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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감독· 견제기능 강화해야

자본시장 감독· 견제기능 강화해야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
최근 미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 연초만 하더라도 하반기 이후 미국 경제는 지난해의 경기 부진을 딛고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최근 다우지수는 7천선으로 폭락했고, 한 때 정보통신산업의 부흥에 기초한 ‘신경제를’ 배경으로 강세기조를 이어가던 달러화도 전세계 주요국 통화에 대해 큰 폭의 약세로 전환됐다. 이제 ‘미국발 경제위기’가 세계경제의 회복을 짓누르고 있는 실정이다. 실로 10여년만의 극적인 반전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된 데는 무엇보다도 최근 대두되고 있는 미국식 ‘주주자본주의’에 대한 신뢰 상실을 들 수 있겠다. 지난해 말 유수한 전통 에너지 기업인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이후 올 들어 장거리 통신회사인 ‘월드컴’은 부실회계로 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AOR·GE·엑슨 등 초우량 기업들도 약식거래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미국의 최고 경영자들은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보다는 갖가지 편법을 통해 투자를 유인했고 ‘스톡옵션’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는 등 ‘모럴 해저드’를 일삼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현재 국제금융가에서는 미국식 자본주의에 대한 총체적 불신이 확산되어 미국향 투자자금이 급감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하여 IT버블이 붕괴된 이후 미국 경제도 ‘구경제’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부시정부’의 출범 이후 재정수지는 ‘9·11 테러’ 사태 이후 군비 증대와 감세로 연간 1천억 달러 이상의 적자로 돌아섰고, 경상수지도 내수위주의 경기부양으로 적자폭이 위험수준인 국내 총생산(GDP)의 5%선까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90년대 장기호황으로 활기차고 당당하였던 미국 경제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금융시장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할 부시 정부의 경제팀도 시장의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다. CEO 출신이 대다수인 부시 내각은 과거 불공정한 거래로 도덕성뿐만 아니라 경제문제를 해결할 추진능력에 대해서도 의심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인 그린스펀은 의회 청문회에서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하반기 미국 경제는 주택 및 자동차 등 내수산업의 견조세로 3%대의 안정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증언했다. 지난해 FRB의 공격적인 금리인하 정책으로 주가의 급락에도 불구하고 가계소득 증가율이 견조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올해 하반기 제조업 생산 증가로 고용안정 기조가 유지되면 미국 GDP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소비가 경기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낙관했다. 불행히도 현재 이러한 FRB의 낙관론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불확실성이 국제금융 시장을 압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면 이러한 불투명한 대외 환경을 극복하고 안정성장을 유지해 나가야 할 우리의 과제는 무엇일까? 우선 미국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하겠다.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경제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경제체제의 건전성을 확립해 나가야 한다. 특히 외환위기 이후 개선되고 있는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더욱 높여나가고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독기능과 견제기능을 강화해 산업전반에 걸쳐 도덕적 해이가 일어날 소지를 최소화해야겠다. 다시 말해 건전한 시장경제가 뿌리 내릴 수 있도록 경영자든 투자자든 간에 탐욕으로 인한 ‘과잉반응’과 ‘위법행위’가 발 붙일 틈을 주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하반기 정부는 국제금융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거시경제를 안정적이고 보수적으로 운용하여야 할 것이다. 연초만 해도 경기과열이 우려되어 보다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금리인상 정책의 필요성이 컸다 하겠다. 그러나 국제금융시장에서 불어오는 역풍으로 주가 하락과 원화 절상이 급격히 진행되는 상황에서는 금리 정책의 초점을 시장안정에 두어야 할 것이다. 확언컨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문제 기업들을 조속히 해결하는 등 그동안의 개혁 노력을 꾸준히 추진해 나간다면 하반기 중 우리 경제의 신뢰성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더욱 상승하여 우리 주가는 차별적인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올해 중 우리 경제도 일부의 우려와는 달리 ‘잠재 성장률’ 이상의 회복세를 보여 세계경제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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