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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損保 외길 마감하는 박종익 前 손보협회장

35년 損保 외길 마감하는 박종익 前 손보협회장

박종익 前 손보협회장
“권력 있는 자리에 있으면 큰소리칠 수 있지만, 사람이 틀에 박히게 됩니다. 반면 남에게 부탁하고, 사정하고, 머리 숙이는 일은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죠. 보험업이라는, 세상이 알아주지 않고 머리를 숙이는 직업을 가졌던 건 저에게 큰 축복이었습니다.”지난 11월14일 35년 손보(損保) 인생을 마감하며, 박종익(65) 前 손해보험협회장이 밝힌 소회다. 그의 인생을 압축하는 말은 ‘개혁과 변화’다. 서울대 법대 재학 중에는 학생운동을 통해 사회의 개혁을 꿈꿨고, 이 때문에 12년만에 가까스로 학교를 졸업할 수 있었다. 공기업이었던 한국자동차보험공영사(현 동부화재)에 취직한 후에는 파벌과 정실로 얼룩진 조직을 바꾸기 위해 ‘新사풍운동’을 주도했다. 그리고 민간기업인 삼성화재로 옮겨서는 한국 자동차 보험의 역사를 다시 썼다. 그가 삼성화재의 자보본부장을 맡으면서 삼성화재는 업계 부동의 1위로 떠올랐다. 지난 95년에는 동양화재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대형 적자로 허덕이던 동양화재를 알짜배기 손보사로 바꿔놓았다. 마지막으로 손보업계의 절대적 지지 속에 손보협회장에 취임해서는 ‘안전’ 문제에 매진했다. 대대적인 교통 안전 캠페인을 벌여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3천명이나 줄였다. “대학 시절부터 개혁과 변화를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신념과 의지를 갖고 추진했지만 저항에 부딪칠 때면 매우 힘들었습니다. 요즘 들어서는 쉽고 편안한 길을 걸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의 이런 기질은 손보협회장을 물러나면서도 드러났다. 손보협회의 임원 인사 문제에 간섭하려 드는 정부 당국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감독이나 감사는 큰 방향만 제시하고, 업계 자율에 맡겨야 합니다. 협회의 인사문제에 대해 이렇게까지 심하게 간섭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닙니까? 자율적으로 하는 게 선진형이고, 그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겁니다.” 그는 이런 비판이 손보협회장을 물러나는 사람의 오기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지금까지 운이 좋아 큰 죄과 이 일을 해왔는데, 가 뭘 더 누리겠다고 오기를 부리겠어요. 사람은 믿고 일을 맡길 때 가장 잘 하는 존재입니다. 정부가 협회나 기업을 믿고 운영을 맡겨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박회장은 손보협회 최초의 손보업계 출신 협회장이다. 단 한번도 한눈을 팔지 않고 손보인의 삶을 걸어왔다. 그가 이제 자유인으로 돌아간다. 서울 여의도에 지인들이 마련해 준 작은 사무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의 퇴임은 외길을 걸어온 사람만이 남길 수 있는 여운 있는, 아름다운 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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