를 구축해 온 삼성도 SK와는 연전연패의 악연을 맺었다. 처음 격돌한 것은 73년 당시 국내 최대의 관광호텔이었던 워커힐 인수 때였다. SK는 국내 최대의 재벌이었던 삼성과 현금동원력이 뛰어났던 한진을 물리치는 한편, 국영기업 인수 때 일반화돼 있던 분할납부 방식의 적용을 사양하고 27억원을 일시불로 납부했다. 70년대 말 폴리에스터 필름을 개발했을 땐 일본으로부터 기술을 도입하려던 삼성과 명분싸움을 벌여 이겼다. 유공 인수전 역시 SK의 승리로 귀결됐다. SK측은 71년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바꾸기로 한 제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발표됐을 때 日 이토추상사 등과 합작, 정유공장을 짓기로 했었다. 원유를 공급키로 했던 산유국의 약속 위반으로 무위에 그쳤지만, 유공 인수는 SK로선 10년 ‘공든 탑’이었다. 이번 KT 주식 공모에서는 8천4백억원이라는 막대한 현금을 동원해 전격적으로 5% 청약을 신청함으로써 기관투자가인 삼성생명을 통해 청약한 삼성에 뼈저린 패배를 안겼다. 삼성은 법인-개인-기관투자가 순으로 안분 배정키로 한 원칙에 따라 단 한 주도 확보하지 못했다. 공기업 인수를 발판으로 한 SK의 성장을 둘러싸고 재계에서는 정권과의 결탁설이 끊이지 않았다. SK는 그러나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뒤 모두 견실한 기업으로 키워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M&A(인수·합병)로 큰 회사라는 시각에 대해 최근 최태원 SK 회장은 “세계적으로 M&A의 성공 사례는 20%밖에 안 된다”며 “인수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 M&A가 성공했느냐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공과 한국이동통신의 인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손길승 SK 회장은 “창업을 하려고 했지만 못하게 해 인수한 것”이라고 말한 일이 있다. 유공 인수 전 정유공장을 짓기로 하고 회사까지 설립했는데 중동전쟁으로 무산됐고, 제2 이동통신 사업권을 따냈지만 못하게 해 한국이동통신을 사들였다는 것. 선두 다툼을 벌일 삼성과 SK는 둘 다 3세 승계에 들어갔다. 다음 정권에서의 승부는 3세들의 경쟁력에 달렸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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