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C 회생사례①]범양냉방-완전 자본잠식서 알짜로 ‘점프’
[CRC 회생사례①]범양냉방-완전 자본잠식서 알짜로 ‘점프’
에어컨으로 널리 알려진, 법정관리기업 범양냉방공업(관리인 조용수)은 CRC(기업구조조정회사)인 캐피탈웍스 인베스트먼트(대표 박창영)의 도움을 받아서 기사회생한 경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먼저 간단한 범양냉방 역사부터 알아보자. 범양냉방은 원래 범양상선 창업주인 박건석씨, 아들 박승주씨 등 박씨 부자 일가의 회사였다. 하지만 범양상선이 1993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범양상선이 최대 지분(68.35%)을 갖고 있던 범양냉방은 사실상 박씨 일가의 지배에서 벗어나 은행채권단의 지배에 놓이게 된다. 그러다 범양냉방은 98년 3월 부도라는 ‘치명타’를 맞게 된다. 이유는 이렇다. 95년 이후 범양냉방은 진천공장 신축투자 및 종업원 추가증원을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경기도 군포공장 부지가 협소해서 프로젝트 제품 같은 대형 에어컨 제품의 생산을 원활히 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외부 차입에 의존해서 진천공장 신축투자에 나섰고, 이는 결국 부도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범양냉방은 투자계획 수립 시점인 95년의 부동산 경기를 감안해서 군포공장을 매각하고 생산거점을 일원화하고, 군포공장 매각대금으로 공장을 지으면 금융비용·관리비·물류비 절감도 가능했었을 것이라고 회상한다. 하지만 당시 범양냉방에겐 운이 따르질 않았다. 95∼97년 중 고정원가 부담은 급증했지만, 진천공장 투자가 완료된 97년에는 IMF가 터져 경기부진·매출 감소라는 악재가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기 시작했다. 특히 에어컨을 많이 사가는 구입처인 건설업체가 잇달아 부도로 무너지면서 97년에는 95억원에 달하는 부도어음까지 손에 쥐게 되면서 자금흐름은 더욱 막혀 버렸다. 그러다 일어난 게 바로 98년 3월13일 부도였다. 부도 후 범양냉방은 99년 5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자본금이 3분의 1로 줄어드는 감자조치도 당하게 된다. 감자 이전의 범양냉방 자본금은 43억원. 지분비율은 범양상선 68.35%, 미륭상사 16.28%, 범양식품 15.37%였다.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자본금은 14억3천3백33만원선으로 줄게 됐다. 범양냉방은 부도 후에도 영업은 계속 했지만, 재무제표는 극히 열악했었다. 단적인 예로 98년 10월 상황을 살펴보자. 자산은 866억원이지만 부채는 94억원, 자본은 -38억원이었다. 자본금 43억원은 물론 다 까먹은 상태(완전자본잠식)였고, 설사 회사청산을 한다고 해도 38억원은 갚을 수 없는 처지였다는 얘기다. 회사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은 현재 조용수 관리인이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조용히 일기 시작했다. 범양냉방 출신으로 30년간 공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업계의 베테랑 조용수 관리인은 취임 후 코스트다운 경영정책을 펴는 한편, 2001년에는 빚 갚는 재원 조성을 위해 군포공장을 매각, 약 3백억원을 마련하기도 했다. 2001년 말에는 회사 매각 절차까지 진행시켰다. 2001년 말 당시 범양냉방 인수자로 나선 곳은 2군데였지만, 당시 최종적인 인수자로 CWI기업구조조정조합이 선정되었다. 이 조합 투자자금(153억원)의 태반은 가야산업과 이 회사 장영근 대표측이 댔다. 캐피탈웍스·중소기업진흥공단 등도 투자자로서 참여했고, 투자자측은 총 6곳. 재미있는 것은 사실상의 인수자인 가야산업은 범양냉방에 에어컨 부품을 납품하던 납품업체였다는 사실이다. 가야산업 장영근 대표는 신의주에서 월남해서 맨손으로 사업을 일으킨 전형적인 비즈니스맨. 하청기업이 모기업을 인수해서, 결국 하청기업 사장이 모기업 사주로 ‘등극’하는 이색적인 일이 벌어진 셈이다. CRC가 기업구조조정작업이라는 ‘연금술’로 부실기업을 알짜회사로 정상화시키는 과정은 대개 엇비슷하다. 범양냉방의 경우도 자본금 완전소각→채권단의 부채탕감→제3자 배정 유상증자→새 주인이 인수→법정관리 졸업→알짜회사로 재탄생 같은 공식을 밟아왔다. 이 과정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범양냉방은 CWI기업구조조정조합에 매각되면서, 범양 자본금은 최소 자본금 5천만원을 남겨둔 채 완전소각되었다. 이로써 범양상선·미륭상사·범양식품과의 연결고리가 완전히 끊어져 버리게 됐다. 채권단의 부채탕감 때문에 회사 빚도 기존 420억원에서 187억원으로 줄어들었다. 또한 동시에 120억원 규모의 제3자(CWI기업구조조정조합) 배정 유상증자를 거쳐 2002년 6월 말에 범양은 알짜기업으로 거듭나게 된다. CWI기업구조조정조합은 총 242억원을 범양냉방에 투입할 생각이다. 이는 유상증자 대금 120억원과 전환사채(CB)·신규부채(은행에 빌린 돈) 122억원 등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 유상증자가 끝나면 열악한 재무상태로 허덕이던 범양냉방은 일단 알짜회사로 변하게 된다. 일단 대차대조표상의 부채가 기존 578억원에서 345억원으로 준다. 채권단이 233억원을 탕감해 주었기 때문. 범양측은 “자산 531억원, 부채 345억원, 자본 186억원(이 중 자본금은 1백20억5천만원)이고, 부채비율 190%인 범양냉방은 이제 코스닥이나 거래소를 향해 뛰는 알짜회사”라고 단언한다. 매출과 손익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 부도 이전에 연 6백억∼7백억원 매출을 하던 범양은 부도와 함께 98년 468억원으로 주저앉아 버렸다. 하지만 조용수 관리인 부임과 함께 범양 매출은 2000년 632억원(당기순손실 37억원), 2001년 732억원(채무면제이익 150억원, 군포공장 매각차익 등이 겹쳐 당기순이익은 271억원)으로 서서히 커지고 있다. 올해 목표는 매출 820억원에 당기순이익 28억원이다. 범양측은 법정관리가 끝나면 공기업 수주나 대기업 입찰 참여기회가 늘면서, 매출도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구조조정조합 콘소시엄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일단 3∼5년이라는 긴 세월을 염두에 두고 투자했는데, 범양냉방의 영업력을 더 키운 다음에 코스닥이나 거래소 상장을 통해서 투자자금을 회수한다는 방침이다. 범양냉방을 인수한 쪽은 가야산업. 하지만 채권단을 설득해서 채무조정을 하고, 인수자와 투자자를 끌어들이고, 자기 돈으로 일부 투자도 하는 한편, 투자자들의 콘소시엄인 구조조정조합을 주도적으로 결성하는 등 온갖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정하면서, 온갖 궂은 일을 한 곳은 캐피탈웍스다. 예를 들어 채무조정 작업을 하면서 담보를 갖고 있는 채권자와 담보를 갖고 있지 않는 채권자간의 팽팽한 이견들을 모아서 조정하는 작업도 캐피탈웍스의 몫이다. 담보를 채권자들의 경우 회사를 살리기보단 청산을 통해 채권회수에 나서려고 하는 경향이 농후하다. 그렇지만 회사가 청산이 되면 신용으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은 한푼도 건질 수 없게 된다. 이처럼 채권자들간의 의견이 분분하자 캐피탈웍스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담보채권자들에게 채권 변제비율을 다소 높여주고, 비담보채권자들 채권 변제비율을 다소 내려주는 조정작업에 공을 들여 성사를 시킨 것이다. 부채탕감 작업도 쉽지 않은 일이다. 범양측이 은행이나 개인·상거래채권 등으로 갚아야 할 빚은 총 420억원. 한데 채권단이 법정관리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으려면 10∼15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기다려야만 한다. 기업이 망해서 없어지기라도 한다면 신용으로 돈을 빌려준 채권자는 한푼도 돌려받질 못하게 된다. 따라서 캐피탈웍스는 “장래에 받을 돈을 지금 미리 당겨서 받으려면 부채탕감은 불가피하다”고 역설하면서 “빚 420억원 중 233억원만큼은 탕감할 필요가 있다”면서 채권단을 설득했다. 산업은행·대한생명·서울보증보험 같은 금융채권단을 쫓아다니면서 설득하고, 그 다음 구조조정 단계로 계속 이끈 것은 전적으로 캐피탈웍스의 공이고 몫이었다. 이같은 CRC의 도움이 없었다면 범양냉방의 앞날은 예측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캐피탈웍스 정찬윤 부사장은 “범양냉방처럼 CRC 손길을 기다리는 기업들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하면서 “범양냉방 같은 비상장 중소기업도 그 대상이고, 연구 개발이나 시제품 개발까지는 끝냈지만 대량생산이나 마케팅 비용이 없어서 쩔쩔매는 벤처기업들도 그 대상”이라고 말한다. 이어 그는 “이같은 CRC작업이 좀더 본격화하려면 정부의 CRC전문회사 지원도 긴급하다”고 말한다. 가령 CRC회사들이 개별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작업을 하려면 현재 각각 투자조합을 결성해야 하는데, 일의 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대형 투자조합을 결성해서 한꺼번에 여러 개의 부실기업에 대한 CRC 작업을 하는 방안을 법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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