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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익 高득점 MBA출신도 줄줄이 낙방

토익 高득점 MBA출신도 줄줄이 낙방

취업시즌이 돌아왔는데도 취업시장은 썰렁하기만 하다. 경기는 불투명하고 기업들은 사람 뽑을 계획조차 없다고 밝힌다. 한산하기만 한 취업시장이지만 취업박람회장에는 취직을 하지 못한 졸업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1명 뽑는 데 수백명이 몰려들 정도로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악의 ‘취업대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내년 경기전망이 비관적으로 돌아서면서 대다수 기업들은 채용규모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며, 일부 기업들은 애초의 채용계획을 축소하거나 미루고 있다. 반면 외환위기 이후 졸업을 미루거나 대학원에 진학했던 학생들이 올해 대졸자 취업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구직자 규모는 어느 해보다 큰 것으로 추정된다. 취업·채용 전문 리크루트사에 따르면 2백52개 국내 기업의 하반기 채용계획은 지난 9월 1만3천명이었으나, 10월 들어 1만2천4백명으로 4.7%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보다 내년 취업난이 더 심각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크루트 이광석 대표는 “고용시장이 경기변화를 6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뒤따라가기 때문에 현재 경기 하락세의 여파는 내년 상반기에 현실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취업난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어 단시일 내 해결이 어렵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특히 청년 인력의 적체는 만성적인 현상이다. 특히 몇 년 전부터 기업들의 채용 방식이 일시 공개채용 위주에서 수시 경력자 우대제도를 병행하면서 봄·가을로 대학을 나서는 신참 인력의 문호는 그야말로 ‘바늘 구멍’이 되고 있다. 때문에 전체 실업률은 2.7%밖에 안 되지만 15∼29세 연령대의 청년 실업률은 6.1%에 이른다. 사정이 이런데도 취업 제의를 받고도 보수나 적성 등이 안 맞아 이를 거절하는 비율이 3명 가운데 한 명꼴로 늘고 있다.

경쟁률 수백대 1은 보통 ▶별따기보다 힘든 취업경쟁=지난달 23일 원서를 마감한 삼양사는 30∼40명을 선발하는 데 9천여명이 몰려 3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3백명을 모집하는 LG CNS에는 1만명이 지원했다. 또 CJ드림소프트에는 10명 모집에 2천여명이 몰려 2백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SK텔레콤은 1백명 모집에 1만여명이 지원해 1백대 1을 기록했다. 이밖에 지난달에 신입사원을 뽑은 LG전선이 90대 1, SK건설 50대 1, 예금보험공사 2백40대 1 등의 경쟁률을 보였다. 가히 살인적인 취업전쟁이 아닐 수 없다. 2백명 채용예정에 9천5백명이나 몰린 LG화학 인사팀 직원 10명은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를 읽느라 일주일 동안 일상 업무를 포기해야 할 정도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서울대·포항공대 등 일류대학 출신이 너무 많이 응시했으나, 경상계열이나 화공계열이 아니라면 면접도 보지 못하고 탈락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요즘 취업시장에선 토익점수 9백점대는 기본이고 영어 외에 중국어·일본어 등 제2외국어 자격증을 가진 지원자도 즐비하다. ▶취업시장의 부익부 빈익빈=한쪽에선 취직 못해 안달이고, 다른 한쪽에선 사람을 못 구해 난리고. 취업시장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주류업체 배상면 주가의 고영걸 기획·인사담당 이사는 경기도 포천의 생산본부에 필요한 대졸 연구·환경관리직 신입사원을 뽑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이 회사의 서울 양재동 지점 사옥에서 근무할 영업·관리직 채용 경쟁률은 1백대 1을 넘었지만, 포천 본부의 경우는 원서접수 기간을 세번이나 연장하고도 적합한 사람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이사는 “현장에선 사람이 모자란다고 난리를 치는데 지원자가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서울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유망 중소기업의 신규채용에는 지원자들이 몰려 수백대 1의 경쟁률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지방의 기업·사업장들은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 지방기업들은 채용을 위해 서울에 올라와 ‘채용이벤트’를 벌여도 별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대전지역의 벤처기업 15개사는 지난달 말 서울로 와 대학을 돌며 공동기업설명회를 연 뒤 모대학에서 ‘대덕밸리투어버스’를 출발시켰지만, 막상 참가자는 20여명에 불과했다.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서울지역 대졸자들이 지방기업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을 보고 실망했다”고 털어놨다. 대덕에 있는 벤처기업 애니솔류션 이세환 부장은 “기업에 대한 홍보가 안 돼 경력자들을 뽑는 데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취업시장에도 부익부 빈익빈 지방기업의 구인난은 지방대 출신조차 서울지역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 때문에 가중되고 있다.경기 안산시 반월공단에 위치한 근로자 3백여명의 전자부품 제조업체인 S산업은 올해 내내 생산직 구인난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 15∼20명 채용을 목표로 지역신문·인터넷 등에 채용공고를 거미줄처럼 내놓았지만 구직자는 거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취업한파 속에서도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구인난이 지속되는 등 ‘취업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일부 대기업들은 취업난으로 우수한 고급인력 지원이 늘면서 당초 계획보다 채용규모를 늘리는 등 일류대 인기학과 출신들에 대한 수요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전체적인 채용규모를 줄인 로펌들도 사법연수원 졸업생 중 A급으로 분류되는 상위 5% 인력에 대해서는 유학이나 고액연봉 등을 제시하면서 영입경쟁을 벌이고 있다. ▶취업전쟁이 빚어낸 진풍경=지난달 초 대검찰청이 과학수사 분야 6급 연구직 한 명을 뽑는 데 석사 이상 고학력의 한의사와 약사 등 무려 1백26명이 몰려 화제를 모았다. 석사 이상 학력자에게만 응시 기회를 주면서 마약 감식 담당 보건연구사를 뽑는 과정에 이처럼 고급인력이 몰린 것은 최근의 고학력 취업난을 그대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법연수원 출신들의 취업전쟁이 심화되면서 법 공부만 하던 이들도 요즘은 무역·금융 관련 자격증이나 토익·토플 성적표를 별도로 준비하기도 한다. 이밖에 헌혈증서나 농촌봉사활동 경력까지 이력서에 첨부할 정도로 취업전쟁은 치열해지고 있다. 취업이 갈수록 힘들어지자 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학이나 기능대에 재입학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IMF 이듬해 2월 서울의 명문대학을 졸업한 정모씨(29)는 20여개 회사 문을 두드렸으나 모두 낙방하고, 2001년 초 인천기능대에 재입학했다. 명문대 간판에 연연하기보다는 실리를 찾겠다는 의도였다. 그는 최근에 대전의 한 광(光)장비 개발업체에 취업했다. 남성보다 취업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들은 기혼 사실을 숨기고 지원하기도 한다. 엄연히 남편이 있지만 법적으로 미혼인 여성들이 늘고 있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기혼녀를 사절하고 있기 때문에 취업난 타개책으로 혼인신고를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취업난이 심화되면서 요즘 대학가에는 가히 컨닝 열풍이 불고 있다. 서류전형시 가장 우선시되는 학점을 잘 따기 위해 수단·방법을 안 가리고 컨닝을 하고 컨닝 방법도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다는 것. 휴대전화·PDA·인터넷 채팅 등 첨단기술이 동원되고 있으며, 컨닝하다 들켜도 전혀 죄의식을 느끼지 않는 컨닝중독증 환자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98년 산업전문인력 양성을 목표로 설립된 국책특수대학 기능대학은 2년 과정을 마치면 산업학사 학위를 수여하는데, 전공영역별로 전국 23개 지역 학교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신입생 중 대졸자는 IMF 이후인 99년 53명을 비롯, 해마다 35∼55명선을 유지하고 있다. 학비가 저렴하고 1백%의 취업률 때문에 대졸자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전문가들은 “전문기술로 무장하고 조금만 기대치를 낮추면 의외로 취업 문은 쉽게 열릴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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