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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대구 건설 3인방 再起 몸부림

[지역경제]대구 건설 3인방 再起 몸부림

지역건설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던 대구 아파트시장에 서울 대기업과 지역 후발업체들이 세를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우방에서 건설한 아파트와 그 앞에 새로 세워진 대림 아파트 모델 하우스
IMF 외환 위기로 혹독한 시련의 시기를 맞았던 대구 지역 건설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대구 건설업계 빅3라 불리며 시장을 장악했던 청구·우방·서한·보성 등이 각각 법정관리와 파산의 길을 걸으면서 틈새시장을 노린 지역 후발업체들과 서울 지역 대기업 건설업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 특히 이들 빅3가 전국적으로 장악했던 아파트 시장을 둘러싼 다툼이 치열하다. 이와 함께 몰락한 3인방들은 회생을 위해 헉헉거리고 있지만 아직 그 회생 수준은 미미한 상태다. 5년 전 터진 IMF 위기는 대구 지역 건설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빅3로 불리며 전국으로 발돋움하던 청구·우방·보성이 잇따라 쓰러졌다. 이들은 IMF 몇 달 전인 1997년 1월 그 해 ‘한국주택문화상’ 시상식에서 대기업들을 제치고 나란히 금·은·동상을 수상할 만큼 잘 나가던 업체들이었다. 사실 대구의 아파트 시장은 IMF 이전만 해도 전국 굴지의 대기업들도 넘보지 못하는 철옹성으로 불렸다. 그만큼 어떤 대기업도 소위 대구 건설 3인방의 아성을 뛰어넘지 못했다. 우방·청구·보성이 지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비싼 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되고 이 같은 현상은 대구뿐만 아니라 분당·일산 등 수도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처럼 지역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던 대구 건설업계가 몰락하자 지역 경제계에도 엄청난 먹구름이 끼었다. 97년 외환위기가 나던 해 건설 3인방의 도급액만 1조5천억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로부터 5년이 지난 지금은 대구 지역 도급 순위 1∼10위 기업의 도급액을 전부 합해도 1조원대에 턱걸이하고 있다. 그 탓에 IMF 체제에 들어간 지 5년이 지난 지금 대구를 서울·부산에 이은 전국 3대 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대구에서조차 드물다. IMF 이후 5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대구 건설 시장에 나타난 빅3 공백은 아직 메워지지 않고 있다. 97년 3만3천9백96가구에 이르던 대구 지역 아파트 건축허가 건수는 지난해 겨우 2만4천7백38가구로 70% 수준을 회복했을 뿐이다. 그것도 서울 등 외지 기업의 대구 진출에 힘입은 결과였다. 부동산 분양이 왕성했던 올해조차도 10월 말 현재 1만8백50가구로 지난해 수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틈에 대구 건설업계의 몰락으로 만들어진 공간은 요즘 서울의 거대 기업과 지역 마이너 그룹에 속했던 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 대구 진출 엄두를 내지 못하던 서울의 대형 건설업체들은 엄청난 자금력과 시공능력을 앞세워 무주공산이 되다시피 한 대구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대림·대우·롯데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올 들어 대구지역에 공급된 1만여 가구의 아파트 중 약 30% 정도가 이들 대기업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거꾸로 이들 빅3의 위세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던 화성산업·영남건설 등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인식 아래 사세를 확장해 가고 있다. 이들이 최근 빅3를 대신해 다시금 수도권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흥미롭다. 요즘 대구 건설시장은 절대 강자도 절대 약자도 없는 상황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몰락 3인방이 된 이들 3개 대구 건설업체들은 현재 어떤 모습으로 변모했을까? 그들의 과거 모습과 현재 모습을 비교해 보면 IMF 이후 한국 경제의 변화상을 가늠해 볼 수 있을 듯하다. 몰락 3인방 중 최근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업체는 우방이다. 이들은 특히 최근 한 달 새 9일 연속 상한가 행진 등 3백%(2천5백50원→9천9백80원)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나타내며 주식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는 큰 호재가 없는데 나타난 투자자들에 의한 작전성 움직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들은 잇단 공사를 수주하는 등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 2000년 8월28일 우방이 부도를 낼 때만 해도 대구 건설 업계에서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공포가 몰려왔다. 청구와 보성에 이어 우방마저 부도를 내자 지역 건설업계의 몰락이 지역경제의 몰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해졌던 것. 사실 지역 대표기업으로서 우방에 대한 지역민의 사랑은 각별했다. 97년 당시 건설도급순위 32위, 아파트 공급량 전국 2위 등 여러 수식어를 달고 있었을 뿐 아니라 당시 우방이 짓고 있던 아파트는 대구·경북에서만 1만5천 가구에 이르렀다. 이들은 또 92년 국내 업체 최초로 중국 건설시장에 진출하고, 98년 대구지역 시공능력 1위를 차지하는 등 대구 건설의 찬란한 역사를 새로 써 가던 중이었다. 이 때문에 우방이 부도를 내자 직원들은 물론 시민들이 ‘우방 살리기’의 선봉에 섰다. 우방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대구 지역 원로들로 ‘우방살리기 시민운동 본부’가 결성됐다. 이후 시작된 ‘우방 살리기 서명운동’엔 서명 시작 두 달도 안 돼 1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동참을 했다. 우방을 살려야 한다는 정서는 우방에 대한 법정관리가 진행 중인 지금도 시민의식의 저류를 형성하고 있다. 한 기업을 살리기 위해 이 같은 범시민적 움직임이 인 것도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우방은 요즘 서서히 재기의 날개를 펴고 있다. IMF 이후 한동안 중단됐던 사업장의 입주가 다시 시작됐다. 대구시 수성구 우방 수성팔레스를 비롯해, 달서구 감삼동 감삼 드림시티·수성구 정화팔레스 등 2천8백여 가구가 입주를 시작했거나 이달 말 입주를 준비 중이다. 최근 수성팔레스 상가 분양도 순조로이 마쳤고, 드림시티 상가 등도 분양을 앞두고 있다. 관급공사 수주도 활발해 경영 정상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 그렇지만 우방은 아직 경영 정상화의 척도가 될 신규 사업에는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올해 분양할 예정이던 우방 만촌 3단지와 동서변지구 등 5백∼9백 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급은 해를 넘길 전망이다. 여기에는 ‘자금조달이 어려워 신규 사업은 아직 이르다’는 법원과 ‘신규 사업을 통해 우방 정상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실무진들 간의 괴리가 자리하고 있다. IMF 위기로 가장 먼저 쓰러진 업체는 1위를 달리던 ㈜청구였다. 이들은 97년만 해도 전국 시공능력 평가액 6천3백79억원으로 건설도급 순위 전국 21위, 대구 1위에 올랐다. 당시 청구는 분당 블루힐백화점·대구방송 등 15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전국 30대 재벌그룹으로 성장하던 중이었다. 청구는 외환위기 직후인 97년 12월26일 1조5천억원의 채무부담을 견디지 못해 부도를 냈다. 청구의 부도로 전국 50개 아파트 공사가 일시에 중단되고 직접 피해를 본 입주 예정자들만 2만6천여 가구에 이르렀다. 현재 법정관리 중인 청구는 한때 회생의 기미를 보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수소 프로젝트(고순도 수소) 개발과 관련해 미국·호주·러시아 등 3개국으로부터 국제 특허를 취득해 한때 주가가 치솟기도 하고 청구·앞산·제네스 등 아파트 분양에 힘입어 분양매출이 일시 증가했다. 그러나 채무 탕감·출자전환 등을 통해 채무의 상당 부분을 해결하고도 8천억원에 이르는 부채의 금융비용을 부담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지난 4월20일 이들은 적자 폭이 심화돼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자본 잠식상태가 이어지면서 주식 시장에서 상장 폐지됐다. 청구는 최근 대구 대곡동에 청구 이오스를 분양하는 등 조심스럽게 사업 재개에 나섰으나 사업 수준은 미미, 생사가 불분명한 상태다. 이 가운데 청구는 자구계획의 핵심인 일산과 분당 오딧세이의 처분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때 1천5백명에 이르던 직원이 지금은 1백50명 수준으로 줄어 청구의 몰락사를 보여주고 있다. 우방이 쓰러진 뒤 한 달여 뒤 법정관리 신청을 낸 서한도 IMF 한파를 비켜가지 못한 대표적인 지역 건설업체다. 이들이 벼랑 끝에 몰린 것은 전반적인 주택 건설 경기 침체에 우방 부도의 여파가 겹친 결과였다. 그러나 우방·청구에 비해 비교적 몸집이 적었던 서한은 최근 M&A를 통해 조기 정상화를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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