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월드컴 전임 CEO, 호화 목장으로 구설수
[캐나다]월드컴 전임 CEO, 호화 목장으로 구설수
미국 제2위의 장거리 전화 회사인 월드컴(WorldCom)의 회계장부 조작 사건 파장이 미 통신업계는 물론 정·재계로 일파만파 번져나가고 있다. 심지어 조지 부시 대통령까지 이 사태를 우려하면서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식 발언을 하기에 이르렀다. 월드컴의 회계 부정 사건은 이 회사가 지난해 30억 달러, 올 1분기에 7억9천7백만 달러 등 총 37억9천7백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자본지출 항목에 불법 계상함으로써 기업 이익을 부풀린 사건이다. 즉, 경영진이 경영 실적을 과대 포장하기 위해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해야 할 대규모 지출을 비용이 아닌 자본지출로 처리함으로써 지난해와 올해 실적을 순손실에서 순이익으로 위장한 것이 사건의 핵심 내용이다. 월드컴의 이 같은 회계 부정사건은 에너지 대기업 엔론의 회계 부정 사건으로 인해 가뜩이나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미국 재계에 엄청난 파문을 가져다주고 있다. 특히 월드컴의 회계 부정 사건은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파산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연쇄부도가 나거나 파산위기에 몰릴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사태가 이렇게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면서 불황에서 겨우 벗어나려던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월드컴 사건의 파장이 갈수록 커지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미 의회가 이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를 잇따라 취하고 있다. SEC는 이 회사 전현직 임원을 사기혐의로 제소하는 한편, 이들에 대한 급여지급을 중단하는 조치를 취했다. 또 미 하원 금융서비스 소위원회는 전현직 임원 3명을 대상으로 소환장을 발부해 오는 7월8일 열릴 예정인 소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에 소환장을 받는 사람은 캐나다 에드먼턴 출신의 버나드 에버스(Bernard Ebbers) 월드컴 전 CEO를 비롯, 존 시지모어(Jon Sidgmore) 현 CEO, 그리고 최근 강제 해고당한 존 설리반(John Sullivan) 전 CFO 등이다. 의회 소환을 앞두고 있는 이들 전현직 고위 임원들 가운데 언론이나 감독 당국으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은 에버스 전 CEO. 그는 이 회사의 회계 부정행위가 이뤄지던 시기에 최고경영자의 자리에 머물러 있다가 지난 4월 현 시지모어 CEO에게 자리를 물려준 인물이다. 이처럼 주목의 대상이 돼 있는 캐나다 출신의 에버스가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의 중부 지방에 있는 더글라스 레이크 부근에 대규모 목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져 더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월드컴 사태를 계기로 캐나다 언론의 집중 취재 대상이 되어 있는 이 더글라스 레이크 목장은 에버스가 IT산업의 거품이 거의 극에 달해 있던 지난 1998년 미화 4천7백만 달러를 주고 은밀하게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83년 월드컴을 설립한 카리스마 기질의 에버스는 무명의 경영자였으나, 지난 97년 당시 미국 장거리 전화업계 랭킹 2위이자 월드컴의 라이벌이었던 MCI를 미화 4백4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일약 미국 통신업계 최고의 경영자로 알려지게 됐다. 이렇게 미 통신업계에서 단기간에 일약 스타가 된 에버스가 MCI인수 다음해에 사들인 더글라스 레이크 목장은 크기가 50만 에이커에 달하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규모의 목장으로 알려져 있다. 호수를 끼고 있는 이 목장은 또 2만두의 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초호화판 낚시터가 갖추어져 있고, 각종 값비싼 위락시설이 잘 구비돼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하고 있다. 지난 59년에는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 내외가 이곳을 방문하여 더욱 유명해진 곳이기도 하다. 여왕이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백화점 재벌로서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찰스 우드워드(Woodward)의 가족이 이 목장을 소유하고 있었다. 찰스 우드워드는 워낙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이웃과 자주 어울려 지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그를 이웃들과 자주 농담을 즐기던 호인으로 기억하고 있다. 에버스가 이 목장을 사들인 뒤 가장 먼저 했던 일은 목장 안에 교회를 세우는 일이었다. 이 교회는 목장에 들어서면 맨먼저 눈에 띄는 건물로 목장 안에 있는 회사 타운, 즉 목장 종업원들이 거주하는 붉은색 지붕의 건물들을 향해 지어졌다. 에버스는 올 봄 월드컴 경영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면서 자주 이곳 목장에서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가 지금 미국 미시시피 주에 있는 그의 자택에 머물고 있는지 아니면 이곳 목장에 은신하고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지 언론들은 월드컴의 회계 부정사건이 공개된 이후에는 에버스가 언론의 취재 공세를 피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장소로 이 목장을 선호했다고 전하고 있다. 이 목장에 있는 회사 직원들은 자신들의 보스인 에버스가 위기상황에 몰려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하고 있으며, 에버스가 목장에 머무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답을 회피하고 있다. 또 에버스 소유의 이 목장과 이웃하고 있는 다른 목장의 주인들은 그동안 에버스와는 거의 접촉이 없었기 때문에 그이 거취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 목장의 전 소유주였던 우드워드는 이웃 목장 사람들과 워낙 자주 어울리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 모든 사람들이 그를 잘 알고 지냈으나, 에버스가 목장을 인수하고 나서부터는 이웃들과의 교류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웃 인디언 목장의 추장인 프레드 홈즈는 에버스를 마치 ‘어둠 속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에버스의 그동안의 행적을 단적으로 표현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동안 미국 통신업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던 에버스. 그가 그의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시기를 맞으면서 그가 아끼던 이곳 더글라스 레이크 목장에도 불운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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