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조 구독경제' 시장...2.0시대 온다[스페셜리스트 뷰]
구독경제 2.0 시대로 전환 가속화
구독서비스 소비자 락인 효과...진출 기업 지속 증가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 요즘 신문·방송·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가장 많이 보는 경제 관련 단어가 무엇일까. 아마도 ‘위기’와 그에 따른 ‘불확실성’일 것이다. ‘경제위기’ ‘세대 위기’ ‘세계평화의 위기’ ‘정치적리더쉽의 위기’ 등 수없이 많은 위기와 불확실성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다음으로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인공지능’(AI)일 것이다. AI는 열풍을 넘어 뉴노멀이 되고 있다. 너도나도 AI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문가라고 한다. 우리는 AI라는 큰 파도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 파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밀물과 썰물처럼 크게 오고 가는 파도처럼 말이다.
그 파도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바람·지진·기조력(달과 태양의 중력이 지구의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파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더 큰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AI의 비즈니스모델(BM)과 수익원은 무엇인가. 질문을 바꿔 지금까지 구글이나 메타(페이스북) 등 플랫폼의 가장 큰 수익원은 무엇이었나. 바로 광고였다. 그럼 생성형 AI의 수익원도 광고인가. 2030년대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구독경제뿐이다.
구독경제 시장은 생성형 AI 시장의 40배
S&P는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8년 363억5810만달러(약 4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구독경제 시장이 연평균 18% 성장하며 2025년에 1조5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이 되면 구독경제 시장은 2000조원이 훌쩍 넘는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생성형 AI 시장 규모의 40배 이상이다. AI의 대명사인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75%가 구독료다. 지난 10월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 인터뷰에서 “올해 37억 달러(5조1171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약 28억 달러(3조8724억원)가 챗GPT 소비자 구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미 구독경제는 거의 모든 BM의 상수이자 뉴노멀이 됐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총칭한다. 미국 리서치회사 가트너는 2023년이 지나면 전체 서비스의 75%가 구독화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유·신문·잡지의 구독을 지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식품·옷·면도기·생성형 AI·가전제품 그리고 비행기 및 인공위성도 구독서비스 중이다. 사실상 1회성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것이 다 구독화되고 있는 것이다.
구독경제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여러 편익을 제공한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편리하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의 호감도가 높다. 위기가 일상인 저성장 시대에 태어나 성장해 온 MZ세대는 ‘가성비’에 관심이 많다. 적은 금액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구독경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구독경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정적 매출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독서비스 결제가 대부분 ‘선불’로 이뤄지는 만큼 기업이 위기 상황에 부닥쳤을 때 대응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실제로 구독경제 모델을 구축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선방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S&P500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를 기록했다.
반면 구독경제 기업들의 매출액은 12%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구독경제 회사들은 오히려 성장한 것이다. 구독경제 모델을 갖춘 기업들은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있고, 매출 감소까지 일정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불황에 대비하거나 불황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수도 있다.
안정적 고객 확보와 마케팅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기업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1회성으로 판매할 때와 달리 반복적으로 매출이 생긴다. 매번 새로운 소비자를 찾기 위해 마케팅 또는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 판매에서 구독서비스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싸고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하던 구독경제 1.0에서 스마트폰과 AI의 발전으로 맞춤형 구독서비스가 가능한 구독경제 2.0으로 진화했다. 필자는 구독경제 2.0 시대의 키워드로 ▲하이브리드 구독 ▲구독멤버십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 ▲강제구독 등을 제시해 왔다.
기존 구독경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각각 따로 구독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구독하는 번들링(묶음판매) 식의 하이브리드 구독 시대다. 예를 들어 월 50달러짜리 구독서비스를 신청하면 아이폰이 새로 출시될 경우 아이폰을 바꿔주고 그 안에 포함된 음악, TV 등의 기능도 함께 구독하는 것이다. 필자는 자동차 역시 자동차 자체의 구독에서 자율주행, 차 안의 커넥티드 옵션 등 소프트웨어 구독으로 하이브리드화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른 업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곧 벌어질 것이다.
서비스 경쟁력만 있다면 소비자들은 구독료를 58% 인상해도 이용한다. 최근 유통업계의 최강자인 ‘쿠팡’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쿠팡의 성장과 성공의 키워드는 새벽배송·OTT·음식배달 등으로 대표되는 ‘와우멤버십’이다. 와우멤버십은 구독멤버십의 교과서와 같은 ‘아마존프라임’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2004년 아마존이 시작한 아마존프라임은 현재 세계 유통 구독서비스 및 멤버십 구독경제의 롤모델처럼 여겨진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통합멤버십을 지향하는 모든 구독멤버십이 아마존프라임을 모델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 서점에 불과했던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 구독서비스를 바탕으로 시가총액 1위를 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됐다.
아마존프라임은 월 12.99달러, 연간 119달러만 내면 이틀 안에 상품을 무료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멤버십 구독서비스다. 무료배달 외에도 스트리밍 음악·아마존프라임비디오·도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경우 구독료만으로 얻는 수익이 연간 약 10조원에 달한다. 제이피 모건 발표에 따르면 연간 구독료가 119달러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는 무료배송·OTT·도서 대여까지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구독료 대비 몇 배의 혜택을 구독자(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아마존에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규모의 경제 또는 플랫폼화를 위한 모객 차원일까. 아마존프라임 가입자는 비회원보다 평균 4.6배 많은 돈을 사용해 아마존의 매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아마존프라임 가입자의 40%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구독자(비회원)는 8%만이 1000달러 이상을 사용한다. 구독자가 고액을 소비할 확률이 약 5배 정도 높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구독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사이트에 많이 내방하고 객단가도 훨씬 높다. 모든 기업들이 구독멤버십을 앞다퉈 도입하는 이유다.
구독서비스와 사랑에 빠진 대한민국
글로벌 구독·결제 전문업체인 방고(Bango)가 최근 동아시아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소비자는 매월 평균 구독서비스 이용 금액으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국내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3.4개의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독서비스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는 저렴하게 하다가 어느 정도 시장을 장악하면 구독료를 올린다. 구독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것이다. 필자가 22년에 ‘구독플레이션’ 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할 때만 하더라도 언론 및 대중의 관심도는 낮았다. 예를 들어 쿠팡은 지난 5월 와우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렸고, 티빙·유튜브·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역시 멤버십 가격을 20~40%가량 인상했다.
쿠팡은 구독료를 인상했지만 매출·이익·고객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0조6900억원(약 78억66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1146억원)대비 29% 증가한 1481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이런 성과를 가능케 한 것이 와우멤버십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로켓배송·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와우멤버십의 다양한 혜택과 가치를 알아가는 회원이 점점 늘고 있다”고 얘기했다. 올해 3분기 쿠팡의 활성고객은 2250만명으로 작년 3분기보다 11% 증가했다. 심지어 1인당 고객 매출은 43만2160원(약 318달러)으로 1년 전보다 8% 증가했다.
구독멤버십을 통해 생태계를 선점한 기업에게 경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구독멤버십의 위력은 대단하다. 구독료를 인상해 구독플레이션이 온다 해도 우리는 구독을 해지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사실상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강제구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제품 역시 구독의 시대가 성큼 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미래 비전 1탄으로 ‘UP 가전 2.0’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주된 내용은 TV·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 구독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공기청정기, 비데, 정수기 등은 여러 기업들이 ‘렌탈’이라는 이름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LG전자도 그 중 하나였다.
LG전자의 지난해 가전 구독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또 LG전자는 구독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1분기 매출(21조95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구독 관련 누적 매출은 이미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2030년 매출 100조원 달성을 위한 동력 중 하나로 구독 사업을 꼽았다. 삼성전자도 곧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독경제는 구독자를 락인하는 효과가 있다. LG전자가 구독 시장을 장악하면 삼성전자는 가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구독 시장 진출은 늦은 감이 있다. 구독 관련 상품 구성과 멤버십 혜택에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구독서비스 확장에 따른 우려도 있다. 한 업종의 메이저 기업이 구독으로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강제로 구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구독료를 올려도 다른 대체재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구독서비스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이 구독서비스 회사로 진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막을 수도 없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사전적으로 대비할 필요는 있다.
구독경제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즉 ESG를 실현하면서도 소비자와 상생 할 수 있는 유일한 BM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독 후 회수된 가전을 자사가 인증해 저렴하게 중고품으로 재판매 할 수도 있다. 신제품이 아닌 중고품 구독 상품으로 출시하면 소액으로 좋은 가전제품을 이용할 수 있게 돼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자원 및 환경보호 그리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구독경제 활용법이 무수히 많다.
구독경제 2.0 시대는 결국 구독플레이션과 강제구독을 수반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업만 구독경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구독경제 시대에 걸맞게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양수겸장의 정책과 입법이 절실한 시기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에게 미래는 그저 앞으로 지나갈 불행한 과거에 불과하다. 정부와 국회 및 산업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연구교수)은_ 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신사업개발·BM(브랜드매니저)혁신·밸류 업(Value Up) 등의 혁신 업무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구독경제:소유의 종말>이 있다. 경제 전문가로 KBS1 및 TBS 라디오에서 ‘전호겸 교수의 경제인사이트’, ‘역발상 경제’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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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많이 회자되는 단어가 ‘인공지능’(AI)일 것이다. AI는 열풍을 넘어 뉴노멀이 되고 있다. 너도나도 AI에 대해 이야기하고 전문가라고 한다. 우리는 AI라는 큰 파도를 보고 있다. 하지만 그 파도는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밀물과 썰물처럼 크게 오고 가는 파도처럼 말이다.
그 파도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바람·지진·기조력(달과 태양의 중력이 지구의 바닷물을 끌어당기는 힘)이다. 파도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더 큰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AI의 비즈니스모델(BM)과 수익원은 무엇인가. 질문을 바꿔 지금까지 구글이나 메타(페이스북) 등 플랫폼의 가장 큰 수익원은 무엇이었나. 바로 광고였다. 그럼 생성형 AI의 수익원도 광고인가. 2030년대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구독경제뿐이다.
구독경제 시장은 생성형 AI 시장의 40배
S&P는 최근 주목받는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8년 363억5810만달러(약 49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구독경제 시장이 연평균 18% 성장하며 2025년에 1조5000억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이 되면 구독경제 시장은 2000조원이 훌쩍 넘는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생성형 AI 시장 규모의 40배 이상이다. AI의 대명사인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의 전체 매출 가운데 약 75%가 구독료다. 지난 10월 오픈AI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한 인터뷰에서 “올해 37억 달러(5조1171억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약 28억 달러(3조8724억원)가 챗GPT 소비자 구독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미 구독경제는 거의 모든 BM의 상수이자 뉴노멀이 됐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불하고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총칭한다. 미국 리서치회사 가트너는 2023년이 지나면 전체 서비스의 75%가 구독화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우유·신문·잡지의 구독을 지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식품·옷·면도기·생성형 AI·가전제품 그리고 비행기 및 인공위성도 구독서비스 중이다. 사실상 1회성 제품과 서비스가 아니라면 거의 모든 것이 다 구독화되고 있는 것이다.
구독경제는 소비자와 기업 모두에게 여러 편익을 제공한다. 합리적인 금액으로 편리하게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특히 MZ세대의 호감도가 높다. 위기가 일상인 저성장 시대에 태어나 성장해 온 MZ세대는 ‘가성비’에 관심이 많다. 적은 금액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는 구독경제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구독경제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정적 매출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구독서비스 결제가 대부분 ‘선불’로 이뤄지는 만큼 기업이 위기 상황에 부닥쳤을 때 대응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실제로 구독경제 모델을 구축한 기업들은 코로나19 속에서도 선방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S&P500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0%를 기록했다.
반면 구독경제 기업들의 매출액은 12% 증가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구독경제 회사들은 오히려 성장한 것이다. 구독경제 모델을 갖춘 기업들은 어떠한 위기가 오더라도 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있고, 매출 감소까지 일정 시간이 걸린다. 그만큼 불황에 대비하거나 불황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출시할 수도 있다.
안정적 고객 확보와 마케팅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기업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1회성으로 판매할 때와 달리 반복적으로 매출이 생긴다. 매번 새로운 소비자를 찾기 위해 마케팅 또는 다양한 활동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고객을 유지할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구글·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 판매에서 구독서비스 회사로 진화하고 있다.
구독경제는 싸고 편리하게 제품을 사용하던 구독경제 1.0에서 스마트폰과 AI의 발전으로 맞춤형 구독서비스가 가능한 구독경제 2.0으로 진화했다. 필자는 구독경제 2.0 시대의 키워드로 ▲하이브리드 구독 ▲구독멤버십 ▲구독플레이션(구독+인플레이션) ▲강제구독 등을 제시해 왔다.
기존 구독경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각각 따로 구독하는 방식이었다. 지금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이 구독하는 번들링(묶음판매) 식의 하이브리드 구독 시대다. 예를 들어 월 50달러짜리 구독서비스를 신청하면 아이폰이 새로 출시될 경우 아이폰을 바꿔주고 그 안에 포함된 음악, TV 등의 기능도 함께 구독하는 것이다. 필자는 자동차 역시 자동차 자체의 구독에서 자율주행, 차 안의 커넥티드 옵션 등 소프트웨어 구독으로 하이브리드화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른 업종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곧 벌어질 것이다.
서비스 경쟁력만 있다면 소비자들은 구독료를 58% 인상해도 이용한다. 최근 유통업계의 최강자인 ‘쿠팡’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쿠팡의 성장과 성공의 키워드는 새벽배송·OTT·음식배달 등으로 대표되는 ‘와우멤버십’이다. 와우멤버십은 구독멤버십의 교과서와 같은 ‘아마존프라임’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2004년 아마존이 시작한 아마존프라임은 현재 세계 유통 구독서비스 및 멤버십 구독경제의 롤모델처럼 여겨진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통합멤버십을 지향하는 모든 구독멤버십이 아마존프라임을 모델로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자 서점에 불과했던 아마존은 ‘아마존프라임’ 구독서비스를 바탕으로 시가총액 1위를 하는 글로벌 대기업이 됐다.
아마존프라임은 월 12.99달러, 연간 119달러만 내면 이틀 안에 상품을 무료배송으로 받아볼 수 있는 멤버십 구독서비스다. 무료배달 외에도 스트리밍 음악·아마존프라임비디오·도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아마존의 경우 구독료만으로 얻는 수익이 연간 약 10조원에 달한다. 제이피 모건 발표에 따르면 연간 구독료가 119달러일 때 구독자는 약 784달러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아마존프라임 구독자는 무료배송·OTT·도서 대여까지 구독료 대비 약 6~7배의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구독료 대비 몇 배의 혜택을 구독자(소비자)에게 제공하면 아마존에는 어떤 이익이 있는 것일까. 단순히 규모의 경제 또는 플랫폼화를 위한 모객 차원일까. 아마존프라임 가입자는 비회원보다 평균 4.6배 많은 돈을 사용해 아마존의 매출 성장에 일조하고 있다.
아마존프라임 가입자의 40%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연간 1000달러 이상을 소비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구독자(비회원)는 8%만이 1000달러 이상을 사용한다. 구독자가 고액을 소비할 확률이 약 5배 정도 높다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구독멤버십에 가입한 고객은 일반 고객보다 사이트에 많이 내방하고 객단가도 훨씬 높다. 모든 기업들이 구독멤버십을 앞다퉈 도입하는 이유다.
구독서비스와 사랑에 빠진 대한민국
글로벌 구독·결제 전문업체인 방고(Bango)가 최근 동아시아 지역 소비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소비자는 매월 평균 구독서비스 이용 금액으로 30달러(약 4만2000원)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5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국내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3.4개의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구독서비스 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는 저렴하게 하다가 어느 정도 시장을 장악하면 구독료를 올린다. 구독플레이션이 시작되는 것이다. 필자가 22년에 ‘구독플레이션’ 이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할 때만 하더라도 언론 및 대중의 관심도는 낮았다. 예를 들어 쿠팡은 지난 5월 와우멤버십 가격을 4990원에서 7890원으로 58% 올렸고, 티빙·유튜브·디즈니플러스 같은 OTT 역시 멤버십 가격을 20~40%가량 인상했다.
쿠팡은 구독료를 인상했지만 매출·이익·고객매출이 오히려 늘었다. 쿠팡의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0조6900억원(약 78억66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1146억원)대비 29% 증가한 1481억원을 기록했다.
쿠팡은 이런 성과를 가능케 한 것이 와우멤버십이라고 강조했다. 김범석 쿠팡 의장은 “로켓배송·쿠팡이츠·쿠팡플레이 등 와우멤버십의 다양한 혜택과 가치를 알아가는 회원이 점점 늘고 있다”고 얘기했다. 올해 3분기 쿠팡의 활성고객은 2250만명으로 작년 3분기보다 11% 증가했다. 심지어 1인당 고객 매출은 43만2160원(약 318달러)으로 1년 전보다 8% 증가했다.
구독멤버십을 통해 생태계를 선점한 기업에게 경쟁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만큼 구독멤버십의 위력은 대단하다. 구독료를 인상해 구독플레이션이 온다 해도 우리는 구독을 해지할 수 없다. 이뿐만 아니다. 사실상 소비자에게 선택지가 없기 때문에 강제구독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전자제품 역시 구독의 시대가 성큼 오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7월 미래 비전 1탄으로 ‘UP 가전 2.0’을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주된 내용은 TV·냉장고·에어컨·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 구독서비스를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기존에도 공기청정기, 비데, 정수기 등은 여러 기업들이 ‘렌탈’이라는 이름으로 구독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LG전자도 그 중 하나였다.
LG전자의 지난해 가전 구독 매출액은 전년 대비 30% 이상 성장했다. 또 LG전자는 구독 사업 확대 등에 힘입어 역대 최대 1분기 매출(21조959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3분기 구독 관련 누적 매출은 이미 1조3000억원을 돌파했다.
조주완 LG전자 사장은 2030년 매출 100조원 달성을 위한 동력 중 하나로 구독 사업을 꼽았다. 삼성전자도 곧 구독경제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구독경제는 구독자를 락인하는 효과가 있다. LG전자가 구독 시장을 장악하면 삼성전자는 가전 시장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의 구독 시장 진출은 늦은 감이 있다. 구독 관련 상품 구성과 멤버십 혜택에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구독서비스 확장에 따른 우려도 있다. 한 업종의 메이저 기업이 구독으로만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강제로 구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구독료를 올려도 다른 대체재가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구독서비스를 사용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이 구독서비스 회사로 진화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고 막을 수도 없다. 다만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사전적으로 대비할 필요는 있다.
구독경제는 환경(Environmental)·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즉 ESG를 실현하면서도 소비자와 상생 할 수 있는 유일한 BM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독 후 회수된 가전을 자사가 인증해 저렴하게 중고품으로 재판매 할 수도 있다. 신제품이 아닌 중고품 구독 상품으로 출시하면 소액으로 좋은 가전제품을 이용할 수 있게 돼 가정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소비자 선택의 폭도 넓어진다. 자원 및 환경보호 그리고 소비자에게도 이익이 되는 구독경제 활용법이 무수히 많다.
구독경제 2.0 시대는 결국 구독플레이션과 강제구독을 수반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업만 구독경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낙오할 수밖에 없다. 구독경제 시대에 걸맞게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동시에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양수겸장의 정책과 입법이 절실한 시기이다.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이에게 미래는 그저 앞으로 지나갈 불행한 과거에 불과하다. 정부와 국회 및 산업계 그리고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연구교수)은_ 대기업에서 20년간 근무하면서 신사업개발·BM(브랜드매니저)혁신·밸류 업(Value Up) 등의 혁신 업무를 수행했다. 저서로는 <구독경제:소유의 종말>이 있다. 경제 전문가로 KBS1 및 TBS 라디오에서 ‘전호겸 교수의 경제인사이트’, ‘역발상 경제’ 코너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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