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진은 ‘북한판’ 상하이 푸둥, 주력업종은 IT
청사진은 ‘북한판’ 상하이 푸둥, 주력업종은 IT
성공의 열쇠는 외자유치 아울러 특구 내 상품가격은 철저하게 시장의 수요·공급원리에 의하여 결정되게 함으로써 진정한 시장경제를 추진할 토대를 마련하였다. 특히 특구 지정과 동시에 국제 언론을 상대로 적극적인 홍보에 나선 것은 외자유치만이 특구의 성공을 보장해 주는 핵심사항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당국은 나진·선봉 경제특구 개발 당시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고 중국 선전 특구와 같은 성공을 거두기 위해 ‘특구 지정→홍보(PR)→투자설명회 개최’ 등 치밀한 마스터 플랜을 준비하고 있다. 북한은 이제 기본법 제정을 통하여 제도적인 하드웨어를 구비하였다. 다음은 적정 임금·인프라 구축 등 외국 자본이 밀물처럼 들여올 소프트웨어적인 후속조치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중국식 개방 모델 ‘하나의 중심과 두 개의 기본점’ 전략을 체제수호에 중점을 둔 점분산형(點分散型) 개방정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제한된 지역을 선택적으로 고립시켜 개방함으로써 체제 내부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개방의 필요성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지역은 구체적으로 네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수도인 평양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군사지역이 아닐 것, 둘째, 항구를 낀 해안도시로서 외국과의 경제적 호환성이 있을 것, 셋째, 산업기반시설이 갖춰져 있을 것, 넷째, 인력조달이 용이한 곳이다. 북한 전역을 이러한 투자환경에 따라 크게 5개 권역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신의주·구성·강계·만포를 중심으로 하는 ‘압록강권’, 청진·나진·선봉·회령 등을 중심으로 하는 ‘나진·선봉권’, 평양·남포·안주·박천을 중심으로 하는 ‘평양·남포권’, 원산·함흥·흥남·김책을 중심으로 하는 ‘원산·함흥권’, 해주·개성·사리원을 중심으로 하는 ‘해주·개성권’이 그것이다. 신의주 경제특구 지정은 남측 기업들에 대북진출 관심을 유도할 것이다. 특히 양빈의 발표대로 행정장관이 독자적으로 영사권을 행사하여 특구 출입이 평양당국의 간섭 없이 독자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남측 기업들의 진출이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나진·선봉에 투자하였다가 평양으로부터 비자 발급을 거부당해 해당 지역에 접근하지 못함에 따라 투자 회수에 많은 어려움을 경험한 남측 기업들은 무엇보다도 접근이 용이하다는 데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일단 현지 조사를 통해 남측 기업들은 공장 건설의 타당성을 정밀 검토할 수 있다. 신의주 지정에 따른 남북경협의 활성화 문제는 장단기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신의주는 일단 화교자본들이 일차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 기업들 입장으로서는 초기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을 가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진·선봉의 봉쇄로 투자자본이 동결된 사례를 경험한 한국 기업들은 일단 북한 당국의 정확한 의도와 구상을 분석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특히 현재까지 남북경협추진위원회에서 합의된 투자보장·이중과세 방지·상사 분쟁해결 및 청산결제 등 4대 합의서가 발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기업들로 하여금 과감한 투자를 주저하게 만들고 있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남측 기업들의 행보가 크게 빨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국제금융기구 지원으로 北 구매력 커질 수도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기업들의 입장에서 진출 전략을 세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대략 세 가지 입장에서 필요성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첫째, 신의주 특구는 국제자본의 각축장이 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특히 북·일 수교에 따른 일본 기업들의 대북진출 활성화로 북한이 상품시장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10년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북한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둘째, 신의주는 화교자본이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될 수 있다. 이는 남북한 통합단계에서 새로운 변수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북·미관계의 개선으로 북한이 세계은행(IBRD)·아시아개발은행(ADB) 등 국제금융기구 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경우 북한 경제의 구매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 이 경우 한국 기업들의 대북진출 필요성은 점증될 것이다. 기업들이 북한이 새로운 투자 적지로 떠오르고 있는 현실을 적기에 인지하지 못할 경우 향후 투자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신의주 특구 지정을 통해서 대북투자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향후 복잡하게 전개될 신의주 특구대책 마련에 긍정적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된다. 신의주 특구의 진출 유망 업종은 경공업·물류업·금융업 및 정보통신(IT) 등을 들 수 있다. 신의주는 섬유를 비롯한 경공업 분야의 단순 위탁가공 및 설비제공형 위탁가공과 합작투자가 가능하며, 경의선 연결이 완료되고 낙후된 북측 구간의 보수가 이루어진다면 신의주가 남한과 중국 동북부를 연결하는 물류 중심지가 될 수 있다. 자본이 유입됨에 따라 상업금융의 기능도 강화될 수 있다. 북측 입장에서는 신의주를 단순 위탁가공기지로 육성하는 데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신의주 특구기본법 제35조는 “국가는 신의주 특별행정구에서 첨단과학기술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과학기술 분야를 적극 개척하도록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기본법이 13조에서 신의주 특구에 들어설 산업범위를 국제금융·무역·상업·공업·첨단과학·오락·관광지구 등 7개 분야로 한정한 뒤 35조에서 별도로 최신 첨단 육성을 거론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북측이 지난 91년 나진·선봉 자유경제무역지대 설립을 계기로 통신망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98년에는 평양-신의주 간에 4백㎞ 광케이블을 설치한 것 등은 북한이 정보통신 분야를 주력업종으로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암시한다. 또한 양빈 장관이 최소 투자액을 20만불로 정하겠다는 발표는 소액의 단순 임가공은 선호업종이 아니라는 것을 암시한다. 김정일 위원장이 벤치마킹하는 특구의 청사진은 자신이 2001년에 방문한 상하이 푸둥지구일 것이다. 군부의 반발을 무릅쓰고 획기적인 기본법을 제정한 목적이 단순 임가공업에 머무르지는 않을 것이 분명하다. 결국 신의주 특구 지정을 통한 남북경협의 활성화 문제는 중장기적으로는 필연의 문제이나 단기적으로는 선택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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